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사랑의부부합창단 정기연주회를 마치고...(下

2008. 11. 25. 08:52칼럼

제14회 사랑의 부부합창단 정기 연주회를 마치고... (下)

다섯 번째 무대는 글로리아 챔버 앙상블의 무대였습니다.
열 명 남짓 소수 정예로 결성된 듯한 팀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대 편성 오케스트라의 장엄하고 멋진 연주도 좋지만, 적은 숫자로 하는 것도 저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처음 느꼈습니다.
좋은 곡을 많이 쓰시는 이영수 님께서 찬송가를 편곡한 곡들을 연주하는데 눈 오는 밤( 비록 길을 힘들게 하는 눈이었지만,) 시민회관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무대는 우리 차례였습니다.
무대에 올라서서 객석을 바라봤더니 보기 좋을 만큼 자리가 차 있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평정을 되찾았기 때문에 마지막 무대를 잘 마무리하기 위하여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각자의 자리에 가슴을 펴고 섰습니다.
우리가 잘 입는 복장으로 남자들은 연 베이지 색 상의에 빨간 넥타이, 검은색 바지를 입었습니다.
조명을 받으면 환하고 화려하게 보이기 때문에 남성단원들 연주복으로는 제일 선호하는
복장형태 입니다.
여성들은 밝은 크림색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전주를 일곱 마디 한 다음 여성들만 불러야 할 때인데 남자가 한사람 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럴 수가?
테너 쪽에서도 질 수 없다하고 하는 실수였던지...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습니다.
으~~~~~.
나는 들어 갈 쥐구멍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찌 이런 일이...?
지휘자 집사님 귀에까지는 듣기지 않았으리라 생각되지만, ( 들으셨다면 미안해서 나는
방학을 계속할 수 밖에는...)
얼굴은 화끈거리고 달아오르는데...
쓴웃음을 띄우며 겨우 회복을 하고 마저 불렀지만, 마음은 쓰라리고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 미리 안경알을 도수 높은 걸로 교환했어야지... 미루다가... 일 잘 냈제...'
평소에 사무를 보던지 책을 볼 때는 코끝에 걸치고 테 너머로 먼 데를 보는 안경을 사용하는데, 오늘은 무대매너상 그럴 수 없어서 ( 노인으로 보이는 게 싫어서...) 안경알 면적이 큰 것( 큰 알 아래 부분에 돋보기를 붙여 놓은 것) 을 착용했는데 배율이 1.0 이라서 글씨가 잘 안 보여서 이제는 2.0 짜리로 교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미루다 교환하지 못했던 것을 착용한 것이 화근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women 이라는 글도 몰라서 따라 불러? 부르길...
으~~~흐흐흐...

교회 찬양대 연습시간에 옆 사람 소리 듣고 따라 소리를 내는 찬양대원들에게 " 틀려도 좋으니 소리를 내세요... 제발..." 하며 요구하던 나였기에 좀 튀어 나가는 성질인데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겁니다.

세 곡을 다 하고도 우리는 내려가지 않고 짐짓 그냥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지휘자가 한 번 들어갔다가 앙코르 박수를 받고 다시 나와서 객석 쪽으로 몇 걸음 다가가서
" 오늘 날씨도 좋지 않은데..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들이......마지막 곡은 지방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찬양을 하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 후 마지막 앙코르 곡을 할 때는 어린아이들을 앞에 세우고 " 사철에 봄바람
불어잇고...."를 불렀습니다.
마지막 곡은 지방에서 오신 ccl 단원들도 무대에 올라오도록 하였습니다.

이 눈오는 길을 멀다 않고 (가히 목숨을 걸고 찾아 온 ? )
찾아와서 축하해 주는 사람들을 어찌 남이라 할 수 있으랴...
우린 같은 주를 섬기는 한 형제요, 자매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원주에서, 울릉도에서, 부산에서, 대전에서...기꺼이 와 주신 걸음들.
나는 무대위쪽으로 올라와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안쪽으로 서도록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우리는 큰 소리로 ' 여기에 모인 우리 주의 은총 받은 자여라....'를 합창을 하였습니다.
마음이 하나되어 함께 부르는 찬양, 그 소리는 보좌를 움직일 듯한 기도요, 외침이었습니다..
'...주께서 이 자리에 함께 계심을 아노라....'

