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장

2021. 3. 13. 22:48구, 홈페이지 자료

()한국소니인터내셔날에서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협력대리점 사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한 해를 결산 평가하고 새로운 한 해의 영업 방향을 제시하는

이른바 Dealer Conference 가 제주도에서 열리게 되어 참석하기로 하였다.

비행기 삯이며 경비를 소니에서 부담해 주기로 되어 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322

오전 8시 대구 공항으로 나갔다.

 

우리 담당 김영구 씨와 지역 대리점 사장들을 공항에서 만나서 9시에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를 탈 적마다 항상 불안하고 (아직은 할 일이 남아 있기에...) 엔진소리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행기 여행은 유쾌하지 않지만 제주도니 다른 방법도 없어서 탈 수밖에 없었다.

 

스튜어디스들이 통로에 서서 방송멘트에 맞추어서 안전벨트 매는 법이며 구명조끼 입는

, 산소마스크 사용법 등에 관해서 가르쳐 주지만 눈여겨보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낙하산은 왜 지급해 주지 않는 걸까? 항상 바다에만 빠지겠다는 말일까?

내가 늘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비행기는 10시쯤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전국에서 모여온 대리점 사장들 130여 명이 전세버스 4대에 나누어 타고 롯데 호텔로 갔다.

호텔 입구에는 환영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나는 SONY 글씨가 앞가슴에 새겨진 잠바와 일정표와 메모지를 스텝으로부터 받아들

고 배정 받은 객실로 올라갔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호텔은 깨끗했으며 호텔 창밖에 보이는 전망은 매우

훌륭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절벽에는 물이 흐르게 하였고 그 위에 고대 성곽과도 같이

깎아 지른 벽이 보기에 장엄하였다.

롯데 재벌의 위용을 실감하게 하는 호텔이었다.

 

호텔 크리스탈 볼륨에서 대표이사의 환영사를 듣고 식사를 한 우리는 오후 시간에는 작년

한 해의 영업실적 평가와 우수 업체의 시상식, 올해 영업 방향, 현시점 경제분석, 미래시장

전망과 그 대책 등의 발표가 있었다.

소니 세미나를 매년 참석해 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유독 선심을 더 쓰는 것 같았다.

경쟁사인 파나소닉이 한국에 상륙하는 까닭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렇게 회의에 오면 새로 개발된 신상품도 미리 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경영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저녁을 양식으로 먹고 다시 크리스탈 볼륨에 모인 우리는 그 자리에서 위로공연을 보게

되었다.

개그맨 김정식 씨가 사회를 보았고, 주현미, 현숙씨 등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호텔 전속 팀이 나와 제주도 전통춤도 보여 주었는데 별로였다.

 

 

 

하루 일정을 마친 나는 객실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시 기도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먼저 들었다.

 

이튿날은 제주도 관광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전세버스에 탑승한 우리는 안내양의 재치 있는 인사를 들으며 한 시간 정도를

달렸다.

안내양은 제주도에는 공장이 딱 두 군데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제주 생수 공장이고 하나는....(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

 

첫 번째 우리가 간 곳은 조그마한 감귤 농장이었다.

관리인은 감귤 농사는 수입산 귤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이제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재배

를 기피하고 있다면서 자기네들이 기르고 있다는 동충하초를 사라고 했다.

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승마장이었다.

제주도 조랑말은 체격이 작아 말 등 높이가 내 가슴께 정도였지만 말 등에 올라타 보는

것은 처음이라 말 주인의 도움으로 올라탈 수 있었다.

말은 순해서 그런지 하도 많이 태워 봐서 그런지 큰 눈만 껌벅거릴 뿐 양순하게 등을

대고 있었다.

두 사람을 1조로 해서 안내인이 말고삐를 잡고 코스를 한 바퀴 끌어 주었다.

제주도 신혼여행 앨범에는 반드시 끼이게 되는 장면(말 등에 타고 찍은 사진)을 나도 말 위

에 앉아서 폼을 잡았다.

우리는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오지 않고 부산으로 남해로 여수로 남원으로 버스를 타고 다니

56일을 다녀왔던 터라, 김 집사하고 같이 와서 찍었으면 좋았을 걸 싶었다.

빌려 입은 부츠 구두와 조끼를 벗어 주는 사이, 승마장 직원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던 사진

이 벌써 PC 모니터에 비치고 있었다.

돈을 안 쓸려고 단단히 작심했었지만, 안 사겠다고 버틸 용기가 없어서 두 컷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랐더니 코팅을 해주면서 15,000원을 내라고 했다.

 

다음 코스는 사격장이었다.

클레이 ( 아래 쪽에서 표적이 날아 오르는 것을 쏘는 것) 사격장에서 20발씩을 여러 사람들

이 쏘는데 나는 쏘지 않았다.

20발에 6만 원이라고 해서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어 포기했는데 나중 알고 보니 소니에서

돈을 냈다는 것이었다.

아뿔사! 한번 멋지게 과녁을 맞혀 보는 건데, 지나고 나서 후회를 했다.

 

점심을 꿩 샤브샤브를 먹으면서 맛이 있긴 했지만 총 쏴보지 못한 것이 내내 아까웠다.

군대 생활할 때 자동화 사격장(과녁이 여기저기서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사격장)에서

군 검열단이 참관하는 평가사격을 할 때 특등사수로 인정받아 포상 휴가 10일을 탄 실력인

....

 

 

 

다음에는 차가 오르막을 저절로 올라간다는 도깨비 고개를 갔다.

내 눈에도 분명 오르막인 것 같은데 시동을 끈 버스가 고개를 올라가고 있어서 우리는

"! 신기하네!"하고 한마디씩 했다.

앞에는 승용차들도 비상 깜박이를 켜고 시동을 끈 채로 천천히 굴러가는데, 지나가던 택시

도 그 자리에서는 일부러 시동을 끄고 굴러서 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일행은 그 고개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게에서 캔이나 생수병을 사서

길에 굴려 보기도 하였다. 긴 물반(수평자)을 가게에서 빌려와 길에 대 보는 사람도 있었

는데 분명 수평자로는 차가 굴러가는 쪽으로 길이 기울어 있었다.

눈에 착시 현상이 일어나서 그렇게 오르막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내리막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지 참 궁금하였다.

 

다음에는 안내양이 어떤 상점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한라봉'이라는 신품종 귤과 오징어 미역 등을 파는 가게였다.

제주도에 오면 용두암이라든가 삼성혈이라든가 박물관이나 관광할 곳이 많이 있는데

그런 곳은 안가고 왜 가게 앞으로 끌고 가는지 안내양이나 운전기사들이 장사들과 짜고

여행자들을 유인하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장삿속이 괘씸하였지만 껍데기를 까 놓고 먹어

보라는 제주도 아줌마들의 상술에 넘어가 맛을 보고는 나도 ' 한라봉' 2박스를 30,000

에 샀다.

4년 전 밀레(Miele) 대리점 회의를 제주도에서 할 때 이곳에서 사업하던 서영진 사장

이 친절하게 이곳저곳을 안내하던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모든 관광 일정을 마치고 오후 6시 대구행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는 비자가 필요 없는 곳이라서 중국 사람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세계에 내어놓을 수 있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투자해서 관광코스를 개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구역예배를 성 권사님 댁에서 드릴 때 '한라봉'을 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건망증 때문에....

 

 

 

 2001. 06. 16   23:04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