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풍성한 주일

2021. 3. 13. 22:44구, 홈페이지 자료

오전 8시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서울 혜정이 어머니였다.

 

512일 예고 연주회에 출연하는 학생들의 어머니 모임이 며칠 전 있었는데 아내가 올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에 된 일들을 알려주기 위하여 전화한 것이었다.

 

아침은 콘푸로스트를 우유에 타서 먹는 것으로 대신하고 1010분 세 사람이 집을 나섰다.

교회까지는 10분이 걸린다.

찬양대 연습 시작이 10시부터니까, (대부분 정시에 모이지 않는 편이다)

20분 지각을 하는 셈이다.

 

지휘해본 나는 정시에 가자고 조르지만 믿음이가 930분까지 침대에 누워 있고 김 집사가 시간을 많이 끌어 매 주일 지각을 하고 있다.

화를 냈더니 아내가 다음 주부터는 일찍 서두르겠다고 약속을 했다.

두고 봐야지....

 

오늘 주보를 살펴보니 오후 예배 대표기도 순서에 내 이름이 적혀있다.

지난주 오전 예배를 마치고 서둘러 130분 기차로 대전 처가에 올라가느라고 주보를 잘 살펴보지 못하여 이번 주 기도 순서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오전 예배를 마치고 1230, 4층 제2남 전도회실로 올라가서 월례회에 참석하였다.

회의를 마치고 지하 식당에 내려가서 점심을 먹고 난 후 프린스 뒷좌석에서 오늘 기도 시간에 무슨 기도를 할 것인가 묵상하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하지만 막상 기도하러 단에 서게 되면 준비했던 내용의 40% 정도는 잊어버리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다른 내용의 기도를 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기도문을 써서 하기도 한다.

 

오후 예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 설려고 하는데 박민수 목사님께서 마이크를 잡고 러시아 선교사가 와서 청년 요셉 예배 시간에 특강을 한다고 하여서

듣고 가기로 하고 자리에 남았다.

앞 의자에 오영애 권사, 옥필귀 권사, 성은숙 권사, 아내 김 집사가 앉고, 나와 어머니는 바로 뒤 의자에 앉았고 열 명 안밖의 다른 성도들이 우리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 주 전에 내가 청년 요셉 예배 시간에 특강 한 시간을 해주기 위해 예배에 참석하였을 때 알았지만 예배는 예배팀장인 믿음이가 인도를 한다.

믿음이는 찬양팀장이기도 하여 찬양을 하면서 순서를 매우 훌륭하게 잘 인도하며 진행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배는 은혜의 물결에 휩싸이며 감동적이었다.

찬양을 20분 정도한 후, 이종수 군이 기도하고, 러시아에서 수고하셨던 도 남에 이어 선교사()가 나와서 선교 보고를 했다.

러시아 '초보자 브릭'에서 농아 선교를 하는 도 선교사는 시집도 가지 않은 체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동토에서 선교하는 사람인데 청년 요셉 선교팀에서 초청을 한 것이다.

 

도 선교사는 러시아 복장을 했고 한 사람을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러시아제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착용해 보라고 했다.

TV 속 뉴스 시간에서 볼 수 있었던 털모자를 실제로 보니 러시아가 얼마나 추운 곳인가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하 40도로 너무 추워서 보드카를 마시고 또 취한

사람들이 길에서 동사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했으며, 양로원을 방문하며 선교사역을 감당해 나가는 일이며, 학카스라는 곳을 23시간 기차를 타고 가서 자기는 수화로 친구는 기타를 치며 작은 콘서트를 열어 저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선교사역을 감당하면서 어떤 곳에 예배 처소가 필요했을 때는 그 문제를 하나님께 기도하였더니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셨다고 하였으며 학카스라는 지방에서 콘서트를 하며 모여온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필요해서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는 어떤 성도를 통해서 목표로 했던 금액보다 배나 되는 돈을 구할 수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듣고 있는 동안, 순진한 믿음의 기도에 속히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느끼고 우린 많은 은혜를 받았다.

