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우리가족

2008. 11. 25. 23:35칼럼

포스코 빌딩 옆 건물에 있는 도시바코리아에 가서 담당자와 만나 상담을 하는 것이 오늘
서울 출장의 목적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선릉 역에서 전철을 타려던 중 에콰도르에서 왔다는 5 인조 거리 악사들의
공연을 잠시 보게 되었다.
멀리 남미에서 왔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 은근히 친근감이 생겨서 한 곡이 끝날 때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전통 의상인 듯한 앞뒤로 길게 늘어진 옷을 입고 짧은 피리를 여러 개 엮어 만든 것과 같은
수제 악기를 입으로 부는 두 사람과 키타리스트 한사람, 아주 작은 바이올린주자와, 역시 입으로 그 악기를 불면서 북을 치는 사람으로 구성이 되었는데 간혹 노래도 곁들이고 있었
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세울 만큼 흥미로웠고 훌륭했다.

언어가 달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슬픔이나 기쁨을 같이 호흡할 수 있기에 음악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공통의
언어가 틀림없다고 평소에도 믿고 있었다.

바쁜 걸음이었지만 둘러 선 다른 사람들에 섞여 한참을 보다가 15,000 원을 주고 CD 한 장을 사고 자리를 떠나왔다.
익숙하게 연주를 하는 것으로 보아 조직된 작은 악단인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었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나는 저들이 CD를 많이 팔고 자기네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갔으면 하고 걸어가면서 빌어주었다.
7월 10일경 미국으로 순회 연주 여행을 떠나게 될 소망이 생각이 나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8시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영등포역에서 올라 온 소망이와 만났다.
서울역 KFC에서 미리 산 치킨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 부자는 오랜만에 기차여행을 즐기며 내려왔다.
소망이가 지난 번 횃불회관에서 연주할 때 녹음했던 CD 가 나왔다면서 서울대 선교합창단 CD 자킷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의자를 뒤로 한껏 제치고 편안하게 누워서 이어폰을 한 개씩 나눠 귀에 꽂고는
합창음악을 감상하며 내려왔다.

녹음이 잘 되어있어서 매우 가치 있는 CD 가 될 것 같아서 소망이에게 아예 몇 장을 더 사라고 일렀다.
함께 듣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었으면 해서였다.

그렇게 반쯤 누운 채로 부자간에 사이좋게 이어폰으로 CD를 듣고 있으려니 얼마나 흐뭇한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어 있으니 음악이란 공통의 취미와 생활을 하면서 함께 사는
우리가족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감사했다.

가족구성원끼리라도 이상과 취미가 전혀 다르면 거리가 생기고 때로는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한 쪽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오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있을 때 한쪽에서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가족이 있거나 한 쪽에서 야구 구경을 보러 가자고 할 때 한 쪽에서 음악회 가자고 우기면 얼마나 곤란하겠는가?

나는 우리 가족들이 다 나와 같이 음악에 취미가 있는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합창음악과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고 있는 내가 거실과, 침실 방에 각각 오디오를 놓고 있어도 아내가 이해를 하고 음악회에 무비카메라를 가지고 찍어 달라고 큰 아이에게 부탁을 해도 그 시간에 딴 약속이 있다며 거절하지 않는 아들이어서 얼마나 고마우며,
TV를 누가 보다가도 내가 음악회 비디오 테이프를 틀 때 싫다며 보던 프로를 보자며 우기는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내와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해서 오디오를 크게 트는 문제로 다툼이 생기지 않는
우리가정,
내가 음악회에 온 가족을 데리고 같이 가는 밤이면 행복하고, 방에서 오디오를 듣는
저녁이 행복하다.

소망이가 잠들고 이어폰을 스테레오로 들어보니 너무 훌륭한 합창을 펼쳐내고 있었다.
음악은 아름다운 것인가 ?
아름다워서 음악인가?
밤을 달리는 피곤한 기차인데도 음악이 있어서 이처럼 유쾌한 여행이 되는구나 ...

온 가족 모두 뜻(취미와 이상)이 맞도록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음악이 나오고 <동대구 역에서 내릴 손님...>을 찾고 있었다.

'그렇다 . 음악을 좋아하는 이 땅의 모두가 가족이겠지...'

2002 ,06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