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로서 부족한 나

2008. 11. 23. 22:36칼럼

주일 날 아침 성가대실 ,
10시 25 분이 될 때까지 대원들은 6-7 명 정도만 자리에 앉아있다.
"대장 장로님 기도로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 하고 무거운 입을 열어 시작을 알렸다.

10시 30분이 넘어서자 비로소 대원들이 자리에 가득찼다.

하필이면 오늘 찬양드릴 곡이 <깨어라 먼동이 튼다.>
꽤 까다로운 곡이다.
청년 대학부원들이 지난 주 연습할 때 더러 빠져서 옳게 연습이 안 된 곡인데...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며 < 침착해야 돼 ! 은혜롭게 해야 돼 ! ..> 속으로
되뇌이면서 연습을 시켰다.

몇 번이나 음정 연습을 시켰는데도 테너 파트에서는 통 음을 잡지를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음정을 제대로 잡아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을텐데...
믿음이 녀석도 오늘 따라 지각을 하고...

 

올라가기 15 분전, 지난 주 어느 정도 다듬은 모든 악상들은 새카맣게 다 까먹고 하나도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음정 익히기에도 모자라는 시간...
하모니나 울림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귀가 전 보다 더 밝아져서 그런가?

5 년 전에 지휘를 했을 때보다 사랑의 부부합창단 다니면서 귀가 훨씬 예민해져서 곡의 미흡한
부분을 찍어 내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예리해졌다.

알토 파트에서 8 분 음표를 길게 빼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 지적을 했던 자리였다.
또 틀리다니...
순간, 지휘봉으로 보면대를 탁! 치면서 소리를 끊었다.
“ 왜 그렇게 해요? ! 짧게 하라고 했잖아요. 여러 번 들었으면 그대로 해야지 몇 번이나 말을
해야 됩니까?“
날카로운 내 목소리에 잔뜩 짜증이 셖여 있다.
성난 그대로의 표정으로 쏘아부쳤다.
이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나도 놀랐다.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금방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뱉은 말이고 엎어진 물이었다.
적어도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 까지는
정말 웃으며 지휘를 하기로 다짐을 했었는데...

 

대예배실에 올라가 앞자리에 앉아서 대원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표정들이 밝지 않았다.

“미소를 지어 보일까?...“
묵도송을 하면서 애써 따뜻한 눈길을 대원들에게 보냈다.
“ 하나님 오늘의 찬양을 받아 주소서.... 부족한 종이 제대로 돼먹지 않아서... 용서해 주소서.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함께 은혜되는 시간이 되게 허락하소서...”
내 자리에 돌아와서 두 손을 마주 잡고 머리를 깊이 조아리며 회개 기도를 했다.

 

찬양시간,
지휘대 석에 올라서서 좀은 편안해진 얼굴로 대원들을 한 번 휘 둘러보고 난 후 반주자에게
사인을 보내며 지휘를 시작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 연습 때 보다 훨씬 아름답게 찬양을 마쳤다.
“ 하나님 ! 감사합니다. 하나님 홀로 영광 받으소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묵도를 하고 난 후 목사님 말씀을 들었다.

 

나는 왜 이럴까?
그걸 좀 참지...
늦게 올 수도 있지...
속이 그렇게 좁아서야...
늦게 왔더라도 화를 내면 안되지...
하나님 다 알아서 받으시겠지...

말씀을 듣는 가운데 별의별 생각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도 부족하다. “
예배시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배를 마친 후,
“ 오늘 제가 좀 부르튼 것 미안합니다.
...너무 늦게 들 왔는데 긴장이 되어서...나는 오늘 모두 늦게 오길래 데모라도 하나? 했습니다.“
하고 사과와 변명을 했다.
“ㅎ호호호ㅎㅎㅎ. 오늘 날씨가 ...좀 이상해서 ...그래 모두 지각을...ㅎㅎㅎ”

둘째 줄에 앉은 최집사님이 한마디 거들며 분위기를 띄웠고. 여기저기서 늦게 와서 미안했다며
한 마디씩 나오고 우리는 금방 풀어졌고, 다음 주에 할 찬양 연습을 했다.

그렇지만 이건 내 기도제목이다.
'지휘자로서의 덕목, 언제나 갖추어지나?'

 

2002,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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