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3. 22:57ㆍ구, 홈페이지 자료
주일 날 오후 2시쯤, 신암전신전화국 앞에서 전도를 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돌리고 있었는데 저쪽 한 벤치에 47, 8세 가량의 한 남자가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에 그에게 다가갔다.
"옆에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 하면서 말을 걸었다.
그의 얼굴은 짙은 갈색으로 햇볕에 많이 그을려 있었다.
농사짓는 사람이거나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전도지를 건네 주면서 " 혹시 교회 다녀 보셨습니까? " 했더니
그 사람은 내 말에는 선뜻 대답을 하지 않고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리면서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교교회요?"
퉁명스럽게 물으며 내 얼굴을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나나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보마....." 끝까지 말하지 않고 끊은
그는 말을 더듬고 있었으며 습관인양 또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나는 "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심니꺼?" 하고 그가 말을 이을 수 있도록 물었다.
"하하나 물어봅시더."
"예, 말씀하십시요"
"노농사를 짓는데 따땅이 팔렸능기라요. 그라마 우에 해야되능교?"
"무슨 말씀인지? "
"교교회 장노라 카능기 아, 저거끼리 사고팔아 놓고는 나한테 비키라카이 나는 우에하능교?
따땅을 살라카마 뭐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채소 주인에게 우얄래 물어보고 해야지-
교교회 장노라카민서, 내가 샀으이 비키라카마 되겠능교? 지지가 살라칼 때 분명 봤을끼고 그랬으마 비낼때까지
기다리든지 아아이마 의논쪼로 어이, 이거 내가 샀는데 좀 우에 안되겠능교 카마 내가 무슨 말 하겠능교?
무무조건 비키내라카이 그런 놈의 복장이 어딨능교?"
흥분해서 내게 따지는 그의 말은 그가 남의 땅을 빌어 채소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땅이 팔리면서 새 주인이 나타나
채소를 거둘 시기까지 기다리거나 보상을 좀 해 주지 않고 권리 행사를 하려고 당장 비켜라고 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 것 같았다.
"거거기 내 후밴기라요. 손아래도 한참 손아랜데, 지가 있으마 얼마나 있능교?.
있으마 거카능강? 그래 살미서 돈 모았능강... 나는요 그래서 솔직히 교회 다니는 사람 옳게 안보능구마."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나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 줄까 연구해야 했다.
얼굴을 붉히며 내게 큰소리치던 그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여 물고 길게 빨아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나남거터마 내가 덜 속상할 낀데 지지지가 하하한 동네 살민서 내보다 몇 살이나 나이도 젊은기 말이오....."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톤을 높여서 말했다.
"버법으로하마 될 꺼 아잉교카데요, 나 참 기가막혀서 ...."
나는 무어라 말을 해야 되겠다 싶어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심니더. 그 사람이 많이 잘못 했네예, 그런데 무얼 심었심니꺼?"
하고 그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야야채 농사를 했다 아잉교. 무얼 심었던지 누가 심은 건지 주인을 찾아서 보상을 해 주는기 당연한 일 아잉교?".
" 왜 그랬을꼬...... 그 사람이 실수를 한 것 같슴니더."
일단 감정을 가라앉혀야 되겠다 싶어서 내가 사과하듯 그 장로란 사람이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실수요?" 하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얼굴은 화가 묻어 있었다.
" 그그래서 내가 그 교회 모모목사를 찾아가 만났능기라요 . 모모목사가 카는 말이 내가 말해 보겠심더 카디,
나나중에 만나서 무슨 말 하덩교 물어보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한마디만 하대요.
그래서 모모목사도 똑 같다 켔어요. 내가"
나는 이 사람에게 오늘 전도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그렇다고 해서 아저씨가 가야할 천국을 포기해서 되겠심니꺼?
그 사람 때문에 예수 안 믿으면 아저씨만 더 손해지요. 예수 잘 믿고 보란 듯이 신앙생활 잘하면
그 사람이 언젠가는 자기 잘못을 깨닫고 아저씨한테 용서해 달라고 찾아 올 낍니더.“
"요요용서요? 택도 없어요!" 그는 강한 어조로 용서를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용서를 빌면 용서를 해 줘야 하지 않겠심니꺼?"
"나나는 용서 못해요!"
"지금은 화가 나셔서 그러시지만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하면 용서를 안 해 줄 수 있겠슴니꺼?
그 사람도 지내 놓고 보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게 될 낍니더.
학교에도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잖슴니꺼?
똑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우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공부 잘 하는데 공부를 안 하면 공부 못하는
학생이 되듯이 교회에도 마찬가지로 목사님 설교 말씀을 잘 듣고 밖에 나가서 실천하는 교인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교인들이 더러 있심니더. 교회 다니는 사람도 천차만별이지요.."
변명하듯 늘어놓는 말을 하는 나 자신도 서글픈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교교회 댕기는 사람 한둘이 그렁기 아니라요. 내내가 아는 사람들은 전부 그런기라요.
나나는 교회도 안 댕기고 절에도 안 댕기지마는 그렇게는 안 살아요!"
내가 말을 많이 해야 할 판인데 완전히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훈시를 듣는 학생이 되었고 그는 내게 화풀이 하듯 퍼부어 대는 바람에 전도는 물 건너가고...
그래도 이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좋은 말을 찾으며 속으로 버스야 제발 더디 와라 하면서 틈을 찾았다.
불로동과 동화사 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지나가게 되어 있어서 나는 이 사람이
그 쪽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을 하면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꺼? 대다수 교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흰 옷을 입고 있으면 더러운 게 묻어 있을 때 눈에 잘 띄듯이 교인들이 흠이 많아 보이지 실제는
불신자들보다야 훨씬 낫지요."
이 말을 해 놓고 그의 표정을 살피며 얼른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는 내 머리를 탓하고 있었다.
얼른 분위기를 바꿔 사영리를 꺼내 이 사람한테 구원의 원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자꾸만 옆으로만 멤 도는 것
같아서 버스가 오면 어떡하나 속이 탔다.
"나나나한테는 예수 이야기 하지마이소" 단정적으로 말하는 그.
결국 그날 나는 그에게 판정패를 당하고 말았다.
더 이상 예수를 믿으라고 말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명함만 꺼내 그에게 건넸고 그는 버스에 올라 그렇게 헤어졌다.
그가 씨-익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버스속으로 들어간 후 나는 멍하니 그 곳에 앉아서 노랗게 물드는 가로수
꼭대기 하늘만 쳐다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서 저런 원망을 듣고 사는가?
빛처럼 소금처럼 살라는 말씀이 참 어려운 말씀이구나 생각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전도지를 나누어주다가 오후 예배 시간이 되어서
발걸음을 교회로 향했다.
길 바닥에 떨어진 전도지 한 장을 주워 들고 교회로 돌아왔다.
2000.10.29 쓰다.
2000. 10. 29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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