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며 엎어지며 그렇게 사네

2008. 12. 21. 07:30칼럼

주일 날 아침 성가대실 ,

1025분이 될 때까지 대원들은 6-7명 정도만 자리하고 앉았을 뿐.

"대장 장로님 기도로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 하고 무거운 입을 열어 시작을 알렸다.

 

30분이 넘어서자 비로소 대원들이 자리에 가득하였다.

 

하필이면 오늘 찬양 느릴 곡이 <깨어라. 먼동이 튼다> 꽤 까다로운 곡이다.

청년 대학부원들이 지난주 연습할 때 더러 빠져서 옳게 연습이 되지 않은 것인데...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며 < 침착해야 해! 은혜롭게 해야 해 !> 속으로 되뇌면서 연습을 시켜 나갔다.

 

몇 번의 음정 연습을 했는데도 테너 파트에서는 통 음을 잡지를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음정을 제대로 잡아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을 텐데.

믿음이 녀석도 오늘따라 지각하고...

 

올라가기 15분 전, 지난주 어느 정도 다듬은 모든 악상은 새카맣게 다 까먹고 하나도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음정 익히기에도 모자라는 시간....

하모니나 울림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귀가 전보다 더 밝아져서 그런가?

5년 전에 지휘했을 때보다 사랑의 부부합창단 다니면서 귀가 훨씬 예민해져서 곡의 미흡한 부분을 찍어 내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예리해졌다.

 

알토 파트에서 8분음표를 길게 빼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 지적했던 자리였다.

순간 ,

지휘봉으로 보면대를 탁! 치면서 소리를 끊었다.

< 왜 그렇게 해요? !

짧게 하라고 했잖아요. 여러 번 들었으면 고쳐야지 몇 번이나 말을 해야 합니까? >

날카롭게 짜증 섞인 목소리, 성난 그대로의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이 말을 하는 나를 나도 놀랐다.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금방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뱉은 말이고 엎어진 물이었다.

적어도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까지는

정말 웃으며 지휘를 하기로 다짐을 했었는데....

 

대 예배실에 올라가 앞자리에 앉아서 대원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표정이 밝지 않았다.

<미소를 지어 보일까?...>

묵도 송을 하면서 애써 따뜻한 눈길을 대원들에게 보냈다.

 

< 하나님 오늘의 찬양을 받아 주소서.... 부족한 종이 제대로 되먹지 않아서. 용서해 주소서.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함께 은혜 되는 시간이 되게 허락하소서.>

내 자리에 돌아와서 두 손을 마주 잡고 머리를 깊이 조아리며 회개 기도했다.

 

찬양 시간,

지휘대 석에 올라서서 좀은 편안해진 얼굴로 대원들을 한 번 휘 둘러보고 난 후 반주자에게 사인을 보내며 지휘를 시작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연습 때 보다 훨씬 아름답게 찬양을 마쳤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홀로 영광 받으십시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묵도를 하고 난 후 목사님 말씀을 들었다.

 

나는 왜 이럴까?

그걸 좀 참지.

늦게 올 수도 있지.

속이 그렇게 좁아서야.

늦게 왔다 하더라도 화를 내면 안 되지.

네가 하나? 하나님 다 알아서 받으시겠지.

 

말씀을 듣는 가운데 여러 생각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도 부족하다>

예배 시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배를 마친 후,

< 오늘 제가 좀 부르튼 것 미안합니다.

...너무 늦게들 왔는데 긴장이 되어서.....

나는 오늘 모두 늦게 오길래 데모를 하나? 했습니다.>

하고 사과와 변명을 했다.

 

<호호호, 오늘 날씨가, 좀 이상해서....그래서 모두 지각을...호호호>

둘째 줄에 앉은 최경애 집사님이 한마디 거들며 분위기를 띄웠고. 여기저기서 늦게 와서 미안했다며 한마디씩 해서 우리는 금방 풀어졌고, 다음 주에 할 찬양 연습을 했다.

 

그렇지만 이건 내 기도 제목이다.

'지휘자로서의 덕목, 언제나 갖추어지나?'

 

2002, 01, 28 쓰다.

 

 

 

 

문숙희 집사님의 댓글/

 

넵!!기도하겠습니다...
사실,
집사님의 예민함과 음악에 대한 욕심이 그렇게 표현된거 같아요.
저도 지휘할때의 (무~~써~~운)집사님 모습만 알고있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는것을 알고 좀 놀랐었거든요.
지휘봉만 잡으면 호랑이처럼 되는....ㅋㅋㅋ

아...어쨋든...발전적인 스트레스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스트레스로 인해서 위축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지휘자나 대원들 서로가...
예전에....울 오빠가 그러던데(큰오빠)
합창은 웃어야만 한대요.
그래서 오빠가 학교서 합창지도할때는 다른 사람들이 볼때면...거의 난장판(?)수준이랍니다.
파트연습할때...다른 파트애들이 좀 떠들고 방해해도 별로 화를 안 내고 진행하나봐요.
물론 그러면서 음을 정확하게 잡아내기는 억수로 어렵겠지요만.....

