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종의 가정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

2008. 11. 29. 23:39칼럼

지난 금요일 소망이가 내려오면서 서울에서 제 형의 외투를 하나 사 갖고 왔습니다.
레슨해 주고 돈을 조금씩 벌기도 하지만, 얼마 전 동아 콩쿠르에서 4 등 한 상금이 통장에 수입으로 잡힌 모양입니다.
제 엄마 생일 파티를 하는 자리에서 소망이는 고급 손지갑을 내 놓았습니다.
대충 봐도 10 만원은 훌쩍 넘을 듯한 것이었습니다.

한 번씩 통화할 때마다 아내가 돈을 아껴서 쓰고 모아 두었다가 유학 갈 때 보태도록 하라고 하면 유학 갈 때 쯤 바짝 레슨하면 된다면서 되레 우리더러 돈 걱정을 말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돈 때문에 고생하는 건 아내와 나기에 아내는 걱정을 하지만 나는
아직은 두 아들의 뒷바라지에 힘이 든다고 느껴지지 않으니 돈 문제 보다는 두 아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일 예배 시간에 두 아들이 앞에 나가서 헌금송을 했습니다.
키가 크고 건장한 둘이 앞에 서니 아래 쪽 강단이 그득해 보였습니다.
내 뒤쪽 성가대석에 앉아 있던 문 권사님이 내 귀에 대고 살짜기

“장로님, 나는 눈물이 다 낫습니다. 헌금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눈물이 다 나네요....“

하길래 고개를 돌려 웃으며 얼굴을 마주 보았더니 정말 권사님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얹혀 있었습니다.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점심 먹으러 지하식당으로 내려갔더니 또 몇 몇 사람들이
“ 장로님은 안 먹어도 배부르겠습니다. 두 아들 쳐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배부르잖아요?”
하는 말로 내게 말을 붙여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이와 소망이 때문에 나는 언제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싫지 않은 일입니다.
믿음이는 믿음이대로 신앙이 좋고 착하며 의사 고시를 눈앞에 두고 열심히 도서관에서
제 공부를 알아서 하고 있는 중이고 소망이는 소망이대로 저 혼자 멀리 떨어져 있지만
걱정할 것 없도록 제 공부를 알아서 잘 하고 있고 교회 봉사와 찬양단 봉사도 잘 하고
있으니 둘 다 나무랄 것이 없지요.

얼마 전 , 믿음이가 내년에 자기가 의사 고시에 합격하면 봉급을 얼마씩 받게 된다면서
제 엄마더러 이제 내년부터는 직장을 쉬라고 하던 말을 생각하면 마음이 여간 든든하지가 않습니다.
맏이니까 엄마 아빠 모시고 살려면 착한 아내를 데려와야 된다던 말도 믿음직한 말이
아닐 수 없고요.
소망이가 유학가면 10 년은 있어야 되는데 그 뒷바라지를 형이 해 주어야 된다고 은근히
제 엄마가 말했을 때 믿음이는 빙긋이 웃기만 했습니다.
아마 그렇게 해 주겠다는 표시겠지요.

형으로서 언제나 동생을 사랑스럽게 봐주는 믿음이는 천생 맏이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내가 건강하고 10 년은 더 직장 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유학 뒷바라지야 걱정 없겠지만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서 무엇보다 든든합니다.
두 형제가 싸우는 모습을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고 한 번씩 내려오는 소망이를
“ 돼지야 왔어?... ” 하며 서로 반가워 껴안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께 절로 감사가 나옵니다.
< 하나님, 부족한 종의 가정에 저런 아들을 주셨습니까? 하나님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소망이가 내려 온 날 믿음이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를 포기하고 집에서 소망이와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주었습니다.
믿음이에게 양보하는 넓은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는가 봅니다.

소망이가 훌륭한 재능을 가졌는데 반해 믿음이가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아마 두 형제간의 우애가 금이 생길 수 있겠지만 믿음이 역시 의대생으로서 뒤지지 않기 때문에 서로 우애 있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진단을 내려 주신 조목사님의 말씀을 떠 올려 보기도 합니다만 그 것 보다는 믿음이나 소망이가 바른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각 사람에게 주시는 믿음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재능(달란트)도 선물이지만 믿음의 선물이 더 귀중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요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라도 형제간의 우애가 없어서 서로 싸운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가슴 아플지....

두 아들을 생각하면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언제나 속으로 두 형제에게 주신 믿음과 형제 우애의 은사가 그 보다 얼마나 더 귀한데요 하고
말해 주고 싶어집니다.
외형적인 두 아들의 현재 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두 형제의 우애가 사실 내게는 더 아름답고 귀한 보배입니다.
우리 가정에 주신 하나님의 큰 선물은 아이들의 믿음입니다.

2003, 1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