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사례를 받는 까닭

2021. 4. 20. 23:19칼럼

며칠 전 L 자매가 케익을 사들고 회사로 날 찾아 왔었습니다.
몇 주 째 교회에 나오지 않았던 자매가 웃는 얼굴로 찾아왔기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 아니? 그래 어떻게 된 거야? 왜 안나와?...어데 아팠어? ..." 자리를 권하며 묻는 내게
L 자매는 " 집사님, 죄송해요. ... 겁도 없이... 해 보겠다고 했지만... 저 본교회로 가서 봉사할려구요..."
띄엄띄엄 말을 잇는 L 자매의 말뜻을 처음엔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자신 없다니 뭐가?."
" 저 ... 지혜도 있고...."
" 지혜는 올해부터 초등부 성가대 지휘하기로 했기 때문에 낮 예배 땐 못 앉는데...?"
" 그래도 저는 그만 둘래요... 잘 하시던데요 뭐..."

K집사가 지휘를 하고 있는 ** 여성 합창단 단원인 L 자매와 J 자매를 작년 초에 제가
우리 성가대에 장학생(?)으로 데려 왔었습니다.
L자매는 소프라노, J 자매는 알토였습니다.
매월 교통비를 은행으로 부쳐 주었습니다.

성악을 전공한 이 두 사람의 출현으로 우리교회 성가대는 예전보다 좋은 소리가 되었고
부족한 연습시간에 늘 쫓기던 저는 다소 편안하게 성가대를 이끌어 왔습니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 성가대원들은 실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주일 전, 미리 연습을
했던 곡도 주일 아침 찬양을 할 때면 제대로 되질 않아서 처음부터 연습을 시키지 않으면 수준 높은 좋은 소리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아무리 지휘자가 정확하게 가르친다고 해도 따라할 대원들의 기본이 덜 되어 있으면
평범한 소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마련입니다.

최소한 각 파트에 한 두 사람이라도 악보를 보고 소리를 차고 나가주는 실력자가 섞여
있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연습시간은 훨씬 단축되어지고 찬양의 소리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머뭇거리던 대원들도 리더를 따라서 잘 따라 부르기 때문입니다.

'찬양을 믿음으로 부르면 되지' 하는 소리는 찬양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라고 배웠습니다.
잘하는 찬양은 성도들로 하여금 한 주간을 기대하는 힘이 있을 만큼 예배에 있어서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L자매는 우리교회에 오기 전에는 성가대원으로 봉사를 하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1년을 다니는 동안 까먹었던 열심과 신앙이 회복이 되어 이제는 다시
본교회로 돌아가 올해부터 성가대 봉사를 하겠다니 지난 1년간, 교통비를 지급한 결과가
좋은 결실을 얻는 것 같아서 내심 흐뭇했습니다.

J 자매 역시 신앙이 없었던 아가씨였는데 지금 얼마나 열심인지 모릅니다.
설교시간에 유심히 보면 아멘! 소리도 잘하고 신앙생활을 참하게 하는 모습을 봅니다.

어제 저녁 서문로 교회 연합 집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도 빠지지 않고 와 주었습니다.
올 초, 교회 청년들에게 이 자매들과 친하게 잘 지내라고 당부를 하였었는데 청년들이
이 들이 교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주었고 해서 말씀이 들어가고
이제는 스스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되었으니 참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도를 못하던 제게는 한 생명을 전도하여 구원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성가대 지휘자로서 교회로부터 받는 연구비에다 조금 더 보태면 장학금조로 이들에게
교통비를 줄 수 있습니다.
지휘를 하면서 교회로부터 연구비를 받느냐 마느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 저는 받아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지휘자로서 그 돈을 어떻게 쓰던 일단 교회의 형편이 되는 대로 일정액을 지휘자에게
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성가대 지휘자들은 알게 모르게 그 연구비를 다시 성가대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어서는 L 자매 " 그래요 그럼, 본 교회 가서 열심히 봉사하고.... 좋은 일 있으면 연락하고..."
" 네 .. 집사님 너무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세요. "
밝은 미소를 머금고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가는 L 자매,
소한의 추위를 무릅쓰고 인사를 온 L 자매의 뒷모습이 이쁘게 보였습니다.

 

2003·01·10   쓰다.

 

댓글

큰 아들

^^; 찬양대 앞에서 지휘에 열중하시는 아버지를 볼 때 참 자랑스럽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너무 좋은 복을 주시는 것 같아요.
일주일 내내 찬양대 곡 연습하시는 열심에 분명 하나님께서 갚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