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심장

2008. 11. 29. 23:24칼럼

몇 년 전 어느 땐가, 아침에 아파트 계단을 운동 삼아 걸어 오르던 중 가슴이 쥐어짜는
듯하게 아파서 난간을 붙잡고 한참을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내 가슴은 어떨 때는 가만히 있는 데도 아플 적이 있었습니다.
100 m 달리기를 하고 나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서 숨을 헐떡이게 되고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되듯이 이 증상은 잊을 만하면 가끔 한 번씩 나타나곤 했습니다.
혼자 심근경색 초기 증세쯤이려니 짐작을 하면서 병원엘 가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이제 2/3 정도는 살은 것 같은 생각에 이대로 조심해서 쓰면 평균 수명 만큼은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식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하나님 앞에 가는 것도 싫어할 일도 아니고 , 이것저것 생각해
봐도 지금 당장 심장에 이상이 있다손 쳐도 뭐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닌 것 같아서 참고
지냈던 것입니다.

스스로 몸조심을 하며 그렇게 지내던 중 지난 4월 부활절 칸타타를 하였을 때 마지막 끝
무렵에 통증이 또 찾아 와서 쩔쩔맸었는데 비디오로 그 모습을 가족들과 보면서 비로소
말이 나와 가족들에게도 알리게 되었습니다.
내 말을 듣더니 가족들은 놀라서 병원에 가 보라고 했습니다.
"간혹 한 번씩 그러는데 참고 살지 뭐..." 했더니
믿음이가 " 아버지, 그것 그냥 두면 위험해요. 빨리 병원에 가셔서 진찰해 보셔야 돼요.
내일 병원에 오셔서 저한테 전화하세요. " 하면서 진단을 하고 미리 치료하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경대병원 심혈관 센타로 가서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아직 학생신분이지만 가운을 입은 믿음이가 나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절차를 밟아
주어서 심장에 관한 정밀한 진단을 받아 보는 예약을 한 다음 돌아 왔습니다.

예약된 시간에 병원으로 가 검사를 받는 날은 믿음이가 졸업여행을 제주도로 간 때문에
혼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심장 초음파실에서 검사를 하는 동안 나는 모니터에 나타난 내 심장의 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는 < 아 ! 내게도 심장이 있구나..> 하마터면 바보 같은 말을 입 밖으로 할 뻔했습니다.
흑백 모니터에 비치는 내 심장의 박동 모습을 보는 순간 경이로운 그 심장을 주신 하나님
에 대한 경외심이 새로워졌고 생명을 주신 은혜를 너무 덤덤하게 여기며 살았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무심코 살았는데, 저렇게 심장이 내 속에서 뛰고 있었다니...

며칠 후에 심혈관 감마카메라실과 , 심전도 측정실, 심장 초음파실등에서 검사했던 여러
가지 결과를 보러 다시 병원으로 간 내게 의사는 "현재, 특별한 징후는 없는 거 같고
아직 약을 드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만약 다시 아프면 그 때 병원에 오십시오..."
하며 괜찮겠다고 했습니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 이상이 없데..."

<당장 입원하라던데 ---.> 하고 놀라게 해 줄까 싶었지만 바른대로 말을 해 주었습니다.
" 뭐야, 당신은... 괜히 엄살을 떨었잖아?..."
아내는 반가운 소식에 밝은 음성으로 수화기를 울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언제 엄살을 떨어 ? 믿음이가 병원에 가야 된다고 했지..."
아들의 효심을 핑게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하나님... 내 심장이 아직은 쓸만한 것 같습니다.
부르시면 언제고 가겠습니다.
아직은 이 땅에서 제가 할 일이 더 남아 있는 모양이네요.
알겠습니다. 내 심장이 멈출 때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충성! >

2003 , 06,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