하여간에
어느쪽이든 고충이 있겠죠.
합창지도라는게 그런것 같애요....
특히 성가합창은 마음부터 더욱더 모아야하니....

집사님....수고하십니다.
고생많으십니다.
제갈집사님...홧팅!!!

p.s. 믿음이녀석 요즘도 지각하나요????ㅎㅎ

 

김강규 집사님 댓글/

 

제갈유태 집사님!
오랜 만에 홈을 들렀습니다.

정감느껴지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가끔씩 올리시는 주일 아침의 登敎 이야기와 성가대의 이야기는 정말 현장감있게 느껴지는 글들 입니다.

저가 다니는 부민교회의 성가대는 집사님께서 지휘하시는 성동교회의 성가대에 비하면 감사할 제목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성가대는 주일 11시 예배를 준비하기위해 아침 9시 40분이면 찬양연습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늘 주일아침예배 찬양준비시간에는 부족했던 연습과 마지막 공교한 음악을 만드는 거의 충분한 귀중한 시간이 된답니다.

 

 이는 한 교인이 가능하면 한 가지 부서에서만 봉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특별히 유능하시거나 열심이 있는 분은 2가지 이상의 봉사직을 가지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가대원은 주일학교 교사의 직을 겸해서 하지 않기 때문에 찬양연습이 일반적으로 수월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성가대에서 봉사하시던 10여명의 집사님, 권사님들이 목사님의 명령에 따라 올해는 주일학교의 부장이나 부감등의 직분을 수행하시기위해 성가대를 과감히 떠나셔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게 새로 어느 정도의 인원이 또 보충되었네요.

그래서 한 가지 건의를 집사님께 드릴께요. 앞으로 성가대원들이 비록 숫자적으로 적을찌라도 -최소 20명 정도 아니 그 보다 더 적을 수도...-가능하면 성가대원은 다른 교사직을 수행하지 않도록 하심이 어떨런지요? 사실 일주일 중에 저는 주일날 성가대원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이며 함께 어느 정도는 충분히 준비된 가운데 드리는 찬양의 시간이 저에게 정말로 귀중한 시간이라 고백합니다.

 

적은 수로-비록 소리는 충분치 못하더라도-충분한 연습시간을 통해 집사님과 모든 성가대원들과 온 교우님들이 찬양을 통해 느끼는 감사와 기쁨이 그렇지 않은 것 보다 크다면 앞으로의 집사님의 성가대의 방향도 물론 어렵겠지만 그렇게 해 보심이 어떠실런지요?

교회마다 사정이 다 다른 데 어떻게 하나로 적용이 되겠습니까만은 더 부흥하는 성동교회의 모습처럼 성가대의 모습도 이렇게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 말씀드렸습니다. 실례가 되었으면 용서하십시오.
끝으로 집사님 가정의 삶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샬롬.

서문목 집사님의 댓글/
언제나 모범이 되시는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2002/01/30

이창숙 집사님의 댓글/
애가타고 예배시간 내내 불편해야하는 맘들은 집사님의 그만한 열심 때문인것 같아 보이네요. 양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면 때론 호랑이 같은 여우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찌하든 원하시는데로 양같이 부드럽고 따스한 사람이 되기를 함께 기도할께요. 2002/01/30

김재광 집사님의 댓글/
제갈유태집사님 항상 믿음과 소망가운데서 주의일열심으로 하시는모습이 참보기좋습니다 앞장서는일은 인내와 포용을 요구하게되고 또그러다보면 나도모르게 생활습관도 바뀌어져 있음을 알게된답니다. 누구든 남의일이 아닐것입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감사감사 ! 2002/01/31

안은영 선생의 댓글/

저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주일날 얼마나 죄송스럽던지..
하나님께두 집사님께두.. ㅡ.ㅡ;;
기도두 좀더 열심히 해야는데..
참 자꾸 게을러 지는거 같아요... ((나이가 들어그런가????? ㅋㅋㅋ))


집사님~ ^0^
어젠 잘 들어가셨죠? 저두요 ^^
최집사님 음식 솜씨가 정말 좋으시더라구요.. 반찬두 넘 맛있구..
담에 시간내서 음식 좀 배우러 가봐야겠어요 ^^


평안히 지내시구 주일날 뵈요 집사님~
(저두 기도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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