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 첫 협연을 마치고....

2021. 3. 13. 23:39구, 홈페이지 자료

미국 그리피스 천문대

 

소망이 첫 협연을 마치고....

2001, 5, 12 토요일
소망이가 예술의 전당에서 예고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날이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승용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성은숙 권사님이 동행했다.
서울에서 몇 군데 거래처 볼일을 보고 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성 권사님은 소망이의 든든한 후원자다.
예고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재정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신 분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경부 고속도로는 화물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었다.
크레도스2 는 힘이 넘치지만, 시속 120Km/h를 넘기지 않고 올라가다가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버섯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서울 톨게이트에 도착했을 때는 출근 시간이었지만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막히지 않았다.
서울에 들어서게 되면 남산타워가 쉽게 쳐다보이곤 하는데, 남산타워는 서울의 상징물이자 내게는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25 년 전, 아내가 대구로 시집와서 첫 친정 나들이로 서울에 같이 올라 갔을 때 남산타워를 보더니 그만 울음을 터뜨리던 일이다.
부모 형제를 떠나 낯선 곳에 시집왔다가 고향이라 찾아가는데 서울에서 늘 쳐다보던 타워였던지라 부모 형제 만난 듯 반가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것이다.

남대문시장 입구에 성권사님을 내려 주고 광화문을 거쳐 평창동 소망이 하숙집에 도착하니 9시경이었다.
소망이는 방에 있다가
" 아빠, 밤에 잠을 잘 못 잤어요..."
긴장을 해서인지 3시까지 잠을 설쳤다고 했다.

소망이 방은 책이며 cd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연주를 앞두고 애가 얼마나 마음이 바쁜지 짐작할 만큼 정돈이 되지 않고 있었다.
좁은 하숙방안에 그랜드 피아노를 넣고 보니 책상 쪽으로 들어가려면 몸을 옆으로 해야 들어갈 수 있고, 거기다 옷장과 책상, 또 오디오를 얹어놓는 장식장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덩치 큰 소망이가 살 방으로는 너무 협소한 편이다.

이번에 새로 맞추어 준 소망이 연주복과 와이셔츠를 아내가 살펴보며 대구에서 갖고 간 검은색 벨트를 꺼내 보여 주는 동안 나는 소망이의 구두를 들고 대문 밖으로 나가서 구두약을 바르고 광이 나도록 닦아주었다.

10 시쯤, 하숙집을 나서서 3호 터널을 거쳐 반포대교를 건너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담당자에게서 열쇠를 받아 '제갈소망' 이라고 이름이 붙은 연주자 대기실로 들어가 보니
10 여 평정도 되는 방에 샤워실이며 화장실까지 있고 피아노가 있고 쇼파와 응접탁자
안락의자까지 있는 근사한 대기실이었다.

" 야! 괜찮은데...." 내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소망이는 별 반응이 없이 가방을 쇼파에 내려놓더니 피아노 앞으로 가서 건반을 두들기며 잠시 손가락을 풀기만 했다.

아내가 큰 거울 앞에서 소망이에게 화장을 해 주고 연주복을 입혀 주었다.
나는 준비해 간 켐코더를 점검하고 옷 차림을 끝낸 소망이를 찍었다.

11시부터 리허설이 시작되어 우리 내외는 연주회장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일찍 온 여학생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고 음악과장 선생님과 합창지도
선생님이 그곳에 있어서 인사를 했다.

합창을 먼저 하였는데 연습시간이 부족했던지 임 선생님은 오케스트라를 향해 자주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첼로 오보에에 이어 소망이는 세 번째로 Intermisson 바로 전 차례였다.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걸어 나오는 소망이는 여학생들보다 덩치가
커서인지 무대가 꽉 차 보였다.

소망이는 연습이 잘 된 상태였다.
컨디션도 좋은 듯 했다. 잠을 잘 못 잤다고 하던 말에 신경이 쓰였었는데.....
소망이는 독주 경험은 많지만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안심을 하면서 오케스트라와 리허설 중인 소망이 모습을 켐코더에 담았다.

오늘이 있기까지 소망이가 얼마나 노력을 했겠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번에 경비를
아끼려고 다른 손님들과 함께 큰 차를 타고 올라가려고 계획했던 것이 미안하게 여겨졌다.

그런 뜻을 소망이에게 넌지시 비쳤더니
" 엄마, 아빠는 너무 했다. 하루쯤 미리 와서 나한테 이것저것 좀 챙겨 주고 하지.
어떻게 당일 올라오신다고 그래요?...."
다른 집 부모들은 경사났네, 가문의 영광이네,,,하며 바쁜데 우린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전화로 듣고 우리는 "듣고 보니 그러네...." 했을 뿐 아무른 대꾸
도 하지 못했었다.

'부모 잘못 만나 그런 거지 뭐....' 우리 부부는 서로 피식 웃었고, 그래서
일찍 올라 가기로 계획을 바꾸었던 것이다.

