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본선을 앞둔 아들에게

2008. 11. 29. 23:36칼럼

소망아!
드디어 내일 본선이구나.
아빠가 올라가서 응원을 해야겠지만 엄마만 올라간다.
아빠는 바빠서 못 가지만 새벽기도 나가서 너를 위해 기도하마.

그 동안 연습하느라 고생했다.
하루 열 시간 씩 손가락 끝이 납작하도록, 어깨 근육이 뭉치도록 연습을 한다는 너의 전화를 받았을 땐

코 끝이 시큰거렸다.
네가 하는 이런 고생이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들땐 어려운 길을 걷는 소망이 생각에 한참 침울했단다.

너 또래 아이들이 낭만적인 켐퍼스 생활을 하고 있을 때건만 너는 옆 돌아 볼 시간 없이 피아노 앞에만 앉아 세월을 보내니 .......
이번 동아 콩쿠르는 너무 늦게 참가 결심을 했고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네가 그냥 해보는 거라고 하기에

아예 기대를 하지 않았어나 2차 예선까지 통과하고 이제 본선까지 왔구나.
어제 저녁 네가 " 아빠 , 이번에 칠 현대곡인데 한 번 들어보세요 " 하며 들어 보라기에 전화기를 통해서 들어본 너의 피아노 소리는 전화기를 통해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이런 곡도 있나 싶을 만큼 낯선 곡이더구나.
그런데, 이번에 서울대에서 너만 남고 중도에 다 떨어졌다니 학교에서도
네게 기대를 하고 있겠는데 어떡하니? 어깨가 무겁겠구나.

한편으론 그저께 한양대 병원 찬양 사역을 빼먹지 않고 단원들과 함께 다녀 왔다는 말을 듣고 네가 뱃장이 있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거 같아서 좋더구나.

다른 경쟁자들은 이 대회를 위해 일찌감치 휴학계를 내고 준비를 하는등 온통 난린데 너는 병원을 찾아가

하나님 기뻐하시는 선교찬양에 힘썼다니
콩쿠르 입상여부를 떠나서 아빠는 기분이 좋고 만족스럽구나.

사실은, 아빠 마음에 ' 본선이 코 앞인데 한 번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연습을 좀 더하지...'

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 모든 것의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하나님 일이 먼저니 찬양 활동했다는 거 잘한 일이야.

이번 콩쿠르에 1등을 하면 좋겠지만 너는 아직 나이도 있고 하니 급한 형들에게 양보하는 셈치면야 이번에

떨어져도 괜찮다.
마음놓고 쳐라.

그리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금껏 너를 도와 주신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버리지 않고 이번 연습을 하면서 얻어진 실력 자체를 만족하게 여겨라.

하나님께서 내일 너와 함께 하시기를 빈다.
사랑하는 아들 소망이 화이팅!

2003. 10. 13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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