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말티즈 구명운동 ....

2008. 11. 18. 23:13칼럼

마루가 우리 집에 온지가 벌써 1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쪼그마한 녀석을 데리고 왔는데 이젠 커서 앞발을 들지 않고도 밥상을 기웃거릴 만큼 키가 컸다.
오줌은 잘 가리는데 똥을 잘 못 가려서 어머니 방 한 가운데다 실례를 해 놓을 때도 있고

CD 장식장을 물어뜯어 흉하게 흠을 내 놓기도 하고 간혹 우리 방에다 오줌을 싸 놓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귀엽기만 하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고 취미도 별나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품에 안고 다니는 것을 볼 때나 옷을 입히고 치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볼 때는 너무 하는구나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키워보니 남의 말 함부로 할게 아니구나 싶다.

말티즈인 마루는 영리한 녀석이라 좋고, 하얀 털에다 새까만 눈이 똥그랗게 이뻐서 좋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설 때 반갑게 맞이해 주어서 좋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야단치거나 매로 뒷다리를 때릴 때 도망가지 않고 다소곳이 눈을 내리깔고 앉아서 꾸중을 듣고 있는 모습이 좋고, 기분이 좋을 적에는 온 방과

거실을 내달리며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녀석의 마음이 좋고, 누가 움직이면 쫓아다니며 심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장난감을 가지고 이리저리 집안에서 혼자 놀 때도 보는 재미를 주어서 좋고
주일 날, 하루 종일 빈집에 혼자 내버려두고 교횔 다녀올 때도 여전히 꼬리치며 반가워하는 녀석이 좋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면 곁에 서서 머리를 만져달라고 앞발로 내 손을 긁어대는 녀석의 붙임성이며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조용하게, 얌전하게 구는 것도 좋다.


이런 녀석이기에 어머니도 이 녀석을 무척 좋아하신다.
거실에 우리가 없을 때 마루 녀석 앞 다리를 양손으로 들어올려 무릎에 올려놓고서는 "째재구, 째재구, 쨋째구....째재구 째재구 쨋째구...." 얼러시는 광경을 보기도 했다.
속으로 우스웠지만 짐짓 못 본체 방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온 종일 혼자 집에 계실 어머니, 성품이 조용해서 바깥출입을 잘 하시지 않는 어머니께
마루의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귀한 존재며 우리 집안에서 그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말썽을 부리거나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피우거나 어쨋거나 마루는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마루 녀석이 우리 가족에게 기쁨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내년 5, 6 월경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할 때, 아내가 마루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마루가 말썽을 부렸을 때 화가 나서 한 소리겠지만 말이다.
아내도 마루가 귀엽게 세레머니를 할 때는 " 마루, 잘 놀았나? 마루~ " 하고 귀여워 안아 주기도 하지만 집안의 너저분한 것을 치우는 아내 입장에서는 마루가 귀찮은 녀석이 되리란 점도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다.

집안에 냄새도 나고 (나는 다행히 그 냄새를 감지 못하고 있다.)
목욕도 시켜주어야 하고 ( 말리는 것은 내 책임이다.) 가구를 망가뜨려 놓기도 하니 어찌 곱기만 하겠나.
게다가 어젯밤에는 아내가 들고 다니는 손가방의 잠금고리(나무로 되어 있는 )를 마루가 물어뜯어 못 쓰게 해 놓았으니 마루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마루의 구명운동을 내가 해야할 처지지만 아직은 때가 일러서 데려가자, 말자 말을 하진 않고 있다.

시일을 두고 아내의 결정에 반대할 명분 찾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

 



 

기르던 마루를 손주들 때문에 교회 어느 집사님께 주었는데 심방갔다가 만났습니다. 어찌나 반가워하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