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을 향하여[20] 귀신들린 여인편

2010. 4. 11. 20:00김문일장로 회고록

   귀신들린 여인편

 

나는 어느 날 나와 뜻을 같이 해 줄 사람들에게 교회를 개척할 뜻을 알렸다.

내 코가 석잔데 남의 처지를 생각하느냐하겠으나 내 일 못지않게 주의 사자를 잘 섬기는 것도 중요했다.

“모시지 않으려는 측과 싸워봐야 피차 은혜가 되지 못하고 서로 상처만 낼뿐입니다.

우리 뜻있는 분들이 교회를 개척하여 목사님을 모십시다. ”

방영환 장로 내외분과 박신희, 방석호, 신동훈, 김홍철 집사 내외가 기꺼이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김선환 목사님께도 뜻을 전했다.

“목사님 우리 몇 사람이 교회를 개척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곳에 보다 좋은 교회가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않으면 조금 더 참고 계시다가 우리가 교회를 세우면 그 때 모시겠으니 그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다른 곳으로 갈만한 교회도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가지 않고 여러분들이 개척하는 일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나는 그 날로 교회시무를 포기하였다. 다음 주일부턴 이웃 국일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한편 개척할 준비에 들어가서 한 달 후엔 우리 집에서 개척을 위한 준비 예배를 드렸다.

마루와 안방을 넓게 터놓고 재봉틀을 강대 대신 놓고 내가 예배를 인도하였다.

목사님을 모시기 전 까지는 내가 예배 인도 및 설교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 날 즉석에서 교회건립을 위한 헌금을 작정하였는데 육십 육만 오천 원이란 거금이

마련되었다.

10월 13일 김명철 집사가 청계천 시장에 가서 대형 천막을 구입해 와서 우리 집 옆 공터에 천막교회를 세웠다.

첫 삼일기도회 예배 때 남자 17명 여자 22명해서 모두 삼십 구명이 참석하였다.

그 이튿날 목요일 아침엔 중량교 교회 이세호 전도사가 찾아와서 격려를 해주더니 며칠 후엔 중량교 교회장로들이 찾아와서 항의를 하였다.

“김 장로님, 천막교회를 철거해 주시기 부탁합니다. 이 곳에 교회를 세우면 두 교회 모두 부흥되지 못합니다.”

나는 딱 잘라서 거절하였다.“

“무슨 이유로 철거하라는 것입니까? 교인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기쁨으로 봉사하며 섬겨야 은혜가 되는데 밤마다

교인들이 모여서 서로 비난하며 싸우니 어찌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세운 천막교횝니다. 교인들이 은혜롭게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어요. ”

11월 18일 주일 아침, 대 성황리에 추대환영예배를 드리었다.

그간 대지도 105평을 확보하였고 12월 15일엔 미완성된 37평의 교회에서 상량예배를 드렸다.

이 때에 수고하신 분들 중 특별히 서영옥, 박신희, 최숙자, 박정숙, 나금식 집사를 잊지 못하겠다.

모두 잡역, 간식 준비 등 참으로 많은 봉사를 한 분들이다. 


천막교회에서 나는 또 한 명의 귀신들린 여자를 보았다.

밤 찬양 예배가 끝난 후였다. 대부분의 교인들이 귀가하였는데 이십 오륙 세 되어 보이는 젊은 여인이 의자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자매는 누구신데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앉아 울고만 있어요?”

여인은 나의 물음에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중량교 교회에 몇 번 나갔어요. 그런데 이곳에 교회를 세우고 또 김선환 목사님께서

이 교회로 오시게 되었다 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왜? 울고 계시죠?”

“장로님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요?”

“시댁의 큰 시어머니 귀신이 나를 이렇게 매일 괴롭히고 있어요. 나를 살려 주세요.

목사님은 내 사정을 잘 알고 있어요. 목사님은 아니 계셔요? 네?”

“다음 수요일 삼일기도회는 목사님이 나오시는데 그때 목사님 보시고 오늘은 아니 계시니 집으로 가세요.”

“장로님 불쌍한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네?”

“아이 아빠는 있어요?”

“삼립 회사에 나가고 있어요. 장로님 살려 주세요. 무서워요.”

“무엇이 그렇게 무서워요?.”

“귀신이 나를 못살게 해요.”

“우리함께 기도합시다.”


나는 이 여인을 위해서 남아있는 교인들과 함께 열심히 기도하였다.

다음 삼일 기도회 밤에는 그 여인이 어린아이까지 업고 교회에 나왔다.

이날 밤도 전날같이 집에 가지 않고 횡설수설하며 무엇인가 쫓기는 듯 공포를 느끼며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목사님께 여인을 보였다.

“목사님 이 자매를 알고 계십니까? 목사님을 잘 안다 하면서 지난주일 밤 교회에 나왔습니다.”

“중량교 교회에 몇 주 나왔는데 문*순 자매예요. 귀신 들린 여자죠.

남편은 삼* 빵 외판원으로 양순하고 고향은 평북인데 어렸을 때에 강원도에 와서 성장하였답니다.

