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따라가는 젊은이들에게

2008. 12. 14. 23:15칼럼

몇 년 전, 일본에 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일행과 함께 괜찮은 식당에 안내받아 갔었는데

담배 연기가 자욱한 식당 안에 대학생들인 듯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식당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웃고 큰 소리로 떠드는 통에 우리 일행은 그쪽을 자꾸 쳐다보게 되었으며 그 들이 몹시 신경에 거슬려서 음식 맛이 짠지 싱거운지도 모르고 기분을 영 망치고 나온 적이 있다.

 

남자애들이 노랑머리를 하고서는 홀 안에 다른 손님들 생각은 하지를 않고 어떻게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나 싶어서 '순 상놈들이구먼. 저거가 전세라도 냈나?' 하고 속으로 욕을 했었다.

 

그 여행 중에 동경 시내 여러 곳을 다닐 때 키가 작은 일본 청년들 머리칼이 노랗게 또는 발갛게 염색된 것을 보고 그 유행이 곧 서울에 도착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1년쯤 지나니 한국에도 젊은이들이 머리를 염색하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뜻 성경 속의 소돔 고모라를 생각하였었다.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연출하자면 바로 그처럼 머리를 물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남자 연예인들이 귀걸이를 하고 브라운관에 나타나니까 한쪽 귀를 뚫어 귀걸이를 따라 하고,

목걸이를 하면 남자가 목걸이를 하더니 요즘은 조금 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때는 멀쩡한 청바지를 앞무릎 부분과 바지 끝부분을 일부러 뜯어서 입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유행이 지난 지금은 그 바지들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불신 청년들이 유행을 좇아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회 안에도 간혹 이 병(?)을 따라 하는 젊은이가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출장길에 지하철을 타고 앉아서 젊은이들의 신발을 무심코 살펴보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의 구두가 자신들의 발보다 더 큰 것이었으며 그 구두 끝이 배 밑바닥처럼 위쪽을 향하여 약간 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기 발보다 더 큰 구두를 신고 다니기 때문에 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해서 큰 구두를 신는다면 모르거니와 유행이라고 따라서 자기 발보다 큰 구두를 일부러 신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이 크면 걸을 때 불편할 터인데 발이 불편하면서 유행을 따라가야 하는지, 유행에 민감한 것이 센스가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둔하고, 유행에 뒤처지면 왕따라도 당한다는 말인가?

발 불편보다는 유행이 더 우선이 되는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내 나이 또래를 쉰 세대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행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유행이란 장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장사하는 사람이지만...)

유행이란 것이 없으면 새로운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변화를 주면서 신상품을 만들어 내어놓고 유행이라며 소비를 부추기고 델을 바꾸어 가격을 올리고 디자인을 약간 다르게 해서 시장에 내어놓고 매출을 올려 보자는 장사꾼들의 상술에서 모든 유행이 출발한다.

 

그러므로 유행을 따라간다는 것은 돈의 지출을 의미하는 것이고, 유행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보다는

불필요한 소비를 훨씬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유행이란 멀쩡한 것을 버리게 되므로 쓰레기 방출을 많게 하여 사회적으로도 끼치는 해악이 적지 않다.

 

유행의 속성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대게 유행이란 독특한 무엇이기 때문에 그것은 보편성이 없는 것이라서 평범한 것보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 튀는 것이기 때문에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가도 변하지 않는 것, 싫증이 나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이야말로 진정 좋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은 모델도 디자인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에 블루오니언 이란 명품 도자기가 있다.

이 제품은 180년째 디자인이나 색상이 바뀌지 않고 똑같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어머니가 쓰던 도자기 그릇을 며느리가 물려받고 그 며느리의 며느리가 또 물려받아 쓴다고

한다.

 

사용 중 깨어진 것을 언제나 보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바꾸지 않아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옛것을 좋아하는 독일사람들이 계속 애용해 주니까 명품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디자인이 오래된 것이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

자꾸 새것을 좋아하니 생산자는 디자인과 색상을

자꾸 바꾸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도 가전제품도 무엇하나 세계적으로 들어낼 만한 명품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는 IMF 때 보다 더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난국에 우리 기독 청년들의 생활 자세가 더 합리적이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사더라도 유행 타지 않는 것,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사는 것이 기독 청년들이 지녀야 할 정신 자세요 지혜라고 생각한다.

계절이 바뀌었을 때 항상 입고 나오는 그 옷, 그래서 그 사람하면 그 옷이 연상되는 옷,

트레이드 마크처럼 언제나 변함없는 그 옷을 입고 교회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겠다.

 

10년을 같은 옷을 입고 나오면 어떤가?

그런 옷을 입고 자신 있는 웃음을 웃어 주는 그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자기 수준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절약된 돈으로 값어치 있는 데다 쓸 줄이는 사람....

그런 젊은이와 신앙생활을 같이 하고 싶다.

 

근검절약 정신은 독일사람의 정신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독일 밀레사에서 영업 담당 이사로 한국에 1년에 한 번 정도 출장 오는 노신사를 알고 있다.

베커라는 이름의 60세가 좀 넘은 이분을 91년도 개업 초기부터 알았는데 요즘도 출장 올 때는 약간 보랏빛이 감도는 희색의 10년 전 그 바바리코트를 가지고 오곤 한다.

그때의 그 가방을 들고....

 

자기의 소신과 자기의 철학이 있는 젊은이만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2001, 06 ,16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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