나의 시
<상록수> 제갈유태
평강이네
2016. 1. 4. 13:52
상록수
제갈유태
한 철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닌 평생을
푸른 옷 한 벌로 자족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상록수가 좋다.
액세서리 꽃 없고
귀걸이 같은 열매 안 달고도
본 모습 그대로 꾸미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상록수가 좋다.
찬 바람 불어
빛 바랜 낡은 산자락에
쇠잔한 생명들 쓰러져가지만
빈 산을 지키고 있는 상록수가 좋다.
꽃나무도 좋고
유실수도 좋지만
꿈처럼 바람처럼 다 날아가는데
눈보라 견디고 서 있는 상록수가 좋다.
시련의 계절이
꽃과 잎, 열매를 뺏어갈 때
푸른 옷 한 벌 밖에 없어
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상록수가 좋다.
처음 모습 버리고
시절만 탓하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삶이 무언지를
푸른 삶으로 말해주는 상록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