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 선물

2008. 11. 25. 23:30칼럼

어버이날 선물

 

56일 서울 횃불회관에서 서울대학교 선교합창단 정기 연주회가 있었을 때 소망이가

반주를 했지만 일이 바빠서 올라가 보지 못했다.

여태껏 소망이 연주회 때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지만 동아 백화점 입점 관계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올라가지 못했다.

대신, 아내와 믿음이가 올라가서 소망이를 격려해 주고 내려왔다.

믿음이도 기차 시간이 임박하도록 담당 교수에게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만나지 못한 채 헐레벌떡 뛰어나온 것을 동대구역까지 태워주었다.

 

본과 3학년에 올라간 뒤로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실습하느라고 바쁜데도

동생을 위해 또 내가 못 올라가니 비디오를 찍어 오라고 했더니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겠다고 나서는 믿음이가 여간 고맙지 않았다.

 

믿음이가 찍어 온 비디오테이프를 가족들과 보면서 서울대 성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하늘소리> 선교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횃불회관 무대가 넓고 아름다운 것과 파이프 오르간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현장에 가서 직접 감상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소망이는 합창 시간 내내 혼자서 반주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으며 중간 스테이지에서 피아노 3중주를 할 때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여타 학생들보다 더 활약이 많아서 예고 때부터 안면이 있었던 자모들로부터

< 소망이가 제일 돋보인다...> 하는 칭찬을 아내가 많이 들었다고 했다.

 

지휘자 홍정표 교수의 합창 만드는 솜씨는 소망이가

전화로도 자랑해 와서 이미 짐작했고 20년 전쯤 온누리 교회 예배에 참석을 한번 하면서 지휘하는 모습과 찬양을 들은 적도 있고 해서 낯설지 않았다.

 

비디오 음성 출력을 오디오 입력단에 넣고 영상은 화면을 보며 듣는 합창 소리는 실제 현장 음 보다 못하지만 합창단의 솜씨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맑았으며

다이내믹이나 빠르고 느림, 몰아치는 빠르기와 여리며 점차 느리게 등 골고루가 어우러지는 훌륭한 합창을 선보이고 있었다.

 

찬양을 부르는 학생들의 표정도 모두 밝았고

어떤 한 학생의 얼굴은 미소를 지으며 부르는 모습이 천사처럼 환하게 피어나고 있어서 횃불회관 무대 벽에 앞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초대형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와 함께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동을 자아내고 있었다.

 

객석 2,400으로 예술의 전당 1,600석보다 큰 홀에 합창을 들으러 알맞게 들어찬 입장객 앞에서 합창단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한 곡 한 곡씩을 발표하고 있었다.

단원중에는 낯익은 소망이 친구들 얼굴도 보였다.

 

믿음이가 소망이에게 캠코더 초점을 집중적으로 맞추어 찍어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소망이의 모습을 자세히 잘 볼 수 있었다.

연미복을 입고 큰 피아노 앞에서 지휘자의 사인에 따라 반주를 하는 소망이는 어색함이 전연 없는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소망이가 하나님 앞에서 잘 쓰이는 그릇되기를 기도하는 아비로서 속으로 연신 하나님 앞에 감사를 드렸다.

 

믿음이는 또 형제애를 발휘하여 어렵다는 핑계를

충분히 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까지 기꺼이 올라가서 동생을 격려해 주었으니 아비로서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지 모르겠다.

 

비록 카네이션을 달아 주지 않아도 각각 제 갈 길을 잘 개척해 나가는 두 아이의 모습, 두 형제가 우애 있게 지내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이었다.

 

2002, 05,14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