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체험기 (3) 목사님이십니꺼?

2008. 11. 23. 20:13칼럼

12월10일, 제직회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2시쯤 동대구 역으로 혼자 전도하러 갔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대합실 바깥 역 마당에 많은 사람들이 서성거리곤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자 대합실 안에만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 전도할까 대합실 내를 둘러보고 있다가 한 청년을 발견하였다.

이발을 하지 못해 머리가 길게 자라 더부룩하고 초췌한 모습의 다소 야윈 청년이었다.


그가 입은 검정색 양복 앞 옷깃에는 뭘 먹다가 흘렸는지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는 무엇을 찾는지 대합실 바닥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 앞을 두 번이나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나란히 붙어 걸으면서 물어 보았다.

"무엇을 잃어 버렸습니까?"

대합실 안이 시끄러워서 내가 묻는 말을 잘 듣지 못한 듯해서 나는 다시 좀더 큰소리로

그의 귀에 가까이 대고 재차 물어 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청년에게 경계심이 들지 않도록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아입니더. "

그 청년이 작은 소리로 대답을 했다.

"예.... 어디 가실라 캅니까? "

"아입니더"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그도 섰다.


나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쪽으로 비켜서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 집이 어디십니까? ..."

" 비산동입니더"

"비산동이라예? 아 ! 나도 옛날에 비산동에 살았는데 ... 비산 몇 동에 사십니까?"

"9동 입니더"

"9동이면 어디쯤입니까? 나는 북 비산 로터리 부근에 살았었는데....."

"북부 주차장 부근입니더."

청년은 나의 물음에 순순히 대답을 잘해 주었다.

나는 그를 데리고 환풍기가 놓인 기둥 쪽으로 갔다.


나는 커피 자판기에서 밀크 커피를 두 개 빼내 돌아와서 그에게 건네면서 말을 계속했다.

"점심은 잡수셨습니까?"

좀 망설이던 그는

"....못 먹었심니더" 라고 대답했다.

" 그래요...."

힘이 없어 보이던 청년은 비록 양복을 입긴 했지만 아침을 먹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대합실 한쪽에 있는 신라명과매점으로 가서 빵을 두 개 사서 그에게 주었다.

봉지를 뜯고 빵을 입으로 가져가는 그의 손이 며칠 세수를 하지 못해서인지 더러웠다.

나는 측은한 마음으로 그가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가 고맙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나더러 빵을 먹으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점심을 막 먹고 나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젊은이 교회 다녀 보셨습니까?"

"예.-"

그가 내 물음에 관심을 보였다.


"다녀 보셨어요? 언제요? " 반가워서 거듭 물어 보았다.

"목사님 이십니꺼? "

"아닙니다. 집삽니다. 저 건너편에 보이는 교회 집삽니다."

손으로 교회 쪽을 가리켜 주었다.

"교회는 초등하교 다닐 때부터 다닜지요...."

" 아! 그렇습니까? 고향은 어딥니까?"

"영덕 입니더"

"영덕이면 포항 위에 말입니까?" 내가 영덕을 알아듣자

그는 "예, 영햅니더 "

" 영해요?!" 온풍기 바람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우리는 큰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영해 어느 교회 다녔습니까? 몇 년이나 다녔습니까? "

" 초등학교 4 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다닜심더"

"네에, 그러면 5년 정도 다니셨네요. "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 교회 목사님이 우리하고 잘 아는 사람입니더? 우리 조모하고 그 교회 전에 목사님이

집안 이었심더. 지금은 그만 뒀을낍니더."


청년이 빵 한 개를 다 먹었을 때 나는 더 먹으라고 권했지만 그는 가슴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두드리면서 목이 막히는 듯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했다.

"아침은 어떻게 했는데요?" '

"3일 동안 먹지를 못 했심더....."

"3일 동안이나 굶었어요? 그래서 우야노? 잠은 어디서 자고요?"

"역에서 .... 역에서 의자에서 ....."

의자에서 앉아 밤을 지새우며 어떤 때는 대합실 내를 계속 걸으면서 잠을 쫒는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래 , 아까는 뭘 찾는 것 같던데...?"

"돈을 잃어 버리가꼬...."

"돈을요? 왜요? 어쩌다가?"

"역에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 나왔는데 .........." 나는 왜 잊어 버렸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내게 들려준 말은 고향 영해에는 늙은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며 계시고 누나가 있고 자기는

외아들이라고 했다.

대구에 와서 비산9동 에 있는 프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몇 달째 봉급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더 이상 있어봐야 돈도 못 받을 것 같고 해서 공장을 그만 두었으며

역에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했다가 지갑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있다는 것이

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2,000 원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내가 잊고 그냥 헤어져 와 버리면 안 된다 싶어 미리 주었다.

."고맙심더....."

청년은 2,000 원을 받아들고 고맙다며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나는 그에게 성경에 있는 탕자의 비유를 들려주었다.

아버지의 마음은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말을 해 주었고,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며,

예수님은 가난한 자와 약한 자와 소외된 자를 부자 보다 더 사랑하신다는 내용의 복음을

들려주었다.

청년은 잘 들었으며 연신 " 예, 예" 하며 나를 만난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듯 했다.

내가 부지런히 전도하고 있을 때 어떤 청년도 곁에서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50 분 가량을 그 청년에게 복음을 전하고. 용기를 잃지 말 것과 지금부터는 잃었던

신앙을 다시 회복하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하였더니. 청년은 꼭 교회에 다시 다니겠다고 했다.

나는 기도를 해 주겠다며 이름을 물어 메모를 하였다.

그는 현기욱 이라고 자기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의 양손을 잡고 마지막 말을 해 주었다.

" 오늘 나를 만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젊은이를 사랑하셔서 나를 만나게 하셨 다고 봅니다.

그 동안 객지에서 고생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봅니다.

이제는 하나님께 전적 모든 것을 맡기고 믿음생활 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시기 바랍니다."

"예! "

청년은 아까보다 훨씬 생기 있는 얼굴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내친김에 그를 교회로 데리고 갈 셈으로

" 지금, 3시 반부터 예배가 시작되는데 나랑 같이 우리 교회 갑시다." 하고 그의 팔을 끌며

교회로 가자고 했지만 그는

" 지금은 좀 ...... 지금은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없어서..... 다음부터 꼭 가겠심니더."

하면서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름을 적고 그와 헤어져 육교 위로 걸어서 교회로 오다가 내가 아까 2000 원을 주고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 다시 대합실로 돌아갔다.

돈을 적게 가지고 다니는 내 습관이 후회되었다.

2,000을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텐데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남은 6,000 원을

마저 주기 위해 대합실 화장실까지 찾아보았지만 청년은 찾을 수가 없었다.


< 하나님 현기욱이를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

잃어버린 신앙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좋은 사람 만나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옵소서,'

오늘 현기욱이를 만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현기욱이를 위해 계속 기도하게 하옵소서.

현기욱이를 구원하여 주옵소서.>


중얼거리며 교회로 돌아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밤, 현기욱이는 어떻게, 어디서 밤을 지내고 있는지 애가 쓰인다.


200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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