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귀성

2005. 9. 20. 22:45카테고리 없음

기름을 가득채우고 중부 고속도로를 달려 4시간만에 봉천동 소망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역귀성 역귀성 말들하길래 역귀성을 왜 하느냐고 생각했는데 우리집 형편이 그렇게 됐습니다.
아들 둘이 서울에 있고 내려오는 길이 막힌다고 난리니 우리가 올라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우리도 역귀성을 한 것입니다.

비가 엄청 내리는 중부 고속도로를 달리며  어머니는 뒤에 김권사는 옆에 타고
오랜 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다소 뜸하게 왔다갔다하는  차들을 따라서
초 가을 산야를 달리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새벽 세시까지 뭘 만드느라 잠도 안 자고 수고한 김권사 덕에  아이들 줄 찌짐,    오징어 튀김, 고구마튀김 등이 트렁크에 실렸고  떡과 과일, 과자로 무슨 소풍이라도 가는 집인양 풍성하게 싣고서 보고 싶은 아이들  생각하며 서울로 가는 길은 피곤치 않은 유쾌한 길이었습니다.

 

충주쯤을 올라 갈 때 하늘이 점차 흐려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심하게 차창을 때리며 쏟아졌습니다.

대구를 출발할 때 아이들이 서울에 비 온다고 조심하여 올라 오라던 그 비인듯 세차게 앞유리를 가리는 비였지만, 차창 밖의 험악한 비바람과는 달리 차 안에는 오히려 푸근함과 느긋함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렇게 올라가는 길이 막히지 않아서 역귀성이 생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