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홀로서기를 할 때 부모 가슴은 아려오는 모양입니다.

2008. 11. 25. 08:45칼럼

딸자식 곱게 기르다가 시집 보낼 때의 부모 심정을 딸을 시집 보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만

이번에 소망이에게 자취방을 얻어 주고 혼자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그 심정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3년 전, 평창동 예고 옆에 하숙을 시킬 때, 하숙방에 옷이며 책상을 들여놓고 대구로 내려 올 때도 마음이 영 허전하고 안되었더니

봉천동에 원룸을 세 얻어서 밥솥이며 밥그릇, 도마, 대야, 이부자리등 생활도구들을 장만해 주고 오면서 느꼈던 그 기분,

가슴속에서 싸하게 번지던 아릿함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내가 먼저 내려오고 아내가 하루 더 머물러 있다가 내려 왔는데, 아내가 내려와서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또 한번 마음을 후비고...
밥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솥에다 쌀을 씻어 넣은 다음 물을 손등으로 재는 것까지 설명을 해주다가 " 소망아 밥을 할려면......" 말하다가

그만 눈물이 나서 울고 소망이도 울먹이고 했던 모양입니다.

어제 낮에 또, 소망이 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 갔다가 돌아와서 제 혼자 밥을 차려 먹으려고 하다가 식은 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묻는 것 같았습니다.
" 엄마 밥을 어떻게 뎁혀야 돼?.."
" 소망아........ 물을 약간 데워서 말아먹어..."
아내의 음성이 약간 떨리는 것 같았고 내 가슴도 찡해 왔습니다.
" ............"
물에 말아먹을 소망이를 생각해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며 그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습니다.

'젊을 때 누구나 고생을 해봐야 된다' 고 그러지만, 막상 내 자식 문제가 되어 보니 그게 그렇게 쉽게 할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지 혼자 밥할 줄 알기나 하겠나?... 잘 가르쳐 주지 그랬어? "
아내에게 시큰둥하게 물었더니
" 그러잖아도 가르쳐 주다가 지도 울고 나도 울었지 뭐...."
그저께 일을 떠올리면서 아내가 또 울먹이려고 해서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숙할 때는 그런 걱정 없었는데, 막상 밥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다 보니 마음이 아파서 울었다는 겁니다.
" 엄마 괜찮아... 유학 가려면 미리 해봐야 되잖아..." 하며
소망이가 제 엄마를 달랜다고 말을 했는데 역시 소망이도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반찬 때문에 전화가 왔습니다.
" 소망아 그것은 버리고 새로 해..."
그저께 해 주고 온 된장찌개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하숙집에 있을 때는 마침 대구에서 올라간 학생들이 함께 있어서 외롭지도 않았을 것이고
해주는 밥 먹고, 해주는 빨래 찾아서 입고 학교만 다니면 되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제 손으로
해야 하니 처음 하는 일이 얼마나 서툴고 어려울까 마음이 쓰입니다.

" 일 주일에 한번씩 엄마 올라 와 ... 응? "
소망이가 기대하는 것은 한 번씩 제 엄마가 올라 와서 반찬도 만들어 주고, 빨래도 해결해 주는 것인데

직장에 매인 아내가 그렇게 할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안쓰럽고 힘드는 것을 체험해 보면서 딸 가진 엄마들이 딸을 시집 보낼 때 이것저것을 사주고 챙겨 주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는 가을이 되고 때가 되면 낙엽을 떨어뜨리며 제 혼자 잘 서 있어도 사람은 자식을 그렇게 쉽게 떼어내지 못하는가 봅니다.
자식이 홀로 서기를 할 때 , 부모는 이렇게 가슴이 아픈 가 봅니다.

 

2001 , 11, 29

 

 

 =============== 2001·12·01 13:55

 

될꺼예요 아마.. 그죠 집사님?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두 더 많이 느낄꺼구..
얼마나 소망이 사랑하고 신경써 주시는지 더 많이 많이 알게 될꺼예요..


신경 많이 쓰이시죠?

그래두 정말 하나님께서 소망이 모든걸 다 챙겨주시니
아마 더 잘 할꺼예요..

이제 좀 마음이 편안해 지셨는지 모르겠네요...

 

 

- 안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