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6. 23:06ㆍ카테고리 없음
며칠 전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모 문예지에 원고를 보냈는데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사비 조로 무언가를 요구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생은 <가만히 보니 이런 쪽에 비리가 엄청 많은 가 봐...
그래서 상을 안 받겠다 그랬어...> 하며 의논 삼아 전화를
해 왔던 것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잘했다 얘, 돈 줘가면서 합격해서 뭐하냐? 원고 되돌려 달라고 하고 그만둬라. 다음에 좋은 기회 있겠지 뭐. > 하고 용기를 주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잊어버렸는데, 그저께 두꺼운 책 두 권을 보내왔습니다.
책 속에는 동생의 소설이 실려 있었습니다. 합격소감에다 사진까지 나왔습니다.
동생이 대견스러웠습니다.
동생은 여고시절부터 글 쓰는데 소질을 보이기 시작한 터였습니다.
지금도 글 쓰기를 취미로 갖고 끊임없이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탁기도 타고 침대도 타면서 애들 키우고 살며 그렇게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보내고 하는 것도 이제는 방송국 측에서 눈치를 채었다고 합니다.
방송국 누가 방통대에 다니라고 권유를 한다며 지금은 방송 통신대학에 등록을 하고
공부까지 하고 있습니다.
< 고모는 공부를 많이 했으면 더 훌륭한 소설가가 되었을 텐데....>
방송국에서 무언가 받았다며 전화가 올 적마다 아내가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부모를 대신하여 동생들을 공부시키고 출가시키는 입장이었던지라 더 많이 공부를 시키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가정을 꾸미고 신앙생활을 잘하면서 자신의 특기를 살리며 행복하게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 동생이 자랑스럽습니다.
2002·03·10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