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 제갈유태
2022. 8. 11. 16:25ㆍ나의 시
배롱나무 / 제갈유태
이글거리는 대군을 이끌고 마침내
불같은 땡볕 장군이 몰려왔다.
팔월 한낮,
그늘도 없는 현관에 배롱나무 하나가
붉은 땀 흘리며 제자리에 서 있다.
오뉴월 호시절엔 서로 얼굴 내밀더니
땡볕 장군 앞에 기가 죽었나
콧잔등도 안 보이게 다 숨어 버리다니...
그러나 여기,
홀로 백일을 지키겠다는 수문장 배롱나무 하나.
피신했다 오세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