최근에 귀신이 들려서 저렇게 정신없이 횡설수설하며 심하면 경련을 일으키며 발작을

하곤 합니다.

주위에서 교회에 나가면 고칠 수 있다고 말들을 하니 작정하고 교회에 나오는 듯 합니다.”

목사님이 말하는 중에도 여인은 “목사님 장로님, 나를 불쌍히 보시고 귀신을 쫓아 주세요.

큰 시어머니 귀신을 쫓아 주세요.” 하며 울었다.

가만히 보니 여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있었고 제 정신이 아닌 듯했다. 


목사님과 나는 남아 있던 재직들과 함께 이 여인을 위한 기도를 하였다.

기도가 끝난 후 나는 여인에게“ 믿음으로 기도를 하세요. 그러면 예수님께서 꼭 고쳐 주십니다. 꼭 믿음으로 기도하세요.”

하고 당부를 한 후 돌려보냈다.


다음 주일날 오후였다.

그 여인의 남편에게서 여인이 경련을 일으키고 발작을 하고 있으니 속히 집으로 와 달라는 전갈이 왔다.

부랴부랴 제방 뚝 밑에 살고 있는 여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여인은 온 방안을 뛰며 남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는데 방석호, 신동훈, 최숙자, 박신희 집사가 달려왔고 이어 목사님내외분이 오셨다.

모두 한 목소리로 찬송을 하며 기도를 하였다. 사탄은 최후의 발악을 하듯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웃고 악을 써댔다.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안 보이는 것을 안타까이 보던 방석호 집사가 말했다.

“귀신은 십자가를 무서워한다는데요. 정말 귀신이 들렸는지 시험을 해 봅시다.”

모두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집에는 십자가를 그릴 종이도 없어 아랫목 벽에다가 붉은 크레용으로 십자가를 그렸다.

정신없이 날뛰는 여인을 끌어다가 크레용으로 그린 십자가 앞에 앉게 하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발버둥을 치며 반항을 하던 여인이 덜덜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것이었다. 이상 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여자가 조용해지자 그녀의 남편이 미친 사람은 대추나무 방망이가 제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밖으로 뛰어나가더니

대추나무 방망이를 들고 들어와서 여자를 때리려 하였다.

나는 정신도 온전치 못한 여인을 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만류한 후 물었다. 

“언제부터 아기 엄마가 귀신들려 발작을 해 왔어요?”

“달포쯤 되었습니다. 나는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고요. 어렴풋이 이북일거라고 생각하면서 자라기는 강원도에서 자랐습니다.

큰어머니가 이북에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큰어머니 귀신이 고향과 조상들의 내막을 이번에 자세히 집사람에게 알려 주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살아 왔는데요?”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 따라 강원도 정선에 와서 살다가 조실부모하여 이웃사람들의

도움으로 살다가 그곳에서 이 사람과 결혼하여 2년 전에 이곳 서울에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고향이 이북인지도 확실히 모르겠네요?”

“확실히 모르고 살아 왔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가끔 이러한 증세가 있었나요?”

“전연 없었습니다.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달포 전부터 밤마다 이북의 큰어머니가 나타나서 시댁의 내력을 자세히 알려주는 등

여러 말을 해서 괴롭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내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믿어요?"

“먼 친척 한 분이 이웃에 살고 계시는데 최근에 그분에게 물어보니 이북이 제 고향이고 큰어머니가 계시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까부터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점을 물어보았다.

“이 집 주인은 뭘 하는 사람인데 집안이 온통 붉은 색으로 치장하고 있나요?”

“집주인은 무당입니다. 그래서 굿하러 자주 나가고 사람들이 하루에도 이삼 명씩 찾아오곤 합니다.”

“아하, 그래서 온 집안이 붉은 천과 종이로 장식되었군요. 그러면 이 집에 들어와서 산지는 얼마나 되고 전세인가요. 사글세인가요?”

“들어와 산지는 일년이 조금 지났고 사글세로 살고 있습니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이해가 갈 만하였다.

착한 젊은 부부가 무당 집에 살고 있으니 사탄이 술수를 부린 것이리라.

여인의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조용하게 누워있던 여인이 벌떡 일어나서 찬송가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는 마당에서

안방을 향하여 184장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의 죄를 씻기는 예수의 피 밖에 없네.  다시 정케 하기도 예수의 피 밖에 없네...”

힘차게 찬송을 부른 여자는, 귀신아 물러가라! 귀신아 물러가라! 외쳐댔다.

그러자 집주인 방에서 방울 소리와 무당의 주문 외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여인의 남편에게 “이 집에서 하루라도 속히 나오시오. 귀신 소굴에서 살면 아니 되죠.” 하고 말했다.

 

그 후 문*순 여인은 귀신을 완전히 쫓아내고 예전의 그녀로 돌아왔고

두 내외가 열심히 하나님을 섬겼다.

그들 내외가 얼마나 열심히 새벽기도를 나오는지 사찰직분을 주어 교회에 봉사케 하였다.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이런 사건을 통해서도 증거케 하시고 부흥케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