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자가 서울에서 만나다.

2011. 9. 22. 08:30칼럼

어제는 일찍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 왔습니다. 가끔 한 번씩 서울에 오면 정신이 버쩍 듭니다.

대구에서 안단테로 살다가 서울에 오면 프레스토 모드로 바뀝니다.

서울 역에서 내려 강남역으로 가야되는데 어제도 습관대로 전철을 이용했습니다. 

전철역 쪽으로 사람들을 따라 가다가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드 멀찌기서부터 줄을 서는 것을 봤습니다. 

서울은 전보다 더 복잡해진 것 같습니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가?

 

전철 안에는 귀에 리시버를 꼽은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았습니다. 어떤이들은 눈을 감고 무언가를 듣고 있는데 어떤이들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얼핏 옆 자리 학생이 보는 것을 곁눈으로 훔쳐보니 전자북을 읽고 있었습니다.

출퇴근, 등하교시 전철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 서울 사람들의 생활 풍경입니다.

 

저녁 7시 , 오늘 볼 일을 마치고 강남역으로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걸어 갔습니다.

3일간 계속되는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원래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되어 있지만 나는 아들들과 약속이 있어서 빠져 나왔습니다.

낮에 작은 아들에게 " 소망아, 아빠가 서울 올라왔다. 호텔에서 자까? 너거 집에 가까? " 전화로 물었더니 " 집으로 오세요. 형이 와 있어서 이불이 모자라지만 같이 자요..."  해서 큰 아들과 강남역에서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아내한테 별일 없었느냐 묻고 , 며느리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며느리 역시 아내처럼 한마디 하는 말 " 오늘은 아버님 참 좋으시겠어요. 오랜만에 아드님들과

저녁을 같이 하시게 되서..." 웃으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강남 역에서 기다리다가 삼성 병원에 파견 수련중인 큰 아들 믿음이와 만나서 잠시 더 기다리는데 작은 아들이 데리러 왔습니다.

작은 아들은 우릴 데리고 좁은 이면길을 한 참을 돌고 돌아 어떤 쌈밥 집으로 갔습니다.

차 막히는 큰 길 보다는 이면 길이 더 빠르다는 작은 아들은 이제 완전한 서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작은 아들 집으로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세 부자가 저녁 한 때를 보낸 , 어제 밤은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여자들이 없는 세 부자만의 밤이었지요.^^*

 

2011. 09. 22 아침 서울 소망이 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