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피아노콩쿠르 대상 수상

2008. 1. 20. 21:00제갈소망 연주

삼익콩쿠르 시상식

일시/ 2003 , 06, 18 일

장소/ 리츠칼튼호텔

심사위원장/정진우 선생님

고등,대학부 대상/제갈소망 (서울대 2학년)

 

 

 

          

 

삼익피아노콩쿠르 대상 받던 날 이야기

 

삼익 피아노 콩쿠르는 올해로 33회를 맞는 전통 있는 피아노 콩쿠르입니다.
피아노를 치는 학생이면 누구나 도전해 보고 싶은 대회이기에 소망이도 초등학교 4학년 때와 5 학년 때 서울까지 올라가서 출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 다 2차 예선까지 올라갔지만 입상은 하지 못하고 풀 죽은 모습으로 모자간에 쓸쓸히 대구로 내려와야만 했던 그런 인연이 있는 대회입니다.

어느 해, 콩쿠르에서 떨어지고 너무 낙심한 아내가 " 애, 소망아 우리 피아노 포기하자. 응? 너두 힘들고..."
서울역에서 기차표를 사놓고 기다리면서 마침내 입을 연 아내가 소망이를 붙들고 넉두리
삼아 마음 약한 소리를 털어놓았답니다.
그랬더니 소망이는

" 엄마는... 또 그 소리. 내가 열심히 할게. 이번에 떨어져도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하고 저 엄마를 오히려 위로 해 주더라고 했습니다.

대구에서 잘 친다고 해도 우물안 개구리지... 어딜 서울까지 와서...
서울 학부모들이 그런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고 아내가 그 후에 내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삼익 콩쿠르에서 소망이가 고등부, 대학부 대상을 받은 것은 그런 과거의 아픔을
한꺼번에 깨끗이 날려버린 뜻 깊은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굽힐 줄 모르는 도전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하겠습니다.
삼익 콩쿠르하고는 인연이 없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에게 소망이는 큰 일을 해 내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어제 저녁, 리츠칼튼 호텔에서 있었던 시상식은 화려하면서도 격조 높은 자리였습니다.
시상식장에 가까이 다가가면서부터 흥분이 되기 시작해서 켐코더를 치켜 든 손이 떨려서
혼이 났습니다.
대구 촌사람임을 눈치 채이기라도 한 듯 어찌나 위축이 되던지....

큰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 수상자들 가족과 관계되는 선생님들, 초청된 사람들---이
지정된 테이블에 앉아서 실내악을 들으며 순서를 기다릴 때 우리도 맨 앞줄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소망이는 이 날, 상으로 삼익 그랜드 피아노 한 대를 받았고 , 올 해 부터 대상을 받은 학생의 출신학교에 주는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를 받았습니다.


삼익 악기가 독일 벡스타인 피아노사를 인수 합병하면서 벡스타인 피아노를 이번에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한 이날의 시상식은 7 순이 넘은 정진우 선생님이 반주를 하며, 오현명 선생님이

명태를 부르자 분위기가 절정으로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대상자 연주 시간이 되어 최선규 아나운서의 소개로 소망이가 무대에 올라가
벡스타인 피아노로 이번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게 되었던 슈만 곡을 연주할 때,  나는 두손을 모으고

< 하나님, 소망이를 장차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로 꼭 사용해 주십시오...>
하면서 기도했습니다.

소망이의 연주가 끝나자 장내의 많은 사람들이 큰 박수로 격려를 보내 주었습니다.
서혜경 선생님의 피아노 연주를 마지막으로 3부 음악회는 끝이 났습니다.

10 시 반이 넘은 시간, 소망이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피곤했지만 '도전하는 자 만이 박수를 받는다' 는

평범한 진리를 입증해 준 소망이 때문에 우리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삼익콩쿠르를 기피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낸, 투지를 가진 소망이 어깨가 든든해 보인 밤이었습니다.

200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