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러 나갔더니 4th story '직장예배 '

2021. 3. 13. 22:54구, 홈페이지 자료

직장예배

한 주간의 업무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9, 내가 근무하는 일터에서는 직원들이 간단한 청소를 끝내고 탁자 주위에 둘러앉는다.

성경책을 책장에서 꺼내오고 볼펜 한 자루씩 손에 쥐고 앉으면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께서 "서로 인사합시다 " 하신다.

우리는 일제히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 서로 인사를 한다.

 

한 주간을 시작하면서 먼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림으로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는 우리의 다짐을 표하는 직장예배는

40분간 드려진다.

15년 전부터 시작된 이 직장예배의 전통은 직원들이 말씀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며

하나님을 모르던 사람이 기독교 신앙에 입문하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거르는 일이 없이 지금까지 드려왔다.

우리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께서는 유인물까지 만들어 오셔서 열정적으로 잘 가르쳐

주신다.

 

우리는 영업을 잘하자는 회의를 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면서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긴다.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자는 목사님의 말씀과 기도를 통해 파이팅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직장예배를 시작할 당시에는 대명침례교회 장순흥 목사님께서 예배를 인도하러

오셨는데 목사님께서 해외에 자주 나가시고 바쁘셔서 못 오실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내가 인도하다가 경산 초대교회 조선욱 목사님께 부탁을 드렸고,

올해로 10년째 인도하고 계신다.

 

10년을 하루같이 월요일 아침이면 직장예배를 인도하러 오시는 조 목사님은 우리 일터를 위해서 늘 기도해 주시고, 우리 직원들 가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는 분이다.

우리 일터가 어려운 경쟁 가운데서 이처럼 발전하고 성장해 온 이면에는 조 목사님의 기도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 믿고 있다.

 

밀레가전에 입사하여 한 가족이 되고서 이 직장예배를 통하여 처음으로 성경 말씀을 들으며 찬송가를 접하게 된 사람들이 많았고, 저들이 퇴사할 때까지 계속해서 월요일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게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서 처음 직장예배를 제안했던 나로서는 적지 않게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집사가 된 심수봉이란 직원은 엄마가 집사였었는데 본래 심성이 고왔던 사람이었지만

우리 밀레가전에 와서 신앙이 좋아져 지금은 교회 봉사를 잘할뿐더러 기도 생활을

잘하고 있고, 또 한 사람 이동기라는 직원은 엄마가 교회의 권사님이신데 역시 처음보다 신앙이 돈독해졌다.

 

 

처음에는 기도하라고 시키면 더듬거려서 듣고 있노라면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자기

기도 차례가 되어 기도할 때는 조리 있게 잘하고 교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집사로 신앙이 성장하였다.

 

그동안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여러 사람이 입사했다가 퇴사를 했다.

 

얼마 전 신광교회에 다니는 아는 분이 권사 취임을 하기에 참석했다가 순서지를 보던

중 장립 집사로 취임하는 한 사람의 사진을 보았는데 나는 그가 전에 화장품도매업을 할 때

직원으로 있었던 김인찬 씨였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하나님께 감사한 적이 있다.

내가 그를 면접한 그의 이력서(지금도 나는 직원들의 이력서들을 꼭 보관하고 있다.)

에는 신정교회(신광교회로 적히지 않음)라고만 적혀 있다.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을 것이 없었던 것이리라.

 

이처럼 함께 직장 생활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는데 저들도 어떤 곳에 있든지 직장예배를 통해서 들었던 하나님의 말씀을 영 잊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말씀의 씨는 뿌리는 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하나님의 사역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코 헛되지 않을 줄로 안다.

 

목사님께는 매월 일정액의 사례를 하고 있지만, 월요일 가장 피곤할 시간에

경산에서 대봉동까지 빠지지 않고 오시는 목사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탁자를 가운데로 하여 9명이 둘러앉아 성경 공부를 하는 직장예배 시간은 성령님께서 함께 하시는 시간임을 믿는다.

아직 믿음이 연약한 서너 사람이 있고, 찬송을 부를 때 입술을 꾹 닫고는 도무지 열지

않고 있는 입사한 지 7개월 되는 김정대 군이 있다.

성령께서 저들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고 믿음을 선물로 주셔서 신앙이 조금씩 자라게 해

주실 것을 바라며 예배 자리에 앉아서 저들을 곁눈질로 쳐다보곤 했다.

 

오늘, 꽃샘추위로 동대구역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추웠던지.

눈발이 비치는 길을 걸어 동대구역으로 가서 전도지를 나누어 주었지만, 예수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사람의 영혼을 찾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가 하는 것을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다.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 한사람 한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전도해 보지 않고는 그

가치를 잘 알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임을 안 것은 요즘에 전도해 본 후의 일이다.

교회에서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전도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절대로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를 아는 그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되기까지 행동을 조심하고 말을 조심하고 희생까지

할 각오를 하지 않고는 전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전도를 나갔다가 살살맞게 대하던 (어떤 사람은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몇 번이고

힐끔힐끔 쳐다보며 가기도 했다.) 대합실의 사람들을 만난 후, 내일 아침 직장예배를 드릴 때 직원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교회로 돌아왔다.

 

복음은 예루살렘부터라고 하시지 않았든가.

 

 

2001. 06. 16  22:57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