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자공이 물었다
방통대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지경에 친구가 전화를 했다.
공짜 돈이 이십만 원 생겼는데 그냥 있을 수 없으니 점심을 사겠다는 말이었다. 진짜야? 하고 묻는 내 말에 친구의 대답은 분명했다.
진짜고 말고. 몇 분이 아쉬울 만큼 시간에 쫓기는 몸이지만 안 본 지 일 년도 더 된 친구라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공짜 돈이 생겼다고 내게 점심을 사려는 마음을 먹은 게 기특도 하여 허락을 하고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약속 장소로 나갔다.
친구는 약속시간이 삼십 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처음 이십 분은 차가 밀리나 보다, 하고 기다렸지만 이십 분을 넘기고선 더 기다릴 수 없어 전화를 하니 집에 있었다.
친구는 안 오고 뭘 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태연히 대답을 했다.
"어, 우리 꼬맹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해서. 오늘은 그냥 들어가고 나중에 봐."
아이가 심하게 아팠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는 불쾌한 기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예전에도 두 번에 한번 꼴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전과가 친구에게 있었던 탓이었다.
나는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물은 후 배탈이라는 대답을 듣고 전화기에다 대고 낮은 음성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자는 경제, 국방, 믿음이라고 답했다.
자공은 다시 묻기를 부득불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국방을 버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자공이 또 물었다.
만부득이 해서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남은 둘 중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요? 공자는 경제를 버리라고 했다.
배가 부르나 믿음이 없는 사회는 곤란하다.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불행의 늪 인지도 모른다.
나는 말끝에 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아침에 너 말을 듣고 진짜야? 하고 물었던걸 기억하냐고.
친구는 불쾌한지 한 숨소리만 냈다.
집으로 오면서 나는 잠시 공연한 소릴 했나보다고 후회를 했다. 그러나 꼭 하고 싶었던 소리였다.
우리 사회는 절대 믿음이 부족한 사회다. 그래서인지 얘 어른 할 것 없이 남의 말을 들으면 진짜야? 정말? 하고 버릇처럼 묻는다. 뉴스를 들을 때도 저게 진짜일까? 하는 의심을 한다. 여럿이 모이면 그 의심이 더 커진다. 혹자는 이게 다 정치인들 탓이라고 하지만 어찌 정치인들만의 탓이랴
내 여동생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