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와 하룻밤을...

2008. 11. 23. 23:10칼럼

그저께 월요일, 이른 기차를 타고 서울로 출장을 갔습니다.

거래회사에서 영업전략간담회가 있다고 해서 참석하러 올라간 것입니다.

 

간담회는 오후 5시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용산전자상가에 들러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냉장고 수입사에 들려서 인사를 하고 부품을 신청해 놓고, 디지털 TV 수입사에 들러서 주문해 놓고 롯데 백화점에 가서 7층에 올라가서 둘러보고 11층에 들려서 냉면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미도파, 신세계백화점을 둘러본 후 택시를 타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옆 신세계백화점을 또 둘러보았습니다.

 

백화점들을 둘러보는 것은 서울 출장길에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바쁘게 다녔더니 여러 군데 볼일을 보고도 서초동 검찰청사 옆 거래회사에 정확하게 제시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서 소망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 , 소망아 아빠가 서울 올라왔는데, 오늘 네 집에서 자고 내일 새벽에 내려갈까? >

< , 그러세요. 오세요.>

< 그래, 알았어>

< 아빠 나중에 또 전화할게요>

<그래..>

저녁 830분 하행 기차표를 해약하고 소망이에게 가기로 작정을 하니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항상 서울 올라오면 시간에 쫒겨서 허둥대다가 내려가는데 이제 소망이에게 들려서 얼굴도 보고, 쉬었다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소망이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 , 소망아 아빠가 이제 마쳤는데, 너는 어데고? >

< 합창 연습 중이에요.>

합창 연습에 반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몇 시쯤 오노?>

< 9시 반쯤요.>

<그래 알았다.>

 

나는 전철을 타고 낙성대역에서 내려 소망이 자취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좀 사고 9시에 집 앞에 도착했지만,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서성거렸습니다.

 

소망이에게 좀 일찍 들어오라고 하려고 전화를 걸었으나 휴대폰을 꺼 놓았는지 전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바깥에서 서성거리며 나지막하게 찬양도 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제들한테 휴대폰을 해 봐도 전화번호가 바뀌었는지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10시가 되어도 소망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다소 짜증이 났습니다.

'찌르릉...'

소망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 , 왜 안 와?>

< 아빠 이제 마쳤어요.>

<좀 빨리 오지 않고~ 아빠를 벌 세우나?>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 소망이는 10시 반이나 되어서 왔습니다.

 

< , 늦으면 늦다고 이야길 해야 아빠가 PC방이라도 가지, 밖에서 서서 기다리게 하나

그래.>

< 오늘 홍정표 선생님이 처음 오셔서 내가 반주를 새로 맡게 되었고 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홍정표 선생님이라면 온누리 교회 지휘잔데 ?>

< , 맞아요. 우리 가르치거든요.>

<그래 정식 반주자가 된 거야? 이제 >

< ...>

 

-- 오면 단단히 야단쳐야지..-- 하고 별렀었는데.

밖에 서서 한 시간 반이나 고생시켰던 녀석이었지만, 고마웠습니다.

혼자 서울 와서 3, 자리를 잡아가는 녀석이 얼마나 대견한지.

하나님께서 쓰시는 도구로 보니까 장하기도 하고.

 

하나님께서 쓰시려고 형통한 길로 인도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예능교회에 주 반주자가 된 것도, 서울대 찬양선교단 반주자가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방안을 둘러보니 창 쪽에 걸어 놓은 걸개가 새롭게 눈에 띄었습니다.

<저거 니가 걸었나? >

< . 못을 박으니까 되던데요.>

 

소망이하고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5시에 일어나서 69분 기차를 영등포에서 타고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을 믿기에 또, 지켜 주실 것을 기도하면서 마음을 놓고 내려왔습니다.

 

며칠 전, 소망이는 다니는 예능교회에서 집회가 있었는데, 새벽 집회도 참여하며 은혜를 많이 받았답니다.

 

설교 말씀이 너무너무 좋더라고 하면서 제 엄마한테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듣기 아까운 생각이 되었는지 집회 테이프를 대구로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2002·04·03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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