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할머니와 구역헌금

2008. 11. 23. 21:15칼럼

우리 구역에 올해 70 세가 되시는 김** 할머니가 계신다.
김할머니는 * **전도사님이 전도해서 우리 교회에 출석한 지가 1년 정도 되시는 노인이다.

할머니는 중학교 2 학년짜리 외손녀와 초등학교 6학년짜리 외손자를 키우고 계신다.
조금마한 학원을 경영하던 딸이 경영난을 못이기고 1 년 전에 자살로  먼저 저 세상으로 가버리자 아이들을
떠맡게 된 불쌍한 노인이다.

사위는 오래 전에 딸과 별거를 하다가 지금은 서울에서 딴 여자와 결혼을 해서 살고 있고 이 쪽 자식들은 돌아보지 않아서

할머니가 두 남매를 키우며  어렵게 사신다. 

할머니는 새벽 일찍부터 리어카를 끌고 길거리에 다니며 파지나 고물을 모아서 생활하신다.

김할머니가 우리 구역 식구가 되어 구역 예배에 참석하게 된 지는 몇 달 안된다.

할머니의 집은 **  초등학교 부근 길가의 2층이다.

 

할머니 집에 구역예배를 드리러 가보면 고물을 싣는 리어카가 집 앞에 있고 어떨 땐 고물이 좀 실려 있기도 했다.
1/3 쯤 열어 놓은 셔터 밑으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서 2층 계단을 올라가면 할머니가  두 남매를 데리고 사시는 작은 공간이 있다.

계단 한 쪽으로 빈 계란 판들을 쌓아 놓고 있었고 고물들이 집 이곳 저곳에 널려 있기도 했다.

 

일곱 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세 식구가 사는데 어떤 날은 설거지를 하지 않은체 그릇이 싱크대 위에 그대로 쌓여 있기도 해서

손녀가 할머니를 돕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출입문은 유리가 깨어져 천으로 가려 놓고 있었다. 문을 들어서서 집안으로 들어서면 여기 저기 세간이 아무렇게나 늘려 있어

처음에는 이상한 곳에 왔다는 기분과 함께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비닐 바닥은 끈적끈적해서 발을 옮기면 양말이 바닥에 달라붙는것 같아서 처음 할머니 집에 예배를 드리러 갔을 때는 바닥에 그냥

앉기가 머뭇거려 지기도 했다.  " 좀 닦지 않고..."    하며 언짢아했었던 적도 있었다.
7순 노인이 하루종일 리어카를 밀고 다니다가 지친 몸으로 돌아와서 손수 청소를 해야되는 형편을 알고 난 후부터는

" 주여 ! ... " 하고 그대로 앉았던 것이다.

 

참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할머니에게 요즘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딸이 남겨 놓은 빚 때문에 집이 경매로 타인에게 넘어가게 되어 곧 집을 비워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구역식구 모두는 무슨 말로 할머니를 위로해 주어야할지 조심스럽기만하다.

 

그저께 저녁 , 할머니 집에서 구역 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내는 시간이었다.
나는 구역예배 헌금으로 2,000 원을 꺼내 상위에 내어놓았다.
아내 김 집사가 2,000 원 , 어머니가 2,000 원, 성 권사님이 10,000 원을 내었다.

(성권사님은 할머니가 보고 부담스러워 할까봐 안 보이게 내어 놓으신다.)

헌금이 부담이 되어 예배에 빠질까봐 우리는 " 할머니 어려우신데 헌금 안내셔도 하나님께서 아셔요.

그냥 참석만 하세요" 하면서 만류를 해왔었다. 그래도 할머니는 늘 1,000 원씩 내시곤 했다.

 

찬장에서 음료수와 빵을 꺼내 놓던 할머니가 3,000원을 꺼내 놓는 것이었다.
"무얼 그렇게 많이 하십니까? 2,000 원만하시지요..." 하면서
나는 1,000 원을 되돌려 주려고 1,000 원짜리 한 장을 할머니에게 내밀었더니
"받아놔요. 괜찮아요...." 할머니는 기어코 3,000 원을 헌금하셨다.

 

한 주간 읽은 성경 장 수를 각각 말할 때였다.
김할머니는 "이번 주에는 열 장 넘게 읽었어요..."

하며 웃는 얼굴로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내 옆에 앉아서 기록을 하던 아내 김 집사가

"  강사보다 낫네~ 하며 내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지만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섯 명이 드린 구역예배에서 가장 정성을 다하여 준비된 예배를 드린 사람은 김할머니였다.
3,000 원을 내 밀던 할머니의 헌금을 1,000 원을 도로 내주려 했던 나의 작은 믿음, 하나님 보실 때 얼마나 한심스러웠을 것인가

나 스스로도 후회가 되는 그날 밤이었다.

 

교제를 나누는 시간에 할머니는 "  이번 달에는 한 50 만원 넘게 줏었어요..."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계속 들려준 이야기는 내 놓은 옷가지를 살펴보다가 만원 짜리 몇 장을 한꺼번에 주웠던 적이 있었고, 박스를 살피다가 누가 부조를 받았던 것인지 봉투가 여러 개 나왔는데  그곳에서 수십 만원을 주웠고, 어떤 곳에서는 책을 주워서 살펴보다가 또 몇 십 만원을 주웠다고 했다.

" 아이구 ... 하나님 은혭니다. "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하나님 은혜를 들먹였지만 이제 갓 믿기 시작한 김할머니보다 오래 믿은 우리가 믿음이 작은 것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2001 년 6월  1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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