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찬양선교단 5회 연주회를 보고...

2008. 11. 29. 23:22칼럼

오전에 대충 일을 봐 놓고 역으로 나갔더니 우리보다 요즘 더 바쁠 믿음이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랫폼에 있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키가 커서 찾기가 쉬운 믿음이 입니다.

우리부부가 입만 열면 소망이, 소망이 들먹이지만 안색 한번 변하지 않고 싫은 기색없이 우리 못지 않은 동생의 후원자로
오늘도 디지털 카메라를 둘러메고 기꺼이 서울까지 따라 나서 주는 믿음이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형제간 우애에 관해서 이렇다 말 한 마디하지 않았는데도 동생에게 많은 양보를 하는 믿음이는 타고난 맏인 것 같습니다.

영락교회에 도착한 우리보다 조금 늦게
처제가 믿음이 외할아버지를 태우고
도착해서 우리는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으며 잠시 쉬었습니다.

한 30 년 만에 다시 들어가 본 영락교회는 한국의 대표적 교회로써 명성에 걸맞는 위용을 갖고 언덕위에 있었습니다.

교육관 지하2층에 있는 베다니 홀은
대구 문화 예술회관 대강당 정도의 크기였으며 내부는 아주 고급스런 자재로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전면 벽에는 흰색의 커다란 스크린이 위에서 아래로 드리워져 있었고 무대 위에는 출연자들이 딛고 설 층계로 된 단이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피아노 건반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삼각대를 펴 켐코더까지 설치하고 조금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어 찬양단원들이 무대에 들어 서기 시작했습니다.
희미한 조명아래 검은 드레스와 검정
양복 차림으로 단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습니다.

합창단원들이 입장을 하고 자리에 정열해 선 후 지휘자가 입장을 할 때
박수를 보내는 게 보통인데 단원들이 천천히 들어서는 시간에 미리 박수로 단원들의 입장을 격려해 주는 것은 본 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덩치 좋은 한 남학생이 나와서 먼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 후에야 조명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대가 환하게 밝아지자 합창단원들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단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고 입가엔 엷은 미소가 흐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어서 지휘자와 소망이가 큰 박수를 받으며 입장을 하였고 자기 자리에 서서
허리를 깊이 구부리며 인사를 했습니다.

지휘자의 사인을 받아 전주가 나오고 합창이 시작되었습니다.
윤기가 있는 듯 아름다운 소리가 홀을 잔잔히 울리며 청중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질이 뛰어나
어디에 내 놓아도 모자랄 것 없는 수준인지라 합창 소리는 전혀 흠 잡을 데 없는 품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켐코더 모니터에 비친 단원들의 클로우즈 업된 얼굴들은 기쁨과 확신에 찬 표정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찬양하는 것은 자신들이 하나님으로 부터 부여받은 작은 사명이라고
여겨 바쁜 학업가운데서도 시간을 쪼개어 정기적으로 병원이나 교회를 찾아다니며 찬양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다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한 스테이지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로
격려를 보내던 청중들은 두 번 째로 입장하는 단원들을 향해서 또 다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무대에서 소망이가 피아노 독주를 했습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편곡을 연주
하는데 손가락에 필요 상의 힘이 들어 가 있지 않나 싶을 만큼 고음에서 경직된 소리가 나는 듯 했습니다만 실수 없이 무난히 잘 해냈습니다.

소망이의 '끝맺음 제스츄어' 는 여전히 고쳐야 될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무대 위 피아니스트의 자세는 피아노
소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장과 퇴장시간마다 계속 큰 박수로
성원을 아끼지 않는 서울 청중들의
관람 태도가 대구 사람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게만 여겨 졌고 나 자신 칭찬과 박수가 인색한 대구 시민인 게 부끄럽게 생각 되었습니다.

60 분짜리 테이프를 바꾸어 넣고도 한참을 계속한 찬양은 8시 40 분 정도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소망이의 반주솜씨는 지휘자가 욕심을 낼 만하게 잘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너무 튀어 오르거나 앞서나가지 않으면서
지휘자의 비트에 알맞게 따라가주는 호흡이 눈에 보였습니다.

반주는 합창의 성공에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반주자를 잘 만나는 게
합창의 반 성공이라고 봅니다.

승전가를 부르고 마지막 앵콜곡까지 모두 마친 후 담당 전도사님이 무대에 올라서서 청중들에게 단원들을 위해 기도를 하자며 제의를 했고 모두는 이 젊은이들에게 주신 재능을 자신들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사용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니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사용되도록 해 달라고 간구 했습니다.
오늘 연주회의 주역은 청중들이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서울 역까지 따라 온 소망이와 단골 메밀 국수집에 들어가 차 시간을 기다리며
네 식구는 오랜 만에 이야기꽃을 피웠습
니다.
소망이가 서울 예고에 입학을 목표로
레슨을 받으러 다닐 때 드나들던 메밀
국수집을 이제는 대학 2 학년이 되어
앉아 있으니 더딘 것 같은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 온 세월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서울의 소망이와 함께 해 주실 것을 염원하며 우리는 소망이를 남겨두고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면 지금까지 지내온 것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요 감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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