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를 보고

2020. 9. 7. 22:37구, 홈페이지 자료

K 를 보고...

지난 한 주간은 대구 동아 백화점과 SONY 매장 입점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집기와 상품을 준비하고 인원을 선발하는 등 준비를 하면서 매우 분주했습니다.
반월당에 있는 동아 쇼핑점에 파견 근무를 시킬 남자 사원을 구하던 중 어떤 사람의 소개로
K를 알게 되어서 채용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그를 데리고 백화점 측 담당자를 찾아갔을 때의 일입니다.

대구백화점 하고는 96년부터 거래를 해 왔지만 동아백화점과는 처음이라 다소 긴장이 되는 가운데 바이어들과 미팅을 가지면서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하던 중이기 때문에 처음 시작을
매끄럽게 잘하기 위해서 바이어들과 사소한 것까지도 의논을 해야 했습니다.

K는 동아 쇼핑점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고 가전 판매 경험은 6년 정도 되는 사람이어서
별 걱정도 하지 않고 P차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P차장은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 P차장님, 이곳에 근무시킬 K입니다. " 하고 내가 소개를 했습니다.
K하고 같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있었던 P차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 아, K씨... 예. 내가 잘 압니다."
하더니 K를 향해
" K씨, 여(여기) 또 일 할라고 왔나?.. 일 하겠나?... 어데 뭐 다른 데 일할 데 없더나? ...
다른 일 한번 알아보지...."

P차장은 사무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듣고 있는 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서있는 K를 힐끔힐끔 올려다보면서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순간 나는 예상 밖의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P차장은 계속해서 K를 향해서 면박을 주었습니다.
" 백화점 매출은 전적 판매사원에게 달려 있는데... 장난도 아니고...
요즘은 고객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면... 또 자기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 남기 어려운데..."

간혹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가 K를 쳐다보며 P차장의 훈화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무안할 정도였습니다.
K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만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K가 동아에 근무할 때 근무자세가 흠이 있었고 아주 불량했겠구나 하는 생각만을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백화점으로 같이 가보자고 했을 때 K는 P차장을 잘 안다고 했던 터였습니다.
" 그래요? 그럼 잘 됐네요...." 나는 영업사원을 쉽게 구했구나 싶어서 속으로 얼마나 반가워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상황은 180도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K씨, 잠시 밖에 나가서 기다리실래요?."
K가 밖으로 나가고 나는 P차장으로부터 K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었습니다.
P차장은 K를 탐탁잖게 여기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고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P차장이 알고 있는 것이 K에 대한 정확한 평가인지는 모르겠으나 P차장의 의중을 알고
나서 K를 쇼핑점에 근무시킬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K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남편으로서 또 어떤 이의 아들로서
딸린 가족을 부양하며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음을 그와의 면담을 통해서 알았던 터였습니다.

< 도대체 얼마나 형편없이 근무했기에 면전에서 그런 구박을 당한단 말인가..?>
그를 추천해 준 사람에게 은근히 화가 났으며 K가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P차장과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내 머리에 콱 박히는 교훈이 있었습니다. <과연 행한 대로 받는구나...>
좋든 나쁘든 사람의 행함에는 주위 사람의 평가가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성경 말씀이 동시에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드러나 각각 선악 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

< 고린도 후서 5장 10 절>

바쁘게 사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잃고 사는 나 자신은 아닌지... 되돌아 볼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