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놈

2008. 11. 23. 22:44칼럼

이번 구정, 34일 동안 해외여행을 계획했었는데 둘째 녀석 소망이 때문에 못 가게 되었습니다.

성 사장님께서 언니와 형부, 그리고 우리 내외와 중국, 상해 코스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하기에 여행사에 예약까지 하고 은근히 기분이 들떠 있었는데 녀석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 소망아 이번 구정에 아빠랑 중국 여행 갔다 오면 어떻겠니?.

성 사장님이 경비를 다 부담해 주겠다고 하던데....”

아내가 슬쩍 물어본 모양입니다.

그런데,

“..................”

전화기 저쪽에서 애가 갑자기 숨이 끊어졌는지 영 말을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 싫니?” 무언가 낌새가 이상해서 되물었더니

“....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구정에 오랜만에 내가 내려 가려는데.”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애의 불쑥 되묻는 소리에 이번에는 아내가 할 말이 생각이 안 나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합니다.

 

그러잖아도 구정이라고 애가 집으로 내려오는데 맛있는 것 해서 좀 먹이고 싶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싶기도 해서 갈등을 겪었던 아내는 소망이의 항의에 마음이 약해져서 안 가기로 결정 하게 되었고 혼자 따라가기도 뭣해서 결국 안가게 되었습니다.

 

글마는 그렇다니까, 믿음이 같으면 갔다 오라고 할낀데...”

내가 투덜댔습니다.

아내는

나중에 애들 공부 다 시켜놓고 갑시다. 저거한테 시켜달라고 그러지 뭐...”

하며 장래를 기약해 보자고 했습니다.

 

야곱이 같은 놈.....우에 지 생각만 하노?....”

얄밉고, 섭섭하고, 미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로 보내 공부시키는 바람에 우리 가족 생활비의 절반을 혼자 쓰는 녀석입니다.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거실에서 강정을 먹고 있다가 씻고 나온 첫 째에게 내가 물어보았습니다.

믿음아~ 이번 구정에 성 사장님이 경비를 대주겠다고 중국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아빠 엄마 다녀올까? 말까?”

그래요? 중국 어디요?”

여행사에 같이 가는데 상해로 해서 어디로 가는 모양이더라.”

, 좋겠네. 다녀오세요.”

그런데 소망이가 못 가게 하잖아

소망이 글마는.... 괜찮아요. 다녀오세요.”

 

내가 짐작했던 대로 믿음이는 이제 철이 다 든 것 같습니다.

믿음이의 말을 듣고 난 후, 한 녀석이라도 부모 생각해 주는 자식이 있다 싶어서

섭섭하던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엊그저께였습니다. 무슨 이야기 끝에

소망아, 앞으로 니가 훌륭하게 되면 아빠, 엄마 해외여행 많이 시켜 줘야 해?”

아내가 다짐을 받자

엄마, 알았어하더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완전히 풀렸습니다만, 이 약속을 어디에서 공증을 해 놓지요..?.^ ^*

 



2002. 02. 04 쓰다.

 

 

댓글      2002·03·10 

김범석

 

뭘 걱정하세요... 울 소망이 앞으로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어서 세계로 연주 여행 다닐건데... 소속사가 부모님 경비도 다 지불할건데요... 뭐!!! 하나미께서 공증 안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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