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

2008. 11. 23. 22:52칼럼

구정 휴무 마지막 날, 우리 가족 다섯 명은 홈플러스 앞 공동 축산 식당에서 성가대 안 자매하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안 자매에게 우리 가족 저녁 식사 자리에 한번 초대하겠다고 했던 오래 전 약속을

그 동안 기회가 없어서 미루어 오다가 마침 소망이도 내려와 있고 서로 시간이 있었기

에 실천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 신암동 버스 타는 곳까지 안 자매를 태워주고 우리는 늦은 영화 구경을

갔다.

영화제목은 '코르셋을 데미지'이라고 했는데 콜레트럴 이란 말이 의학용어라며

MBC 시네마로 가는 차 안에서 믿음이가 영화제목에 대해 해설을 했다.

어머니는 자막을 따라 읽으시기가 어려울 것이건만 애들이 모시고 가자고 해서 함께

갔다.

 

낮부터 예매했었는데도 좌석은 앞에서 일곱 번째 줄이었다.

대형 스크린을 보기에는 좀 부담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기분 좋게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온 소망이

< 엄마! 우리, 어디 분위기 있는 곳에 가서 뭐 좀 먹자> 고 했다.

 

내일부터 다시 서울로 올라가 떨어져 살 애를 생각하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믿음이가 운전을 하고 소망이는 앞 좌석에 타고 어른 셋은 뒷좌석에 타고 지산동 쪽으로 갔다.

덩치들이 커서 좌석이 편한 앞자리는 항상 지네들 차지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지네들 하자는 대로 양보하며 따라가는 입장이 되었구나 싶어서 서운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했다. 전 같았으면 '영화는 무슨... ' 이라고 퇴짜를 놓거나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왜 비싼 음식 사 먹어?'

하고 한마디쯤 했을 터인데, 잠자코 뒷자리에 실려 따라가고 있으니,

자식들이 크면 이렇게 하나씩 양보하며 사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우리 차는 두산동 네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수성랜드에 새로 들어선 Air Park에 갔다.

대형 여객기 동체 내부를 카페로 만든 곳이다.

 

우리 가족끼리 오붓이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시켜놓고 성가대와 교회, 음악, 소망이 학교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내 마음은 흐뭇해졌다.

 

믿음이도 소망이도 어느새 제각기 사회의 한 분야에서 충분히 자신들의 역할을 감당할 만한 존재로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어떤 사람들이든 친하게 지내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까이하고 싶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원만한 인격을 갖추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내일이면 소망이는 서울로 다시 올라가고 믿음이는 믿음이대로 제 일을 해야 할 텐데

각기 자신들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부지런하게 살아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않는

저들 형제가 되었으면 싶었다.

 

우리 가족 다섯 명이 이런 자리에 같이 앉아서 웃으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짧은 저녁 시간을 아쉬워했다.

 

몇 년 더 지나면 소망이는 외국으로 유학하게 될 터인데, 유학 다녀올 때까지

어머니께서 살아 계셔 주실지?

 

어디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소리.

'가는 세월을 붙들 순 없는 거야!'

 

그날은 영화 구경을 가자던 믿음이와 분위기 좋은 자리를 제안한 소망이의 센스가 어우러저서 좋았던 하루였다.

 

2002, 02 17

 

 

 

댓글

 

안은영                     2002·02·21 18:05

가족들과 함께하는 영화라....
캬~~ 좋다.. ^^
너무 좋으셨겠어요
오붓하구 화목하구
행복하구~

게다가 근사한 식당에서 멋진 식사까지 ^^

참으루 멋지게, 행복하게,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입니다 정말~


부러움이 그득한 눈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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