음악과장 선생님이 소망이에게 걸음걸이며 인사하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소망이 리허설이 끝나자 연주장을 나온 우리는 협연자들이 점심을 먹는 곳으로 가서
도시락을 받아 우리 대기실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쯤, 전세버스를 탄 믿음이에게 전화를 해보니 서울 톨게이트 부근이라고 했다.
믿음이에게 손님들 점심 대접과 인솔을 지시했었는데 29 명이 타고 올라온다고 했다.
교회15인승 승합차를 사용해도 좋다는 담임 목사님 승낙이 있었고 , 장영수 집사님네 승합차를 함께 이용할 수도 있었는데 예상외로 참석할 사람이 많았고 또 장거리 여행을 비좁은 공간에서 하도록 하는 것도 미안해서 45 인승 버스를 전세 냈던 것이다.
옥 장노님댁 결혼식과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연주회에 참석하고 싶어했던 사람들도 더러 빠지게 되었지만 모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음악당앞 큰길로 나가서 버스를 맞았고, 2시 35분에 버스는 주차장에 멈추어 섰다.
나는 차에서 내리는 손님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남녀노유를 불문하고 정중하게 악수를
하며 장거리 여행을 한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2시40분이 되자 음악회 참석 손님들로 콘서트홀 로비는 북적대기 시작했다.
준비해 간 ' ccl ' 이라 쓴 피켓을 믿음이에게 들게 하였다.
인터넷을 통하여 오늘의 이 행사를 몇 군데 안내 한 바도 있고 서울의 손님들에게
초대권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 피켓을 알렸기 때문에 높이 치켜 들게 하였다.

시간이 되자 '물댄동산처럼' 칼럼지기이신 이 준행 목사님께서 지영이 혜영이 두 공주를
데리고 사모님과 함께 꽃을 사들고 오셨다. 우리의 만남은 처음이다.
인천의 박현환 목사님께서 딸 미향이와 사위를 데리고 오셨다.
거래처 신권선 부장이 오셨다.
서울 사랑의 부부합창단 지휘자이신 권순호 단장님이 안영주 사모님과 함께 피켓을 보고 오셨다.

서울 사는 처가쪽 식구들은 하필 오늘 처가쪽에 또 결혼식이 있어서 그쪽 갔다가 온다고
아직 오지 않고 있어서 시작 시간이 되었지만 들어 갈 수 없었다.
믿음이를 먼저 들어가게 하고 피켓을 받아 든 나는 행여 늦게라도 오실 손님이 있을까 하여 입구에 서 있었다.
권 단장님께서 들어가시지 않고 누굴 기다리시는지 밖에서 서성거리시다가 내게로 다가와서 대신 피켓을 들고 있겠다고 하셨다.
고마웠다.
나는

"아닙니다.... 제가 들고 있겠습니다. 이 피켓을 보고 올 딴 사람들도 있고 해서 ..."
하며 내가 들고 마지막까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른 손님들은 오질 않았다.

연주장안에서는 서곡을 하고 있었다.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으면서 나는 피켓을 이리 저리 방향을 돌려가며 들고 있다가 서곡이 끝나고 박수소리가 들릴 때 안으로 들어갔다.
권 단장님께는 미리 표를 10장 드렸고, 늦게 오실 손님들을 위해 창구에다 표를 맡겨 놓았다.

첫번째 주자 첼로순서가 끝나고 뒷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 처갓집 식구들이 보였다.
두번째로 오보에 연주가 이어졌다. 체격이 제법나갈 듯한 여학생이 부는
오보에 였어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이어 소망이의 순서가 되었다.
나는 긴장이 되었다.
소망이 친구 남학생들이 지르는 듯한 와 ~ ~ 하는 소리, 큰 박수소리를 들으며 소망이가 무대에 들어섰다.
지휘자 임원식 선생님께서도 가벼운 박수를 보내시면서 소망이의 뒤를 따라 들어오셔서
지휘대에 서셨다.
올해 83세,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정열적인 지휘를 하시는 분이시다.

피아노 앞에 앉은 소망이는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No.2 3악장 그 장엄하고도 감정적인 음악이 홀 안을 흘러 출렁대기 시작했다.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고운 선율의 감미로운 레가토로 이어지는 소리는 청중을 장악하고 있었다.
소망이는 여유있고 침착하게 간혹 손수건으로 건반을 닦는 여유를 보이며 오케스트라에 맞추어 작품을 표현해 내고 있었다.

연주 13 분, 숨을 죽이며 듣고 있던 청중들을 향해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는 후련하게 음을 쏟아놓고 있었다.
음악이 절정의 시간을 맞으며 소망이가 세 번의 강한 터치와 함께 손을 획 옆으로 하며 연주를 끝내는 순간 연주장 안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고...
대단한 열광이었다.

앞서 두 사람의 연주가 조용한 것이었던 때문일까?
앞선 연주자에 비교할 수 없는 열광적인 박수소리에 나도 놀랐다.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브라보'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

인사를 하고 무대 밖으로 나갔던 소망이가 다시 나올 때, 임원식 선생님께서 소망이를
한두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서 얼싸안고 포옹을 해 주셨다.

