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58)
-
손톱 / 제갈유태
손톱 제갈유태 손톱 밑에 숨은 때가 미워서 손톱을 잘랐다. 건드리지 않은 손가락이 대들었다 왜 짧게 잘랐느냐고 갈라진 손가락을 약 발라주고 밴드 붙이고 골무로 감싸 안았다 손톱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얼른 자라라.
2023.01.12 -
회상 / 제갈유태
회상 / 제갈유태 그 바닷가 언덕에서 나누던 하늘의 꿈 감미로운 말보다는 정직하게 말했지 별을 따다 주겠다는 말보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자고 했지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말보다는 같이 이겨 나가보자고 했지 넉넉하게 채워주겠다는 말보다는 있는 것 족하게 알자고 했지 저 바다가 말라 없어질지언정 끝까지 곁에 있겠다고 했지
2022.08.13 -
난에게 / 제갈유태
난에게 / 제갈유태 난아~ 너는 무얼 먹고 살기에 그렇게 고우냐? 여럿이 오던 날 왔다가 모두 가고 너는 내 곁에 남았구나. 너는 어떤 목이기에 물을 달라 않느냐? 금방 물 찾는 사람에게 샘이 되고 입술이 젖어있던 사람 그리게 하는구나.
2022.08.11 -
배롱나무 / 제갈유태
배롱나무 / 제갈유태 이글거리는 대군을 이끌고 마침내 불같은 땡볕 장군이 몰려왔다. 팔월 한낮, 그늘도 없는 현관에 배롱나무 하나가 붉은 땀 흘리며 제자리에 서 있다. 오뉴월 호시절엔 서로 얼굴 내밀더니 땡볕 장군 앞에 기가 죽었나 콧잔등도 안 보이게 다 숨어 버리다니... 그러나 여기, 홀로 백일을 지키겠다는 수문장 배롱나무 하나. 피신했다 오세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2022.08.11 -
창조주
창조주 / 제갈유태 간밤에 비바람 세차더니 참나리 꽃대에 개미 한 가족 올라있다 비바람 어데서 피하고 일찍도 나왔네 꽃 수술 꿀 따는 건 어떻게 배웠을까 저 개미 챙기시는 창조주의 사랑이어라
2022.07.25 -
새 아침 20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