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쿄919 가 우리 집에 들어 오던 날....

2008. 11. 29. 23:34칼럼

며칠 전,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6-7년 전에 어떤 집에 당시로서는 최고급 홈 시어터 오디오였던 온쿄 919THX엠프와 jbl L80 스피커를 비롯해서 센터, 리어 스피커와 온쿄 서브우퍼, 티악 카셋트 데크, 파이오니어 LDP 등 꽤 많은 금액을 받고 팔았던

오디오를 아주 싼 값에 도로 인수하여 집에 들여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가게에는 토렌스 오디오와 탄노이 고급 스피커가 있지만 우리 집에는 소리 괜찮은 오디오가 없어서

늘 아쉬웠으나 지금보다 큰 아파트로 이사할 때 좋은 것 사자며 아내가 극구 반대를 하는 바람에 인켈 엠프에 jbl 4425를 연결해 듣고 있었습니다.

2005년 새 아파트 입주할 때까지 참고 살려던 중 그런데로 꽤 괜찮은 오디오를 헐 값에 집으로 들여놓게 되었으니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습니다.

퇴근하면서 방에 들어서자마자 틀어 놓는 오디오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꺼질 않습니다.
거실은 어머니와 아내가 차지하고 방은 새로 들여 놓은 오디오로 내 차지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홈시어터가 유행입니다.

국산, 외산을 막론하고 오디오 메이커마다 DVD와 홈시어터용 실버계열 홀쭉한 스피커를 패키지로 묶어서

저렴한 가격에 광고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일반인들은 광고를 하는 쪽으로 따라 가고 있습니다.

음악감상용 고급 오디오는 잘 팔리지 않고 영화 감상용 5.1 채널 오디오가 많이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날렵하게 만들어 놓은 홈시어터용 스피커로는 클래식 감상이 어렵지만 유행을 따라 오디오를 선호하는

까닭에 우리 집에 밀려온 덩치 좋은 오디오 셋트를 처음 셋팅해 놓고서 좋아하는 합창 CD를 틀며 첫 소리를 듣는 순간의 그 감격~ , 공짜로 얻다시피한 녀석에게서 쏟아지는 그 소리에 어찌나 감격했던지...

나, 홀딱 반했다 아입니꺼.

황홀했습니더.

방진 고무를 깔고 대리석을 놓은 다음 올려 놓은 제이비엘 스피커에서는 온쿄 919가 밀어내는 소리를 유감없이 뱉어 내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도 소화해 내며 홈시어터를 겸하는 시스템의 진가를 모른 채 전 주인은 내 쫓았지만,

새 주인된 내가 딲고 때를 빼 주었으니 녀석은 제대로 물을 만난 고기마냥 마음껏 소리를 토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jbl L80 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말을 걸고 싶어지곤 합니다.
" 야, 너 내 잘 만났제?.... 그 집에서 고생했다. 우두커니 입 다물고 있자니 힘 들었제?....
이젠 너 마음껏 소릴 질러 봐라. 속이 후련하도록....."

나는 앞으로 이 녀석과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

2003,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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