나의 가슴은 또 싸하게 떨려 오고 있었다.
"저 선생님... 템포를 조금만 더 빠르게 하면 안 될까요?..."
용기를 내서 임 선생님께 템포를 당기자고 했다는 말을 내게 했을 때 나는 " 야, 그냥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하지 그랬냐?" 하고 나무랐었다.
손자도 한참 손자뻘인 당신의 제자를 보고 임 선생님도 기뻐하셨을 것이다.

중간 휴식 시간에 둘러보니 1600석 좌석은 2층, 3층이 꽉 들어차 있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이어서 바이올린, 성악, 마림바의 협연이 계속되었다.
바이올린 연주는 상당한 수준급이었지만 너무 긴 곡이어서인지 좀은 지루했다.
성악을 하는 혜정이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 교회 학생집회 때 특별 출연차 내려왔었던 학생이다.
목소리가 곱고 고음도 깨끗하게 잘 소화해 내는 솜씨가 내가 들어 본 어떤 성악가 보다 뛰어났다.
어떤 유명한 성악가는 중간소리가 갈라지는 흠이 있는데 혜정이는 높은 소리나 낮은 소리나 칼라가 똑 같아 훌륭했다.
혜정이도 한 동안 끊어지지 않는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에 마림바 실제 연주는 처음 보았다.
정명훈씨를 따라 북한 공연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다는 학생이다.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재빠르게 해머를 두들기는데 대단한 솜씨였다.

 

협연자들과의 순서가 모두 끝나고 합창이 있었다.
소프라노는 성악전공 학생들이 맡았고 , 알토는 피아노 전공자들이 맡았다고 소망이가 일러 주었는데

남학생수가 좀 적었는데도 소리는 아주 훌륭하였다.

할렐루야를 할 때에는 모두 일어나서 들었다.

언제 들어도 장엄하고 신비로움을 주는 곡이다.
하나님을 향한 경외감이 저절로 생겨나는 위대한 곡이다.

 

할렐루야를 마치자 청중들은 선체로 아낌없는 박수를 학생들에게 보냈다.
앵콜 곡은 없었고 대신하여 교가를 합창단이 부를 때 오늘 협연자들도 모두 앞에 나와서 교가를 불렀다.

밖에 나와 보니 온통 사람들이었다.
연주 시작 전에 정신이 없어서 미처 인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

소망이가 나타나고 모두들 소망이 주변에서 웃는 얼굴로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건네주는 등 사진을 같이 찍는데 장영수 집사님께서 봉사를 해 주셨다.
리허설 하는 시간에 찍어주어야 되는데 하며 못내 아쉬워하던 집사님이다.
나도 켐코더로 왁자지끌한 소망이 주변을 찍어 주었다.

대구에서 올라왔던 전세버스가 먼저 출발하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우리는 꽃을 승용차 트렁크와 뒷자리에 실어 놓고 이옥희 선생님과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옥희 선생님은 "내가 아주 소망이 땜에 가마를 타고 있어요, 글쎄...."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들이 많지만 예고 협연자가 나오기는 소망이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좋아 어쩔 줄 몰라 하셨다.
소망이가 이옥희 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생님은 소망이에게 큰 꿈을 심어 주셨고 어머니처럼 소망이를 사랑해 주신 분이다.

리셉션 자리에는 임원식 선생님과 예고 교장 선생님, 예중 교장 선생님, 예고 이사장, 동창회장, 한양대 학장, 예고의 여러 선생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윤학원 선생의 모습도 보였다.
내가 일일이 인사를 하며, 제갈소망이 아버지라고 하였더니 한결같이 내게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라는 말로 인사를 받아 주었다.

리셉션이 끝나고 우리는 저녁을 사 주겠다는 곳에 한 군데 더 들러서 저녁을 먹고 하숙집에 11시쯤 도착했다.

 

오늘 소망이는 큰 일을 치루어 냈다.
처음 해 보는 협연이지만 잘 소화해 낸 소망이가 고마웠다.
소망이는 피곤해 보였으나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참으로 귀한 하루였다.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는 꿈을 꾸며 곤히 자고있는 소망이를 두고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대구를 향해 차를 몰았다.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과 기도로, 물질로, 그리고 마음으로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할렐루야 ! 하나님께 영광!

2001 , 05 ,17

 

 

 

안은영 댓글

 

글을 다 읽고 나니 저도 너무 감사하고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하심에 다시금 놀랍고 놀랍습니다..


주일날 승용차에서 내리실때 김집사님의 너무도 뿌듯해 하시고

기뻐하시는 얼굴이 생각납니다..

피곤해 보이긴 하셨지만 참 기뻐보였거든요...

저도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담엔 더 멋진 귀한 기회를 주시겠죠?

온전히 주님께 드리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결코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하심 역시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운 삶들의 덕택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요...

늘 이곳에 들르면 많은 것을 깨닫게 하시고

제게 지혜를 더하십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소망이 협연이 너무 너무 잘 마무리되어 저두 참 기뻐요...

집사님 너무 너무 축하드리구요...

진짜루 부러워요...

^^


이번주는 참 더워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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