내 우편에 언제 왔는지 큰 아들 믿음이가 입을 크게 열고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학교로 가면서 오늘 서클 일로 어쩌면 참석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던 믿음이였는데 ....
아! 이 것이 축복이지... 다른 것이 복인가?
찬양을 좋아하여 스스럼없이 무대에 덩달아 뛰어나와 애비 곁에서 ( 키가 10 센티나 커서 위로 쳐다봐야 하는 덩치로 ) 찬양을 하겠다고 나온 아들...

실수고 뭐고 다 잊자. 오늘은 기쁜 날이다. 찬양으로 그 분만 높이자.
목이 열릴 때 노래를 불러라. 가슴이 호흡할 수 있을 때 찬양을 하여라.
내 영혼아, 다리로 서서 몸을 받치고 있을 때 크게 소리를 질러라.
여호와가 하나님이심을 선포하라.
그가 왕이심을 선포하라...

기쁨에 가득 차 부르는 우리의 찬양 노래는 힘있게, 우렁차게, 당당하게, 시민회관 객석을 향해 퍼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서 축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교회식구들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회사의 직원들, 20 년 만에 만나는 전에 다니던 교회 교우들,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일일이 인사를 하고 꽃을 챙겨서 트렁크에 넣고 맨 나중에 리셉션 자리로 내려갔습니다.
웃는 얼굴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찬양을 받으신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화,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들이었습니다.
지휘자 김 집사님도 그 천사표 함빡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
미안합니데이....( 쬐그마한 소리로 옆에서^ ^* )

명예 지휘자이신 이성수 장노님을 만났더니 내 옆에 서 있는 소망이를 가리키며
" 야! 너는 앞으로 큰 인물 되겠구나. 대가가 틀림없이 되겠어...
야 , 너는 피아노도 피아노지만 기도하는 모습이...야, 큰 인물이 되겠구나,...
내가 너거 아버지를 가르쳤다..." 하시며 칭찬을 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조용히 생각해 봤습니다.
날씨가 문제가 될 수 없다.
찬양은 하나님 혼자 받으시는 것이지...
한 분이면 족해.....
최선을 다하려고 하다가 실수를 한 것이야 어쩌겠노?
그 것 마저도 열납하시는 하나님이신데....

첫 눈이 내려 온 하늘 저쪽은 어두웠지만, 나의 마음은 어느 때 보다 밝았습니다.

2001 , 12, 05 

 

 

 ===============  2001·12·07 23:19 

 

사람의 입술로 발음할 수 있는 말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합니다.
오늘, 대구시민회관에서 있었던 '사랑의 부부 합창단 정기 연주회'에서는
그 사랑이라는 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시간이었지요.
아름다운 화음으로 마음을 서로 주고 받으며 노래하는 부부의 모습은 정말 '꽃과 나비'였습니다.

연주복의 세련됨과, 옥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받쳐 입은 고운 한복, 그리고 캐쥬얼한 티셔츠 차림으로 매 스테이지마다 다양하게 연출하면서,
고운 화음으로 첫눈 오시는 대구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았지요.

제갈유태 집사님은 사모님의 뒤에서 든든하게 자리하시고(테너파트) 멋있게 노래를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자랑스러운 아들 소망군의 피아노 연주는 아주 파워풀한 시간이었어요.
건장한 체격에 아주 순수한 표정을 한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제갈집사님도 주현이 엄마도 못만나고, 혼자서 공연장을 빠져나와서 지하철 역까지 좀 걸었습니다.
눈이 자주 오지 않은 대구인지라 어쩌다 눈이 오시면, 차들이 거북이 걸음입니다.
덕분에 거리가 한산해져 있었지요.

함박눈이 어둠이 깔리면서 진눈깨비가 되어 내리는 거리...
간판도 보도블럭도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가로등은 포근하게 빛나고 있었답니다.
가로등 주위로 눈발이 몰려들며,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잠시 서있는 사람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건, 그렇게 눈이 오시는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요,
'가족' 이라는 말, '우리집'이라는 말을 아름답고 포근하게 하는 그 원천적인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았으니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하나님 안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누군들 어렵고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그것을 이기고 사랑을 잃지않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인 까닭입니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이,
관념적인 공허함을 뛰어넘는 시간이었던
첫눈 오시는 겨울밤이었습니다.

한우리 가족여러분, 사랑으로 가득한 밤 되시길 빕니다.

( 한우리 카페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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