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2008. 11. 20. 08:19칼럼

어제 5월9일자 조선일보를 봤더니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씨가 클래식 음악회에
주한 외국 대사 부부등을 초청하여 함께 참석하면서 민간외교의 한 몫을 톡톡히 잘 담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특집기사가 실려 있었다.

주한 외국 대사 가족들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회에 초청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과 함께 앙드레김 씨는 특별석을 대거 매입해 주기 때문에 클래식 이벤트 회사들의 큰 고객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 있었다.

평소 앙드레김 씨의 화장한 얼굴이며 말씨하며 그의 이상한 웃음까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그에게 그런 면이 있었는가 싶어서 앞으로는 그를 달리 보기로 했다.

교회 성가대원으로서 또 지휘자로서 음악과 가까이할 수 밖에 없는 나는,
지휘를 배우던 시절(1989년)에 나를 가르쳐 주시던 안승태 선생님이 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였던 덕으로 대구 시립합창단 정기 연주회에 자주 갈 수 있었는데 그럴 때는 대게 가족들과 늘 함께 갔다.

크리스찬 코랄 단원으로 무대에 섰을 때나 아내가 CBS 어머니 합창단원으로 출연할 때 겪었던 일이지만 아는 친구들이나 교회 집사님들이 꽃을 사들고 찾아 와서 축하해 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찾아 와서 축하해 주는 것 자체도 고맙지만, 들어 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아는이들의 연주회가 있는 날이면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꼭 참석하는 편이다.
꽃을 사들고 가서 축하를 해 주기도 하지만 빈손으로 갈 때도 많다.
가서 얼굴만 내밀어도 그것이 그들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연설하는 사람도 청중이 많을 때는 힘이 저절로 생기고, 관중이 많을수록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지치지 않듯이 음악회에 청중이 많으면 연주자는 고무되고 실력 발휘도
더 잘 되는 법이다.
어떤 행사든지 참여해 준다는 것 만으로도 그날의 주인공에게는 엄청난 격려가 되는 것이다.

무대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사랑의 부부합창단원으로서 간혹 순회예배 찬양을 하거나 일년에 한 번씩 정기 연주회 무대에 서게 되는 나로서는 음악회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런참에,
클래식음악회 참석을 통해서 좋은 아이디어도 얻고,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며, 또 사업상 고객관리라는 실리도 챙긴다는 (주한 외교사절 부인들은 앙드레 김씨의 고객이라고 함) 앙드레김 씨의 기사를 읽고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회에 몇 번 참석해 보고 서울의 클래식 음악회 분위기가 대구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알았다.
몇 번 봐도 시작 15분 전부터 자리가 거의 다 채워졌고 출입구에는 안내양이 지키고 있어서 연주중에는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라든지, 떠들지 않고 조용히 연주자의 발표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주 중에 자리를 찾아 다니거나 통로를 뛰어 다니는 어린아이들 , 연주중인데도 좌석에서 잡담을 나누는 .....
실로 한심한 대구의 매너를 생각하면 나 자신 대구 사람인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서울의 오염된 공기, 복잡함등을 거론하며 대구가 훨씬 살기 좋다고 아내 앞에서 우기던 나였는데 ....

연주가 끝나고 로비에 모두들 나와서 출연자를 기다리는 시간에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의 모습에는 생활의 윤택함이 보이고 이름을 들먹이면 모두가 알만한 음악인들이 더러 섞여있어서 대구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내가 갔던 어떤 날은 축구 감독으로 유명한 히딩크씨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대구에 살면서 음악회에 많이 가 봤지만 음악회장에서 만난 사람 중 이름 있는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음악 교수들, 합창 지휘자, 성악가, 악기 연주자, 대구의 음악인들의 마음을 알 수 가 없다.

남의 연주는 일부러 외면하는 건가?
음악회에 참석하는 것이 배우러 온 것 처럼 비치기라도 한단 말인가?

혹 제자들을 만나면 체면이 깎이기라도 하는 걸까?

하여튼 대구에 사는 음악 지도자들은 남의 음악회 참석에 너무나 인색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감상이 주는 잇점이 몇 가지가 있는 걸로 안다.
첫째, 가정의 화목이다.
자녀들과 함께 음악회 출입을 함으로서 취미,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같아지며 대화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부모 자녀 사이의 벽이 없어 지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간의 공통의 취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재산인가.

둘째, 자녀들의 정서를 안정되게 한다.

학업에도 프러스 효과가 있다.
컴퓨터의 하드를 한번씩 정리해 주어야 속도가 향상되듯이 클래식 음악회에 간혹 참석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정리하는 것은 공부를 계속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음악회는 고급사교장이 될 수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끼리 그간의 소식도 듣고 새로운 정보도 교환하고 출연자의
그간의 노고를 격려해 주면서 사람 사는 멋을 고상하게 한껏 내 볼 수 있는 그런 장이
될 수 있으므로 얼마나 좋은가.
사람마다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음악회 참석은 그 중 고급취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음악은 사람을 고상하게 만들고 아울러 품위를 높여 주며
깊은 사색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집에서 오디오를 듣는 것도 좋지만, 연주회장에서 직접 듣는 생생함은
한껏 마음을 새롭게 해 주는 힘이 있다.
고집을 버리고 헛된 욕심을 버리게 하며 넓고 높은 기상을 지니게
하는 클래식 음악회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앙드레김 씨의 클래식 애호 활동을 그린 기사가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2000, 0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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