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집사님이 섬기는 하나님 ...

2008. 9. 2. 22:13칼럼

회사 업무상 만났던 훌륭한 집사님 한 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건축사인 Y집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얼마전 그의 건축설계 사무실로 건축에 관한 상담을 하러 들린 때였습니다.
그의 첫 인상은 너무나 평범했고 바라보기 편안한 눈빛을 가진 집사님이었습니다.
건축을 해야될지 리모델링을 해야 될지 상담하러 찾아간 나에게 Y집사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 하나님께 기도해 보세요....사람의 생각으로 판단하시지 말고 하나님 앞에 기도해 보고 결정하세요. "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교인들이 걸핏하면 그런 투의 말들을 건성으로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처음에는 그의 말도 예사로 듣고 넘기려 했습니다.
-- 누군 기도해야 된다는 것을 모르나?  --        
 속으로 핀잔을 주고

" .......... 그래서 우리는 이 곳이 좀더 개발 될 때까지 건축을 하지 않고 우선 리모델링을 해서 쓰다가 .......건축시기를 좀더 기다릴까 싶습니다만...."

하고 내가 계획을 말하자

" 급하게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기도해 보십시오. 기도하시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아시게 될 겁니다." 
하고  또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은근히 부아가 솟구치는 것을 참으며 지적도를 그에게 들이밀며 설명을 계속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 사람이 먼저 일을 하려고 하면 하나님은 뒤로 물러서십니다.
하나님께 보고(기도)하고 맡겨버리면 하나님이 그때부터 일하십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처음에 참 어렵지만 맡겨보시면 역사해 주십니다."

좋은 방법을 묻던 나는 그의 이런 말에 조금 실망하면서도 그의 신앙이 참 순수하고, 좋은  믿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간혹 고개를 끄떡이며 계속되는 그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Y 집사님은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들려주며 이 일을 위해서 자기도 기도해 주겠으니 기도해
보고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그 후, 나는 Y 집사님을 수차 더 만났고 그의 사람됨과 신앙에 깊은 감동을 받으면서 신앙의 도전도 많이 받았습니다.
Y 집사님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서 교회( 본 교회는 멀어서 가까운 지하개척교회) 에 꼭 들러서 하나님께 먼저 보고를 한다고 합니다.

< 하나님, 오늘 아무개씨하고 만납니다. 아무개씨가 아직 예수를 모르고 있는데 그에게도
예수 생명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경주로 견적 넣으러 갑니다. 
저녁엔 아무데에 갑니다.
아무개는 학교 생활이 재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

이렇게 보고를 한 다음 사무실로 출근을 한답니다.
저녁에 퇴근 할 때도 마찬가지로 교회로 먼저 가서

< 하나님, 오늘 아무개씨 만났는데, 입을 열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경주 견적은 좀 불안합니다. 하나님 일이니까 저는 뒤로 물러 서 있겠습니다.
아무데에서는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지금 마음도 안 편하고 후회가 됩니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괜히 해서 안될 말까지도 했네요....내가 왜 이리 못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하나님 욕할까봐 걱정입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세세히 보고(기도)를 하고서 집으로 들어간답니다.

" ...이렇게 보고하는 생활을 해 보십시오.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겁니다. "

이러면서 빙그레 웃는 그의 얼굴이 차츰 잘 생긴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빨 두 개가 특이하게 검게 변색이 되어 있는데도 이상하게 그것이 그의 매력으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주인이라 하면서도 실상은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있다면서
종이면 종으로서 주인에게 마땅히 매일 매일 보고를 해야한다는 거였습니다.
종은 보고만 하면 되지 더 이상 무언가를 앞서 가는 것은 종의 신분을 벗어나는 행동이라는 말입니다.

처음에,
"요즘 경기가 매우 안 좋다" 고 했더니 그가 대뜸
"불경기 호경기 하는 것은 인간들의 판단이고 하나님은 불경기가 없다 "  는 거였습니다.집사라고 인사를 나눈 터에 이 말로 나의 기를 확 죽이지 않겠습니까?

보고(기도)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얼마나 시시콜콜 모든 걸 다 선하게 이끄시는지
세상사는 방법을 잘 가르쳐 주시는지 경험해보라는 Y 집사님의 간증을 들은 그날 이후로 나도 새로운 마음으로 대소사를 하나님께 보고(기도) 하려고 마음을 다잡아 먹었습니다.

격식을 차린 기도, 유창한 기도에 하나님이 귀 기울이시는 게 아니라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한 기도, 순수한 기도, 마음에 담겨있던 짧은 외마디 하나를 들으신다는 것을 Y 집사님이
내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무엇을 주세요. 도와 주세요. 해 주세요.
하는 기도가 아닌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까? 묻는 기도가 응답받는 기도라는 것을 그가 말해 주었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과거부터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 Y집사님이 하는 말에 나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다 놓고 갈 건데 무얼 그렇게 염려하느냐?
장사가 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
장사가 잘 되어서 바빠 하나님 앞에 자주 못가면 그게 화지 복이냐?
재물이 많아도 그게 화인 경우가 있고 없어도 복인 경우가 있다> 라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울림이

되어 내가 다가왔습니다.

내게 그런 믿음으로 그렇게 신앙생활 해 보고 싶은 충동을 준 Y집사님이 어찌나 고마웠던지,
또, 나를 사랑하셔서 그를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이 어찌나 고마웠던지......

 

2003. 06. 20. 글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