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9 반주자 이야기

2020. 9. 5. 23:48구, 홈페이지 자료

며칠 전, ***망은 솔리스트앙상블 미국 순회 연주에 반주자로 연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솔리스트앙상블은 베이스 오현명 님, 테너 안형일 님, 대구의 베이스 김원경 님 등 한국 성악계의 쟁쟁한 교수님들이 단원으로 계십니다.

이번 솔리스트앙상블 순회 연주에 반주자로서 여러 유명한 선생님들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된 것은 제갈소망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젊은이로서 흔하지 않은 특별한 합창단의 반주자가 된 것도 귀한
일이거니와 이번 공연에 현직에 계시거나 아직도 한국 음악계에 영향력 있는 선생님들이 많은 까닭에 소위 눈도장(?)이라는 것도 찍을 수 있고 정말 좋은 소리를 접할 기회도 되며 나아가 선생님들로부터 괜찮은 아이라는 인정까지 받게 된다면 이번 연주 여행은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 될 것 같습니다.

2주 동안 연주 여행을 함께 다니면서 많은 선생님을 가까운 데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셨으니 잘난척하지 않고 겸손한 반주자로서
지휘자와 여러 선생님의 눈에 쏙 들었으면 하고 바라고 기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교회 찬양대를 지휘해 봤습니다만, 합창에 있어서 반주자는 지휘자
다음으로 그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휘자는 좋은 반주자를 찾게 됩니다.
좋은 반주자란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라 지휘자의 지휘에 잘 따르는
사람이지요.

제 잘난 척하고 지휘자를 무시하는 피아니스트는 솔리스트는 몰라도
반주자로서는 합당치 않지요
설사 반주자가 지휘자보다 그날의 연주할 곡에 대해서 뛰어난 해석을 할 수
있는 식견이 있다손 치더라도 지휘자의 음악적 판단을 존중하고 지휘자의
사인에 따라 호흡을 맞추어 주는 반주자라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게
되며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게 되는 법입니다.

청중들은 반주자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 합창의 하모니를
들으러 왔기 때문이지요.
만약, 반주자가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지휘자를 무시하고 템포를
마음대로 빠르게 한다든지 느리게 한다든지 다이내믹을 오버하면
지휘자로서는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이며 합창 또한 망칠 게 뻔합니다.

실제로 합창 공연을 보러 가서 피아노 소리가 합창 소리보다 귀에 거슬리게
너무 크게 들릴 땐 저 반주자가 왜 저러나 하는 생각과 그 반주자를
미워하다가 그날 기분을 망치고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망이가 좋은 반주자로서 좋은 평을 받고 돌아오는 이번 여행이 되도록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저 스스로 반문해 보았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가?
실제 삶에서 좋은 평을 받는 협조자(반주자)인가???
리더를 존경하며 말없이 협력하는 반주자인가???
나서기를 좋아하는 아직도 어린아이인가???

아무래도 아직은 무르익지 못하고 고개를 쳐들고 있는 못난 반주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