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3. 23:35ㆍ교회,신앙생활
선배 장로님 중 한 분이 췌장암으로 고생하시고 계십니다.
병이 이미 오래되어 전신에 퍼진 까닭에 아마 병원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했는지
퇴원을 하시고 집에서 가료 중에 계십니다.
5월 10일, 그 장로님 댁에 혼자 심방을 갔습니다.
그 전날 교회에서 어버이 주일을 지내며 노인들에게 선물로 빵을 드렸기 때문에 못 오신 장로님에게 전달할 겸 아플 때 돌아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찾아간 것입니다.
선배 장로님 집은 동촌 비행장 뒤쪽 방촌동에 있습니다.
대문이 열려 있어서 안으로 들어서며 “ 장로님... 권사님...” 하고 불렀더니
안에서 가느다란 목소리로 “누구십니까? ” 하고 장로님이 대답을 했습니다.
“제갈장롭니다.”
“장로님, 바쁘실 텐데, 우에 자주 오시능교?”
권사님은 안계시고 장로님 혼자 1인용 침대에 누워 계셨습니다.
“장로님, 어버이 주일이라고 교회에서 빵이 나와서 가지고 왔습니다. 권사님 꺼하고 두 개 가지고 왔습니다.
장로님 몸은 좀 어떻습니까? ”
“ 예,... 장로님, 좀 앉으세요 ”
잠시 기도를 하고 눈을 뜨자 선배 장로님이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장로님... 내가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하나님께서 곧 부르실 것 같애요.
그래서 목사님한테 당회원들하고 한 번 오셔서 환송예배를 드려 주시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하셨습니다.
“ 장로님,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건강이 회복되셔서 교회 출석도 하시고 아직도 하실 일들도 많으신데......”
“ 어떨 때는 너무 아파서 하나님, 이제 이 고통을 거두어주시고 저를 데려가십시오- 하는 기도가 나오고 있어요.”
고통이 올 때는 너무 많이 아파서 속히 천당 가시고 싶다는 말씀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로님 , 바쁘실 텐데 기도 한 번 해 주시고 얼른 가보세요. ”
“네, 장로님... 제가 찬송가 한 장 불러 드리고 기도하겠습니다 ”
“장로님...그러면 이왕 불러 주실 거 같으면 ... 만나보자, 만나보자. 하는 거 불러 주세요.”
나는 471장을 불러드리고 싶었는데 장로님은 장송곡을 원하셨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찬송가 480장을 펴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선배 장로님도 누운 채 따라 부르셨습니다.
천국에서 만나보자 그날 아침 거기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
하고 부르다가 그만 목이 잠기며 울컥 눈물이 쏟아져서 다음을 잘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억지로 이어 부르는데 선배 장로님은 " 주님 ~! 주님~ ! “ 하시며 따라우시고 ..
나는 목이 잠긴채로 계속 찬송을 불렀습니다.
천국에서 만나보자 그 날 아침 거기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보자, 만나보자 그 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
너의 등불 밝혀 있나 기다린다 신랑이 천국 문에 이를 때에 그가 반겨 맞으리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보자, 만나보자 그 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
기다리던 성도들과 그 문에서 만날 때
참 즐거운 우리 모임 그 얼마나 기쁘랴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보자, 만나보자 그 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
나는 이어서 479장을 펴고 불렀습니다.
장로님은 누운 채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들기도 하시며 찬송을 따라 부르셨습니다.
목이 메어 소리가 옳게 나가질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부르는 찬양은 조용한 시골 집 방안에
듀엣으로 울림을 이루며 하늘로 울려 퍼졌습니다.
그렇지 우리에게는 천국이 있지... 거기서 만나볼 사람들이 있지 - 그렇게 생각을 하며..찬송을 이어갔습니다.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 평안히 쉴 곳이 아주 없네
걱정과 고생이 어디는 없으리 돌아 갈 내 고향 하늘나라.
광야에 찬바람 불더라도 앞으로 남은 길 멀지 않네
산 넘어 눈보라 세차게 불어도 돌아 갈 내 고향 하늘나라
날 구원 하신 주 모시옵고 영원한 영광을 누리리라
그리던 성도들 한자리 만나리 돌라갈 내 고향 하늘나라
구절 구절이 어찌 그렇게 은혜가 되던지....
저는 이어서 608장도 불렀습니다.
후일에 생명 그칠 때 여전히 찬송 못하나
성부의 집에 깰 때에 내 기쁨 한량없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후일에 장막 같은 몸 무너질 때는 모르나
정녕히 내가 알기는 주 예비하신 집있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후일에 석양 가까워 서산에 해가 질 때에
주께서 쉬라 하리니 영원한 안식 얻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그날을 예비하면서 내 등불 밝게 켰다가
주께서 문을 여실 때 이 영혼 들어가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이어서 찬송가 607장을 불렀습니다.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땅 위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 내 앞에 남은 일 오직 저 길
주 예수 예비한 저 새집은 영원히 영원히 빛나는 집
거기서 성도들 즐거운 노래로 사랑의 구주를 길이 찬송
평생에 행한 일 돌아보니 못 다한 일 많아 부끄럽네
아버지 사랑이 날 용납 하시고 생명의 면류관 주시리라 아멘
장례식 때만 부르는 곡들이 이렇게 은혜가 될 줄이야?
장로님을 위로해 주러 갔다가 내가 은혜를 받았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채 찬송가 610장을 이어 불렀습니다.
고생과 수고가 다 지난 후를 부르고 .... 마지막 곡으로 471장
주여 나의 병든 몸을 지금 고쳐 주소서 하는 찬송을 부른 후
우리는 서로 손을 꼭 붙잡고 기도를 했습니다.
히스기야에게 15 년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셨던 하나님께 선배 장로님에게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하고 손을 놓았는데,
장로님은 계속해서
“ 주님... 주님... 찬송과 기도를 받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기도를 받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하시며
누운채 팔을 천장쪽으로 들고 목소리를 높여서 기도를 계속하셨습니다.
나는 살짝 빠져나와 차에 올랐습니다.
내 일터로 돌아오면서 나는 선배 장로님의 병문안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메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내게도 인생의 남은 날이 많지 않음을 알려 주시고 미리 준비하도록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주신 은혜 감사합니다.
인생이 긴 게 아니라는 거 다시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내 남은 삶을 값지게 살라 하시니 감사합니다. >
누구에게나 이 땅의 생을 마치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본향으로 돌아갈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할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선배 장로님은 본향을 향한 소망으로 기쁨이 충만해 있었습니다.
2010. 05. 2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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