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

2005. 10. 23. 23:27믿음이, 영아

필리핀 신혼 여행을 다녀 온 믿음이와 영아가 친정에서 하룻 밤을 자고 어제 친정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우리 집으로 잔뜩 음식을 싸 가지고 왔습니다.

당회장 김용구 목사님께서 마침 칠순이라 파크 호텔 옆 동보성에서 당회원들이 저녁 7시에 목사님 칠순 파티를 해 드리기로 되어 있었지만 나는 집에서
이들을 맞이 하였습니다.

딸을 데리고 온 배집사님, 현 전도사님은 한복을 차려입고 왔습니다.
같은 교회에서 오래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보니 서로를 잘 아는 사이지만
오늘은 딸 가진 부모로써 그 딸을 데려다 주는 입장이 되어 우리 집에 온 것입니다.
애써 편하게 해 주겠다는 내 마음이지만 저 쪽은 그래도 격식을 제대로
차려야 되는 어려운 자린가 봅니다.
사돈이라는 특수한 관계지만 ,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딸을 고이 길러 남의 집에 보내는 부모를 생각해 본다면 받아 들이는 편에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방에서 아이들의 큰 절을 받았습니다.
나는 영아가 우리 가정에 새 식구로 들어 오게 된 것을 환영한다는 말로 답례를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 동생을 두고 혼자 시집 와 우리와 함께 살려고 왔다고 생각하니  잘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부모를 떠나 시집 온 여인이 자신의 시집오는 전 과정
 - - -- 중매가 오고 가는 데서 시작한 그 글에서 부모와 헤어져 마침내
시집으로 떠나는 대목에서는 내 눈 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많이도 아리어 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김 권사도 시집와서 얼마만에 첫 친정 나들이로 기차를 타고 함께 서울로 가는 데 한강 철교를 지날 무렵 남산 타워가 보이자 눈물을 글썽이며 훌쩍였던 생각이 납니다.

시집가는 것...
그것은 여자로서는 마땅히 가야하는 것이요 ,
사랑하는 남자를 좇아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지만, 낯선 환경에서 모든 것을 하나 하나 다시 익혀가야 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첫 걸음은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연한 불안감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영아는 그 첫 걸음을 걷게 된 당사자로서 어제 우리 집에 온 것입니다.

 신행온 첫 날은 부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습이 있는지 영아는 가만히 손님들과 있고 오늘은 김권사가 사돈네가  해 가지고 온 음식을 상 차려 내기에 고생을 하였습니다.
시집살이 고생을 할 날이 창창하기 때문에 부모가 보는 앞에서 오늘만큼은 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옛 어른들의 배려였겠구나 혼자 속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탁을 드렸던 박민수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셔서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믿음이와 영아를 4년 전 부터 교육하셨던 목사님이시라 이사야 43 장 초반 절의 말씀으로 특별히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어제는 이쁘고 똑똑한 딸을 얻은 날이었습니다.

200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