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끄럽습니다.

2008. 11. 23. 22:58칼럼

새벽기도 시간에 주님 고난을 묵상하다가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조용히 무릎꿇고 기도하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을 주님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님!
어제 저녁은 제자들 발을 씻기셨다지요?
마지막 밤에 그렇게 본을 보이셨던 까닭은 무엇입니까?

서로 으뜸이 되기를 바라는 인생들에게 섬김의 본을 보이셨던 주님!
그렇게 살라고 행동으로 보이셨던 주님!

남에게 무릎 꿇기 싫어하는 인생임을 아시고 친히 무릎 꿇어 제자들 발을 닦아 주신 주님.
주님 제자 되는 길에 가장 중요했던 것이 남 발 씻어 주는 것이었나요?
섬기는 삶으로 인해 복음이 전파 된다는 것을 가르치셨나요?
잘 나지도 못한 주제에
남이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내게 말입니다.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를 가지고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만들었다는 말씀에 비추어 볼 때 나 역시도 진흙인 것을 ...
잔뜩 바람이 든 풍선처럼 빵빵해져 가지고 한끗 폼만 잽니다.

굳어진 가슴은 조그마한 손가락질에도 상처가 나고 멍이듭니다.
날 몰라준다고...
별걸 가지고 다 섭섭해하고...

조금만 양보하고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을 얼마나 따지며 주장했던지요, 주님...

주님, 그건 다
진흙이었던 시절을 잊어버린 때문입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잊어버리듯이 말입니다.
스스로 낮아지지 않으면 깨뜨린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잔뜩 교만해진 자신이 겁이 납니다.

내게 든 헛 바람을 빼야 되겠습니다. 주님.

더 겸손히 낮아질 작정을 해야 주님 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이 눈물로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베드로의 마음이 이러했나요? 주님...
내 발을 대고 있기가 여간 민망스럽지 않습니다.
그래도 씻김을 받아야 겠지요.
더러워진 발이니 말입니다.

주님,
그저께는 ...
침 뱉음을 당하고 온갖 모욕을 당하셨지요.

주님...
무거웠을 그 십자가 어깨에 메고 갈보리 향하셨던 주님...
목숨이 아까워 선뜻 나서서 도와드리지 못했던 그 때 그들 속의 나를 발견합니다.

포기할 수 없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
내어놓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내어놓기가 또 이렇게 어렵습니다.

말 없이 끌려가시던 길
갈보리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숨어서 뒤따르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돌아봅니다.
주님,
저는 이렇게 약합니다.

주님,
이러고도 믿는다고...
주님,
이러고도 집사라고...

주님,
부끄럽습니다.

 

200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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