 

인생 전부를 하나님께 드리는 선교사의 특강이 계속되는 동안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 모두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언저리에 갖다 대고 있었다.

 

모두 은혜를 받는 귀한 시간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소명을 충성스럽게 감당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오늘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나님께 나도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선교사님들이 훗날 하나님 앞에 서면 얼마나 큰 면류관을 받게 될까?

생각이 미치자 나도 삶의 자세를 바꾸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있었던 월례회 시간에, 누가 남 전도회 새 사업으로 한국에 와 있는 외국 근로자들을 산업체에서 찾아내어 그들에게 전도하면 선교사를 외국까지 파송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사업 제안을 했을 때 나는 우리 남 전도회 재정부터 걱정을 하지 않았던가?

왜 나의 믿음은 계산부터 하는 믿음일까 생각하며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

 

도 선교사가 들려준 러시아의 실상을 들으면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란한 나라라는 것을 알았고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그래도 축복받은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우린 너무 편안한 데서 신앙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 선교사의 특강이 끝난 후 믿음이가 다시 나가서 찬양을 인도하며 적절한 말을 골라 멘트를 하며 마무리 기도를 인도하는데 마치 부흥강사가 집회를 인도하는 것 같이 잘하여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통성으로 기도를 하며 박 목사님께서는 일어서서 손을 높이 들어 위를 쳐다보고 기도와 찬양을 하시기도 하였다.

박 목사님께서는 청년 요셉 담당 목사님이신데 청년들이 매우 존경하며 따르고 있다.

 

앞으로 성동교회 안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모든 프로그램을 청년들 자율에 맡기고 계신다.

 

나도 참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할 수 있었고 감동적인 시간을 맛보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복음이 땅 끝까지 전파되도록 지금도 특별히 사역자들과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간증을 들으면서 깨닫고 그동안 형식적이고 습관적이었던 틀에 매인 신앙생활을 해 온 자신을 반성해 볼 수 있는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좀 더 많은 성도들이 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믿음이는 특강내용을 상기시키며 기도 제목을 하나씩 제시하고 10여 분 기도를 유도해 나갔다.

뜨거운 기도를 마친 후, 오늘 모임에 처음 참여한 청년들을 앞으로 초청하는 시간이 있었다.

 

남 청년2 명과 여 청년 1명이 앞으로 나갔다.

한 사람씩 인사를 하였는데 그들 모두는 그동안 우리 교회를 오래 다녔지만, 오늘 처음 청년 요셉 예배에 참여했고, 은혜를 많이 받았다며 다음부터는 꼭 청년 요셉 예배에 참석하겠노라고 했다.

 

인사가 끝나고 축복 송을 하는 시간에 청년들 모두가 앞으로 나가서 새로 나온 청년들을 향해 손을 들어 축복했으며 뒷자리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축복 송을 불렀다.

 

교회 문을 나서면서 옥 권사님은" 제갈 집사님은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

믿음이가 부흥강사 해도 되겠네. 제갈 집사님 낮에 기도보다 믿음이가 기도 더 잘하더구마는...."

하면서 믿음이 칭찬을 했다.

 

집에 온 김 집사도 "믿음이가 저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하며 처음 보는 믿음이의 모습에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우린 고생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믿음이 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라고 했다.

옷을 갈아입으며 아내는 또 얼굴을 실룩거리며 울었다.

'내가 믿음이더러 뭐라카나 자기가 잔소리하면서....'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방을 나가 자리를 피했다.

 

"우리 어떤 점을 하나님께서 잘 보셨기에 아이들이 모두 저렇게 믿음으로 잘 커나가는지...

여태 소망이만 칭찬하고 신경 쓰곤 했는데 믿음 이한테는 너무 무관심했는데."

방에 들어오니 아내의 눈물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유쾌하고 은혜 풍성한 주일이었다

 

2001·06·16 23:06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