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예수 사랑 축제

2009. 11. 4. 23:51칼럼

 

예수사랑 축제가 시작되었다.

주일 오전 예배 시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윤홍섭씨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철보다 조금 얇다 싶은 양복을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차를 도로가에 붙였다.

평상시 늘 잠바를 입던 그가 교회에 초대받아 간다고 차려입은 거 하나만 봐도 그는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신 시간, 그는 믿겠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나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 왔지만, 아직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내 기도가 부족한 때문이려니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자고 자신을 달래 본다.

 

오후 예배 때는 데리고 갈 사람이 없다.

지난번처럼 택시 기사라도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점심을 먹고 동대구역 육교 밑으로 갔다.

“하나님...오늘, 어떤 사람을 데리고 가야 될른지요? ....”

 

버스 승강장 부근에서 사람을 찾고 있는데, 젊은 여자가 다가왔다.

“저 ,,,돈 천원만 주이소. 부산에서 왔는데예,... 집에 갈 차비가 없심더. 돈 천원만 주이소“

“부산요? 천원 갖고 어떻게 가능교? ...”

“다른 사람한테 또 얻을라꼬예.......”

남편이 술을 먹고 애를 먹여서 싸우고 집을 뛰쳐나왔노라고 했다.

아직 오후예배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하나님께서 이 사람도 내게 붙여준 모양이다 생각하고

“아줌마,... 내가 내려 갈 차비를 줄테니까 내말 잘 들어보이소.” 하고 복음을 전했다.

아이들 바라보고 열심히 살라고 오빠처럼 훈계도 잊지 않았다.

 

여자가 동대구역으로 사라진 후 나는 다시 택시 기사를 물색하다가 한 사람을 만났다.

“수고 많슴니더. 요즘 장사가 어떻습니꺼? ”

“이래 놀고 있는데요 뭐...”

“에~또, 아저씨, 나하고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정도 같이 있어 주면되는 일이 있는데 ...

날 따라 갈랍니꺼? 운전은 안 해도 됩니더 두 시간에 얼마 주면 되겠능교?"

"무슨 일인데요? “

“그냥...별일은 아닌데, 묻지 마시고 그저 날 따라 오면 됩니다. 내가 나쁜데 데리고

가진 않을테니까 안심하시고요...”

 

덕성초등학교 운동장에 택시와 내차를 주차해 놓고 교회로 걸어가면서 나는

“사실은 내가 이 근처에 있는 교회 장롭니다.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슴니더.” 내 명함을 주었다.

“오늘은 우리교회에 서울서 유명한 강사가 와서 간증집회를 하는데 한 사람씩 데리고 가야하거든요.

데리고 갈 사람이 없어서 아저씨를 이렇게 데리고가는깁니더.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아저씨를 위해 기도할라고 그러는데 전화번호가 우예됩니꺼?“

그의 이름과, 주소, 가족관계까지 묻고는 수첩에 적었다.

 

“오늘, 잘하면 아저씨 팔자를 고치는 날이 될른지도 모릅니더.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훨씬 복되고 행복한 삶이 될 수도 있습니더. “

 

옆자리에 그를 앉히고 강사가 하자는대로 그와 눈을 맞추기도 하고 어께에 팔을 두르기도 하는 사이

그의 입가에 미소가 일기 시작했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예수를 영접하실 분은 조용히 일어서 주십시오.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강사의 말이 이어질 때 나는 살며시 그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가 일어선 채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지 않는가?

“오 ! 하나님...”

저절로 내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다.

나는 일어나서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를 지긋이 안았다.

이 사람도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가?

 

등록하라고 권했지만, 그는 집에 가서 아내와 의논하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덕성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나란히 걸었다.

그가 내게 말했다. 교회에 앉아 있으니까 마음이 굉장히 편안하더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이제 그와 헤어질 시간 , 약속한 2만원을 주려고 지갑을 꺼내었더니

“돈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 20만원 보다 더 큰 걸 얻었습니더.”

“이 건 약속한 것이니까 받으셔야지요...“

몇 번 이나 받으라고 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거부를 했다.

“그라마 잠간만 ...“

나는 택시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요한복음 1장21절을 읽어 주며 누구든지 영접하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형제라고,

그래서 교회 안에서는 서로 형제라 부른다고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같이 기도를 했다.

 

그는 다시 손님을 태우러 갔다.

그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를 해야 할 부담이 내게 생겼다.

오늘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은혜를 베푸신 날이었다.

 

다음날 월요일, 저녁 집회에 데리고 갈 사람은 P씨였다.

그의 사무실로 가서 그를 태우고 MBC 네거리 순두부식당으로 갔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계속 속으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오늘은 교회에 꼭 데리고 가야 됩니더”

 

그를 태우고 교회 마당에 들어서자 그가 눈치를 챈 듯 내게 물었다.

“오늘 뭐하나? ”

“응, 오늘 기가 막힌 콘서트...하는 날이지...”

교회 본당에 앉혀 놓고, 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또 한 사람을 찾았다.

오늘 꼭 오겠다고 약속했던 초등학교 동기 K는 보이지 않았다.

베란다에 나와서 전화를 걸었다.

친구가 받았다. 언제나 친구는 씩씩하다.

“ 야!, K... 니 지금 어디고 ...어데있노?”

“ 어,,, 유태가?  니 안보이데... 나는 아까 교회에 가서 사인해놓고 지금 식당에서 저녁 먹고 있는 중이다”

“알았다, 빨리 온나.”

 

출입구 접수 데스크에 인도자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자랑을 하는 친구.

사업을 하는 친구라서 요런 머리가 돌아가는 모양이다.

친구의 실적(?)을 끔직히 생각해주는 게 고맙다. ㅎㅎㅎ 

K는 집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교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웃음이 난다.  ㅎㅎㅎ 

 

K와 함께 오늘 오기로 했던 또 한 친구 M.

울산까지 아들 결혼식에 따라가 주었는데 오늘 빵구를 냈다.

괘씸하지만 참는다. 내 기도가 부족한 때문이겠지....

 

예수사랑축제가 끝나고 10월21일 오후,

지난 봄, 가족사랑축제 때 교회에 데리고 갔던 택시 기사 J씨가 박카스  한 통을 사가지고 내 사무실로 왔다.

이번 집회에 참석하라고 문자를 여러번 날렸는데 오지 않다가 온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성경책을 선물로 주고 함께 차를 마셨다.

J씨 역시 지난 번 집회 때 결신을 했었다.

간 혹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된 우리는 헤어질 때 그의 택시 안에서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교회에 출석하면서 신앙생활 잘 하도록 도와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끝내자 그가 “아멘“ 했다.

 

은행잎이 떨어져 뒹구는 길로 J의 택시가 사라진 후, 나는 조금 더 서 있다가 들어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

예수사랑축제가 아니면 이렇게라도 전도할 생각을 못하는 나 자신이다.

사는 게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날들을 흘려보낸 지난 날이다.

낙옆이 떨어지는 걸 보니 또 한 해가 지나 가는 듯한데, 그나마 예수사랑축제를 인하여

" 내 집을 채우라, 강권하여 데려와서라도 내 잔치 자리를 채우라..." 하시는 음성을 듣는 마음의 귀를 열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200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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