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2008. 11. 25. 09:33칼럼

어제는 서울 코엑스 전시관에서 열린 오디오페어(박람회)에 갔다 왔습니다.
1 년에 한번 씩 열리는 이 행사를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은 오디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래선에서 심혈을 기울여 전시해 놓고 있는 각종
오디오 소리를 한자리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새벽 6시 새마을호로 올라갔다가 볼 일을 다 보고 밤 여덟시 하행 새마을호에 탔는데 마침 인도에 개척교회 설립 문제로 출국 하셨다가 귀국해서 내려 가시는 정춘덕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일부러 식당 칸으로 가서 이런 저런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정 장로님은 구변이 좋으시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잘 하시는 분이어서 나는 주로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정 장로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 제갈 집사 듣는데 이런 말하는 게 뭣하지만... 누가 그러는데... 자식은 훌륭하게 되는
만큼 부모하고는 거리가 멀어진다카데.
그렇기 때문에 자식을 가까이 데리고 살려거든 교육을 많이 시키지 않아야 된다카네...>
라는 요지였습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기에
" 맞는 말씀입니다.... 자식은 유명해 지는데 부모는 제자리니 멀어질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내가 동감하며 말을 받자 장로님께서는
" 자식의 무대가 있는데 부모가 그 자리에 끼일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자식은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능기라... 지난 번 명절 때 아들 녀석들이 며느리들하고 와서 놀다가, 갈 때가 되어 다들 저거 처갓집으로 간다꼬 가버리니까 얼마나 허전한지...

문 권사하고 둘이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차 타고 바로 부산으로 안 갔나...
부산에 내려가서 제일 전망 좋은 호텔에 들어가서 하루 밤 자고 안 왔능교...

그러이 속이 좀 풀리데...

 자식들 키워 놔 봤자 다 그런기라..."

정 장로님 댁은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모두 신앙으로 잘 성장하였고 이제는 다 결혼을 하여 장로님 슬하를

떠나 살고 있는 중입니다.
명절이 되어서 찾아오는 자녀들이 몰려 왔다가 썰물처럼 다녀 간 후의 허전함을 그렇게 표현하셔서

나는 앞으로 우리도 믿음이 소망이 결혼시켜 며느리보고 하다보면 자기네끼리의 삶의 있기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것이기에 다소 쓸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은 어느 누구나 언젠가는 부모 품을 떠나 홀로 서기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다 장성한 뒤에도 부모를 떠나지 못하고 부모의 보호를 계속 받고 있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일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대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잘 가르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피며 결혼을 시켜서 새로운 한 가정을 이루어서 다음 세대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본을 보이며 가르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미사일에 견주어 생각해 보곤 합니다.
미사일의 본체가 부모라면 탄두는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사일은 탄두를 싣고 연료를 태우며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미사일이 크면 클수록 더 멀리 날아 올라 수천 Km까지 날아가게 됩니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의 미사일은 그 힘이 대단하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궤도에 오른 본체(위성)는 우주에서 자신의 궤도를 돌게 됩니다.
궤도에 올리기까지 본체는 날아 오르다 1 단계, 2 단계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부모의 희생도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땀을 흘리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이 자신을 도외시하고 무시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길 것을 짐작하면서도 세상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희생합니다.

부모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짜장면 집에서 점심을 때울 수 있지만 배운 자식은 체면상
그런 곳을 출입할 수 없다며 나은 식사를 하려 합니다.


큰 아들을 외국 유학 시켜 박사가 되게 한 어머니가 큰 며느리 때문에 둘째 아들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신세가 되어 노년을 둘째 며느리 눈치 보며 살고 있는 할머니를 내 주변에서도 보고 있습니다.

자식에 관한 이야기로 '품안에 있을 때 자식 '이라는 말이 있고, '키울 때 재미' 라는 말도 있습니다.
다 키워 놓으면 별 재미없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 장로님이나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같을 줄 압니다.
세상이 그렇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힘닿는 대로 반듯하게 키우겠다는 것 한가지 ...

장로님께서는 구미 역에서 내리고 나는 동대구 역이 가까워지기에 지나가는 호두과자 한 봉지를 샀습니다.
오늘 따라 어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2001,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