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연습( 마음의 노래 손끝으로 흐를 때...)

그저께처럼 서울 출장을 가는 길은 내가 지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다.
새마을호로 서울까지 세 시간 십 분,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시간 한 시간 ...

출장은 한 달에 한번 정도지만 바쁜 생활 가운데 모처럼 생각할 여유도 생기고 나만의
시간을 얻을 수 있어서 마음 편하게 앉아서 허밍으로 노래를 하며 손목을 흔든다.
덜커덕 덜커덕, 바깥으로부터의 약간의 소음은 내가 흥얼거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엘리베이트를 타고 오르내리는 짧은 시간에도 혼자일 때면 벽거울을 보고 팔을 흔들어 보던 (지휘)
나로서는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이런 출장 시간이 지휘 연습하는데 안성맞춤이라
창 밖을 보면서, 어떤 땐 눈을 감은 채 머리 속에 있는 악보를 반복해서 지휘 연습을 하는 것이다.
손목을 움직일 듯 말 듯해가며 지휘 연습을 연구하며 가노라면 세 시간 서울 길도 금방이다.

평소 내가 주일 찬양을 준비하는 순서는 가사를 세 번 정도 백지에 쓰면서 외운 다음 피아노로 파트별 음정을 두드려보고 미스프린트라도 혹 있는지 검토를 해 본다.
그런 다음에는 반복해서 여러 번 불러본다.
수십 번을 부르다 (흥얼거리는 것 ) 보면 대게 곡의 빠르기는 몇 번으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다 감이 오고,

강약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해야하고, 크레센도와 디미누엔도는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하며 액센트와 끝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짚이게 된다.

반복해서 지휘연습을 하는 것은 비트(박젓기)를 후려칠 것인지 위로 떠올릴 것인지 물을 밀어내듯 완만하게 좌우로 팔을 레가코로 흔들 것인지 그 모션이 노래와 일치가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비록 곡을 익히는 목적이지만 한 주간 내내 입술에서 찬송이 끊이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은혜가 아닌가...
이렇게 내가 곡을 거의 다 외우고 나면 주일 아침에 대원들과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고 11시 5 분전에 대원들과 같이 성가대석으로 올라가게 된다.

나도 한 때는 무턱대고 지휘를 했던 적이 있었다.
노래와 상관없는 팔젓기...

준비도 없이 한 주간 지내고 악보를 들어다 보고 박만 짚어누느라 대원들의 눈과 얼굴을 보지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 지휘자의 마음에 먼저 노래(찬양)가 있어야 되고 마음속에 음악(선율)이 자연스레 흐를 때 지휘는 저절로 된다...>
나에게 지휘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께서 하셨던 이 말씀을 이해한 것은 얼마 전이다.
그림을 그리려면 마음속에 먼저 상이 새겨져야 하듯이 지휘도 자기 속에 좋은 음악이 먼저 만들어져 있어야 좋은 지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작지 않은 교회에서 본 성가대 지휘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지휘자가 하도 자주 바뀌는 바람에 성가대장이었던 내가 임시로 지휘를 했다가

무엇을 좀 배워서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 지휘를 배우게 되었다.
지휘를 배우면서 모를 때는 용감했지만, 알고 보니 지휘자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가를 알게되어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한 동안은 지휘를 기피했던 적도 있었다.

교회예배에 있어서 음악이란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고 찬양대의 찬양순서는 성도들이 기다리는 순서중

하나로 자리 매김이 되어있다.
송영곡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 기도송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그 날의 예배 분위기가 달라지며

찬양이 어떤 가사며 어떤 곡이냐에 따라서 말씀과 조화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되기도 하여 성도들의

마음 상태를 좌우하기도 하므로 곡 하나 하나 선곡을 하는 것부터 지휘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깨닫고 있다.

교회력을 근거로 선곡을 하는 것은 기본이이지만, 많은 곡 중에서도 부르기 쉬우면서 화음이 잘 되고

가사내용이 건전하고 복음적이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일치하고 담임 목사님의 목회 방침과 교회의

여러 행사를 감안하여 조화가 되는 곡을 택하는 것이 선곡의 요체다.

찬양곡으로 작곡되어 나왔다고 다 좋은 찬양곡이 아니기 때문에 훌륭한 합창단이 부른 곡을 많이 들어야 하고 교회에서 확보하고 있는 악보 가운데서는 어떤 곡이 어느 책에 있는지 항상 파악하고 있는 것도 지휘자가 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교회성가대실 책장에 꽂혀 있는 악보집 십 수권 목록을 컴퓨터에 올리는 작업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제목별로 검색을 할 수 있고 첫 가사로 검색이 가능하며 곡의 성격별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되어서 악보를

찾기 수월하도록 해 놓았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합창테이프 약 150개 역시 컴퓨터에 제목과 번호를 입력해 놓았다.
이로서 악보와 테이프를 찾는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40-50 명의 대원들을 가르쳐야 하니 내가 먼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서 부부합창단에 가입을 해서 활동을 하고 있고, 합창 음악회가 있어면 꼭 가서 보고, 합창음악 비디오도 가능한 구해서

보고 지휘자들의 지휘 폼을 비교하며 내 실력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일 대 예배시간 찬양은 3~5분 정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가장 확실한 시간임을 알고 나는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성도들이 지휘자의 팔 움직임을 주시하기 때문에 능숙하고 아름다운 모션으로 지휘를 하지 않으면 찬양의

감동이 반감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를 지휘자로 세우시고 찬양 받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께 진정 보답하는 길은 철저한 준비뿐이라고

생각하며, 아름다운 노래(찬양)를 마음에 먼저 새기고 그 노래(찬양)가 손끝으로 자연스레 흐르도록 손목을 흔들어 보는 것이다.

2002 0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