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나를 건지시는 나의 주, 나의 여호와. (上)

2008. 11. 25. 08:26칼럼

오늘 아침, 교회 가는 길에 자칫하면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낼 뻔했습니다.

 

주일 아침이면 반복되는 일임에도 아내와 믿음이는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약속된 성가 연습 시간은 10시부터입니다.

10시까지는 교회 연습실을 들어서야 하는데 우리 세 사람은 늘 지각합니다.

 

전에 내가 본 성가대 지휘를 할 때도 제시간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1020분쯤 되어야 도착하곤 했습니다. 아내와 믿음이 때문입니다.

 

아내와 믿음이는 다른 사람이 더러 1020분께 오고 어떤 이는 30분에도 오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가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 나는 생각하지요.

 

같은 지휘자로서 늦게 들어선다는 것은 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좀 일찍 가자고

항상 말해 왔지만, 습관적으로 늦게 가게 되어 마음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사실 10시에 연습을 시작한다 해도 연습 시간은 부족한 편입니다.

 

내년이면 내가 본 성가대 지휘를 해야 할 차례입니다.

내가 지각하면서 대원들에게 일찍 오라고 할 수 없으므로 지각하는 내 마음은

항상 불편하지만, 아내와 믿음이는 태연합니다.

 

부엌에도 시계가 걸려있고 거실에도 시계가 걸려있어서 생각만 바꾸면 하던 일을 다음으로

미루고라도 일찍 출발할 수 있습니다만, 아내와 믿음이는 일찍 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마음먹은 사람들처럼 행동합니다.

 

9시부터 " 오늘은 좀 일찍 가자. 일찍 가야 한다. " 하며 예고를 했지만, 오늘도 우린 1010분이 되어서야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교회까지 가는 데 10분이 걸리니까 1020분이 되어야 도착하게 되는 셈입니다.

 

지하 차고에서 차를 갖고 올라와서 아파트 계단 아래 차를 세우고 먼지떨이로 차의 먼지를 털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내려왔습니다.

예배를 앞두고 화를 내는 것이 덕이 안되니까 또 참고 교회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송라시장 네거리 좌회전 신호는 좀 짧은 편입니다.

5대 정도 지나가다 보면 신호가 바뀝니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앞차를 뒤따라 교차로를 들어서던 순간이었습니다.

앞차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뒤쫓던 나는 하마터면 앞차를 추돌할 뻔했습니다.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면서 급히 핸들을 좌측으로 꺾어서 아슬아슬하게 사고를 모면했습니다.

우리 차는 좌측으로 삐죽이 튀어나와서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 후유 큰 일 날 뻔했다. 아빠가 핸들을 왼쪽으로 날쌔게 틀어서 사고가 나지 않았네..."

앞 좌석에 타고 가던 아내가 한숨을 돌리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고 들이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피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습니다.

 

서두른 것은 내 잘못이었습니다. 노란 불을 보고도 급한 마음에 건너려고 했으니...

만약 사고가 났더라면 오늘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있을 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켜 주셨기 때문에 무사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교회로 갔습니다.

속으로 다음 주일 어디 두고 보자 하고 단단히 벼려기만 하고 참았습니다.

< 내가 좀 일찍 가자고 그랬잖아....다음부터 늦게 내려오기만 해봐라...>말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주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950분까지 아파트 계단에 내려오지 않으면 기차 출발하는 것처럼 혼자 교회로 출발할 각오입니다. 택시를 타고 뒤따라오든지 말든지.

 

오후, 찬양 예배 시간에 부른 찬양곡은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였습니다.

<... 주는 나를 건지시는 나의 주! 나의 하나님! 나의 피할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라.>

사고의 순간에서 나를 건져주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힘있게 찬양했습니다.

 

이번 주 내내 내 마음속에 이 노래가 흐를 것 같습니다.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라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그는 나의 여호와,

나의 구세주! >

 

2001. 09. 16 쓰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 밑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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