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소망이에게 보내는 편지

2008. 11. 25. 08:31칼럼

소망아!

이번에 네가 바라던 대로 서울대에 합격을 하게 되어서 얼마나 기쁘냐?
이옥희 선생님께서도 또 얼마나 기뻐 하시겠느냐?
아빠도 무척 기쁘다.
오늘이 있기까지 네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
그러나,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가 제일 큰 것 같구나.

3년 전, 네가 서울예고에 입학하던 때 아빠와 엄마는 객지 생활을 네가 어떻게 감당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염려를 많이 했단다.
제 시간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거며, 밥을 제때에 찾아 먹는 거며 피아노
연습은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 지금와서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거지만 , 그 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처음 얼마 동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던 네 엄마가 아니냐?...

너를 보기 위해 서울 갔을 때 평창동 예고 앞 큰길에서 지나가는 남학생 선배들을 보고 멀리서부터 미리 허리를 두 세 번씩 90 도로 숙이며 인사를 하는 네 모습을 볼 땐 네가 얼마나 측은하던지...

그러던 네가 3학년 선배가 되고 이제는 후배들에게 먹을 것도 사줘야 된다며 용돈을 더 보내 달라고 할 때는 돈은 더 들었지만, 네가 선배가 되었다는 사실에 아빠가 은근히 기분이 좋았단다.

예능교회에 네가 처음 등록하던 날 , 담임 조건회 목사님과 찍었다며 네가 보내 준 사진은 지금도 아빠 사무실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보고 있다.
그 사진 속 네 얼굴은 어둡고 , 풀이 죽은 모습이어서 그 사진을 보노라면 아빠가 좀 더 기도를 많이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입학하던 그 해 4월 , 네가 음악춘추콩쿠르에 나가서 2, 3 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고등부 1등을 하여 아빠 ,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하였으며,

학교의 선생님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객지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너에게 하나님께서 그렇게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받도록

도우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호아트홀에서 입상자 연주회가 있던 날 너의 피아노치는 모습을 켐코더에 담던 아빠는 네가 몰라 보게 잘 쳤기 때문에 얼이 빠진 사람처럼 켐코더가 혼자 엉뚱한 방향에서 돌아가는 것도 잊어 버린 체 네가 무대인사를 하는 것도 찍어 주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박수 치는데만 정신을 빼앗겼었지 ...
그 땐 정말 대단했었다. 멋 있었고...

예능교회 성가대 수련회를 갔다가 피아노를 잘 쳐서 대원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는 말과 학교 부흥집회 때 갑자기 강사 목사님이 복음송을 인도하시는데

네가 반주를 하러 앞으로 나가면서 바이올린과 첼로등 악기를 타넘어 가지 않고 옆으로 돌아갔더니 강사 목사님께서 크게 칭찬을 하시더라는 말과 
반주를 잘 해서 또 칭찬을 들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아빠 , 엄마는 네가 교회생활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서 맘을 놓을 수 있었단다.

너를 서울에 혼자 보내놓고 나나 네 엄마가 얼굴을 내 밀지 않자 주위에서 ' 소망아 네 엄마는 왜 한번도 오지 않니? 입학만 시켜 놓으면 다 되는 줄 아시는 모양이지? '
라고 물었을 때 ' 우리 엄마는요.... 직장 다니시니까 바빠서 못 오시구요 대신 대구에서 기도해 주시잖아요... ' 라고 대답했다고 했지?
그렇게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자식을 둔 아빠 엄마는 얼마나 네 때문에 행복했는지 모른다. 

예능교회에서 1년 정도 지났을 때 였던가?

' 내가 네 엄마 할까? ... ' 라고 엄마 노릇해 주겠다는 권사님이 생겼다고도 했지?

어느 주일날, 아빠 엄마가 너를 보러 서울에 올라가서 예능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던 날 , 여러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네 칭찬을 해 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또 하나, 예고를 졸업하기도 전에 예능교회 정반주자로 임명 받고 봉사를 하게 된 것도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었지 .

밤마다 늦도록 학교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너에게 경비아저씨가 특별히 잘 대우해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기도하면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네 곁에 임마누엘로 함께 하시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단다.
아빠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너를 더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

피아노 연습할 장소가 없어서 2학년까지 그렇게 학교 연습실에서 추우나 더우나
혼자 연습하느라 고생했던 너의 경험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너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거다.

대구에서 올라간 촌녀석이 서울의 날고 뛰는 아이들을 제치고 1 학년 1 , 2 학기를 실기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던 것은 아빠, 엄마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 주었고. 2 학년 때는 1, 2 학기를 2등을 하여서 실력의 기복이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선두를 유지해서 네가 참 열심히 연습을 하는구나 싶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2학년 때, 사귀는 여학생이라며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 아빠는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몇 달 안되어 네가

'서울대에 들어 간 후에 보자 ' 하며 그 여학생과 단호히 끊었다고 해서 아빠는 놀랐단다.

너의 앞길에 장애가 될 뻔했던 그 일 이후 네 주변에는 전보다 더 많은 여학생들이 모여들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귀며 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았던 너는 참으로 대단한 녀석임이 분명하다.

2학년 때 였던가?
향상음악회를 하는데 피아노 2대를 나란히 놓고 한 학생의 반주로 예고사상 처음 라흐마니노프 협연곡을

발표했던 것을 네 엄마가 켐코더에 담아 왔을 때 아빠는 너의 그 적극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수시 입학 과정에 나타난 현상을 보면 너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의 보이지 않는 후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너도 알았을거야.
지난 번 TBC 음악 콩쿠르에서 네가 1등을 하게 되었던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 아 ! 하나님께서 이런 방법으로도 도우시는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보면서 아빠는 그 손길을 느끼겠더구나.

손바닥에 땀이 많은 너는 피아노 건반 위를 움직일 때 여간 불리하지 않은데, 이번 수시에서는 세 곡이나 치면서 실수를 전연 하지 않았다고 하여서

아빠는 네가 합격할 줄 알았지.
이번 수시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시는 거니까 , 합격은 틀림없을 것이라 믿었지...

이제는 땀 많이 나는 거 수술을 하자꾸나.
그리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하나님 앞에서 네가 평소 기도하던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 보자.
우리가 기도했던 것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다 응답 해 주신 걸 감사하자.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란 것을 너도 잘 알 줄 믿는다.
하나님께서 쓰시는 그릇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 한 번 정리해 보기 바란다.
아빠는 네가 잘 할 줄 믿는다.
지금까지 잘 해 왔듯이 ...

또, 범사에 겸손하게 처신하기 바란다.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척, 침묵으로...

대구의 할머니와 네 엄마, 네 형, 대전의 외할아버지 , 교회의 교역자님들 또 주변에 많은 분들이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네 스스로도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며 다시 4년 후 서울대를 졸업할 때

최선을 다한 소망이의 모습을 아빠가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라면서 이만 그친다.

사랑한다. 내 아들.

2001 . 10 . 28 대구에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