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어떻게 살지?

2010. 9. 2. 23:21칼럼

우리를 중매하신 목사님이 돌아가셨다.

아직 일흔 일곱 밖에 안 되셨는데 심장마비로 어제 새벽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방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침에 바쁜 일들을 대충 해결하고 인천 주안동까지 승용차로 4시간가량 달려서 새한병원에 도착하여 사모님과 딸, 사위 목사님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옆 방 휴식처에 앉아서 사모님의 손을 붙잡고는 적당한 위로의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 어떻케요? ....” 하고 말끝을 흐렸더니, 하시는 말씀이 “나 혼자 어떻게 살지?....” 라고 되물어셨다.

하나님 의지하고 사세요... 하고 싶었지만, 너무 뻔한 말 같아서 내 뱉지 않았다.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둘이 살다가 먼저 한 쪽이 가고 나면 남은 한 쪽이 얼마나 외로울 것인지 전혀 생각

해보지 않다가 사모님의 말씀을 듣고서 참 그렇지, 인생이란 게 이런 거지....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여러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해주고 하지만, 며칠 있다 나 혼자 밤에 무서워서 어떻게...?”

“처음 며칠 외로우시겠지만,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망각이라는 것을 주셨잖아요.

그래서 잊게 된다고 합니다.“

 

딸이 목회자 사모로서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 키우는 것도 힘드는데, 딸, 사위에게 얹혀서 짐이 되는 게 싫다는 사모님에게 실버타운을 추천했다.

“실버타운이라는 곳이 있는데....그런 곳에 가시면 환경도 좋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겁니다. 건강도 챙겨 주고, 식사도 해결되고..

그런데 가셔서 전도도 하고 하세요...”

“ 내 신세가 이렇게 처량하게 되었네....”

“ 이제 사모님 하시고 싶은 것도 하시고 가시고 싶은 곳도 가시고, 전도도 하시고, 뭐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시고 하세요...누구나 같이 무덤에 들어가지는 못하잖아요. 어느 한 쪽이 먼저 가고 하지... 목사님이 먼저 가시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만약 사모님이 먼저 가시고 목사님이 혼자 남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목사님이 얼마나 힘드실지....”

 

둘이 한꺼번에 가는 것도 어쩌면 복일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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