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가 되는 길

 

지난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청년 요셉 집단상담수련회를 마친 보고와 중 고등부 성경통독 보고가 있었다.
청년요셉 위원장인 믿음이가 앞에 나가서 집단상담수련회 보고를 하고 성가대석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보고를 하는 동안 눈을 지긋이 감으시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듣고 계시던 담임 김용구
목사님께서 " 믿음이는 의대생이제... 내가 생각하기로는 믿음이는 공부를 잘 못할 것 같네..." 라고 말씀 하셨다.

맨 앞 찬양대 지휘자 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목사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시나
싶어 일순간 긴장이 되었다.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한다는 게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없어 아무래도 공부를 잘 못
할거라는 생각이 드네... 믿음이가 교회 봉사를 참 많~이 하는데...
의대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텐데 부모가 교회 봉사하도록 놔두니까 봉사를 하게
되는 긴데 .... 내라도 기도를 해 줘야 안되겠나 싶어서 ...
믿음이 명의 되게 해 달라고 내가 기도하고 있습니다." 믿음이 쪽을 쳐다보시다가 아래쪽을
쳐다보시다가 교인들 쪽으로 쳐다보시다가 혼잣말처럼 목사님께서는 특유의 표정까지
지으시면서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목사님께서는 믿음이를 쳐다보면서 " 믿음아, 내 니를 위해 기도하고 있데이..." 하고 말씀 하셨다.
목사님께서는 덧 붙여서 명의는 공부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 상관없이 된다고 하시며 어떤 분을 예로 드셨다.

사실 믿음이는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퇴근을 하여 저녁에 집에 오면 믿음이는 없었고 낮으로도 간혹 집에
전화를 하여 어머니에게 물으면 믿음이는 교회에 가고 집에 없었다.

여름방학에 적당한 휴식을 하면서 가을 학기에 대비하고 자신의 도약을 위해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믿음이는 교회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지 매일 교회로 출근을 하는 믿음이를 목사님께서도 자주 보셨기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의대생이 저렇게 공부를 해도 되는 건지...
제 할일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가 되었으니 알아서 하려니 내 버려 두었지만 저러다가
유급이나 당하지 않을까 염려가 될 때도 있었다.

그날 목사님 말씀 중에 거명된 어떤 의사는 학생 때 낙제생이었는데 지금은 정형외과
계에서 명의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하셨다.
명의는 따로 있다는 목사님의 주장이신 데 부모 입장에서의 생각은 그 분이 낙제하고도
명의가 되었던 실력이었다면 만약 낙제를 하지 않고 명의가 되었으면 얼마나 하나님께 더 영광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젊은 한 때,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하나님께 잘 쓰여 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하나님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아무나 그렇게 쓰여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요구할 때 기꺼이 시간을 바쳐서 일할 수 있다면 해야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하며 남보다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은 예나 지금이나 땀을 흘린 만큼 열매를 주신다.
포도농사에 땀을 흘린 자에게는 포도 열매를 주시고 사과 농사에 땀을 흘린 자에게 사과 열매를 주시는

분이시고 노력하지 않은 자에게는 열매를 달라고 아무리 구하여도 주시지 않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세상은 땀을 흘려야 하는 곳' 이다.
땀을 흘리는 것은 하나님의 법을 따르는 길이기도 하다.

'엿새 동안 네 모든 일을 힘써 행하고 안식일은 네 하나님 앞에서 쉬어라' 하시는 말씀 속에는 땀과 노력을

요구하시는 뜻이 담겨 있다.

명의가 되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기도를 해 주시겠다는 담임 목사님의 고마운 말씀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님을 안다.
하나님께서 주의 종을 통해 뱉으시는 말씀인 줄로 알고 아멘 하고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무슨 일이든 역사가 일어나고 그 일의 결과로 인해

하나님께서 크게영광을 받으시는 것이다.

10년 후쯤,
믿음이가 낙제하지 않고 명의가 되고 난 그때 믿음이 이야기는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도전과 교훈의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01.08.24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