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체험기 (1) 어떤 남자

2008. 11. 23. 09:02칼럼

내가 전도를 받고 예수를 믿은지가 30 여 년이 지났는데도 내게는 전도의 열매가 없어서 늘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교회 봉사는 주일학교 교사며 성가대며, 청년회며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고 부담이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전도 열매가 없는 것 때문이었다. 

그 동안 여럿이 함께 하는 노방전도, 기관 활동의 축호전도, 개인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전도를 해 보았지만 

통 성과가 없어서 올해는 큰 맘 먹고 전도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성가대를 1년 간 쉬기로 했다.

성가대하고 지휘하는 것 때문에 전도가 안되었을리 없었겠지만 어쨋든 1년 간은 수 십년 해온 본업(?)을 폐업하기로 했다.

 

전도가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겠으나 올해는 기어코 한 사람이라도 전도를 해서 성동교회에 등록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택시를 타더라도 예수를 믿으라 권하고 사업관계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전도를 하고

틈 나는 대로 전도용 테잎도 뿌렸다.
멀리 있는 아는 사람에게는 전도편지와 간증테이프를 보내고 
낙심 중에 교회에 나오지 않는 조카를 범물동까지 가서 태우고 교회에 가기도 했다.
전 같으면 전화로 " 교회로 오너라 " 말만 했겠지만...

 

점심을 먹고 1시부터 3시까지 시간이 나는 것을 이용해서 혼자 교회 주변을 다니며 차량 윈도 브러쉬에

전도지를 꽂기도 하고 동네를 다니다가 만나는 사람에게 전도지를 나누어 주며 복음을 전했다.
신암전신전화국 앞 버스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도를 했다.

동화사 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 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시간이 길었다.

 

동대구역에도 가서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전도를 했다. 
어느 도시든 역에 가면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는 노숙자도 있었고 고아 출신으로 과거에 중기 운전을 했던 사람도 있었다.

컵 라면을 사서 점심을 때우고 있는 노인도 있었다. 
어떤 불쌍한 사람에게는 전도를 하다가 몇 천원들 쥐어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의 두서가 없었지만  
한 3개월 정도 하다보니 이제는 좀 늘어서 말도 조리있게 나오고 사람들을 대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3월 12일 주일 날 ,

그 날도 동대구역 쪽으로 가던 나는, 슈퍼마켓 앞 침상에 앉아서 
초점 잃은 눈으로 술병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에게 복음을 전할 셈으로 그 앞에 앉아서 그가 풀어 놓는 긴 사연을 10분 정도 들어주다가. 
나는 성경책을 펴 보이며 전도를 했다.

그는 술을 먹고 있었지만 정신은 말짱해서 대화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는 기독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로부터 쫒겨 났다고 했다.
몸에는 병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한 때는 잘 나갔고 사우디에 가서 돈도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술로 나날을 보내는 중이라고 했다.

옷은 더러웠으며 얼굴은 알콜 중독으로 검어져 있었다.

 

1시간 정도 복음을 전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는 나에게 자기 집으로 같이 가달라고 했다.

그는 나를 자기 집이라며 어떤 빌라의 2층으로 안내했다.
문 앞에 서서 그가 초인종을 눌렀으나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한참을 벨을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자기 부인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그가 낙담하며 계단에 주저 앉았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고 고개를 떨구고는 말없이 한 참을 잠자코 있었다. 
나는 그냥 돌아올 수가 없었다.

그 앞에 앉아서 그의 두 손을 마주잡고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칠 때 그는 아멘이라고 했다.
다음 주일 아침에 내가 데리러 갈 테니 깨끗한 옷 입고 기다리라고 하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무슨 까닭인지 분명치 않지만 눈물이 흘러 나왔다.

오후 예배가 시작되기 전 찬양 시간에 밖에서 누가 찾는다는 연락이 와서 나가보니 그 사람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를 데리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때묻은 자기 윗도리를 벗어서 한 쪽에 놔 두고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술 냄새가 심하게 느껴졌던지 이 쪽을 쳐다보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옷이 더러워서 다음 주일 날 깨끗한 옷을 입고 만나자고 했던 나를 "기도하고 싶어서 오늘 왔습니다." 하고

찾아온 그 였기에 예배드리는 시간 내내 나는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다.
하나님께서는 옷이 문제가 아닌데, 술 먹은 것이 문제가 아닌데....
"아버지 집에 당장 갑시다" 왜 그렇게 하지 못했던가?

 
친구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는 나이가 되면서 비로소 전도를 해야 되겠다는 절박감에 문득 정신이 들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여 예배 도중 내 눈에는 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그는 오후 예배를 드린 후 나와 헤어져 집으로 갔다.
아마 집에는 못들어 갔을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성동교회의 기도 모닥불 회원들은 나처럼 늦게 깨닫는 사람이 되지말고
젊을 때부터 부디 전도에 적극성을 가지고 열심히 친구들을 전도해서 후회없는 삶을 살기 바란다. 

요즘 내 마음은 전에 없이 매우 기쁘다.
이제라도 전도할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내게도 상을 준비하고 계실 하나님을 찬양한다.
전도해 보기로 작심한 이후 오후 예배의 찬양이 한결 뜨거운 요즘이다.
할렐루야 !

20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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