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나를 못 말려

2008. 11. 29. 11:36칼럼

경북노회 남전도회연합회 주최로 서문로 교회에서 집회가 열려 우리 교회 할렐루야 찬양대가 수요일 집회 한 시간 찬양을 맡았습니다.

첫날 저녁은 경북 여전도회 찬양대가 했고 둘째 날은 명덕교회 찬양대에서 찬양했습니다.

회장 장로님으로부터 찬양 요청을 받고 지난주일 연습 때 곡을 준비했었습니다.

 

집회 한 시간 전, 걱정했던 것보다 찬양대원들이 많이 참석했으며 올해 찬양대원으로 봉사하지 않고 다른 부에서 봉사하던 젊은 사람들도 몇 명이 와 줘서 인원이 37명이나 되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김밥으로 저녁을 먹고 처음 곡을 대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음정 연습부터 했습니다.

 

열심히 가르치고 연습을 하는데, 아내 김 집사의 얼굴이 성이 나서 틀어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내가 틀어지는 이유를 압니다.

<올라갈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으냐> 보나 마나

그런 생각을 하고선 저렇게 노래도 안 부르고 틀어져 있다는 것을.

 

그렇지만, 나는 마지막 5분 전까지 침착하게 모난 소리 바로잡기, 어색한 발성과

호흡, 리듬, 강약 등을 다듬으며 대원들의 소리를 하나로 하모니가 잘 이루어지게 하는 일에 열중하였습니다.

 

오늘 찬양할 곡은 몇주 전에 대예배 시간에 찬양했던 <시편95 >입니다.

김청욱 작곡의 이 곡은 사랑의 부부합창단에서 연습을 하면서 찬양이 어찌나 은혜가 되는지 지금도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곡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찬양한 후에 권사님들끼리는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 요즘 성가대 찬양이 참 은혜가 된다>.

 

약간 느린 곡인데다 내림 라장조로 된 이 곡이 시편 95편을 가사로 하고 있어서

'어서 와 어서 와 야웨께 기쁜 노래 부르자. 우리 구원의 바위 앞에서 환성을 올리자.' 하는 것으로 가사 내용도 퍽 인상적이어서 권사님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곡입니다.

 

8시 정각, 집회가 시작되었고 이윽고 찬양순서가 되어 찬양을 했습니다.

두 번째 하는 것인 만큼, 여유있게 찬양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잠시 묵도를 하고 있을 때 강사 목사님(이용걸)이 강단에 나오셔서 <오늘 성가대 너무 좋은 찬양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은혜스러운 찬양을 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면서 거듭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설교 말씀이 훌륭해서 모두 은혜를 받았고 목사님께서는 설교 도중에 또 한 번 우리 쪽을 보시며 찬양을 잘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 교회 이승교 집사님(연합회 부회장)이 내 곁으로

다가오면서 <역시 성동교회 성가대가 다르더구먼...> 하며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인간적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찬양은 오로지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입니다.

인간들을 위해 하는 순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기 때문에 그 반응은 하나님께 맡기고 그 결과에 관한 평가는

보류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찬양 연습을 할 때 <믿음으로 은혜스럽게 부르면 되지...>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말속에 가려져 있는 함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강조하면서 합창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음악적인 훈련을 게을리했을 때

하나님께서 최상의 것으로 받아 주실까?

완성도가 떨어지는 찬양에 함께 듣는 성도들이 은혜가 될까?

어떤 사람은 쉬운 곡(찬송가)을 하자며 어려운 곡을 연습할 때 뒤에서 불평하는 이도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예배 시간에 드리는 찬양대 찬양을 찬송가를 불렀을 때 성도들이 감동될까?

이런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나는 찬양도 일종의 제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물이란 희생이 따르게 되는바 찬양의 제물을 하나님께 드리려 함에는 연습이라는 고된 과정을 반드시 거치면서 정제되고 또 정제된 것을 바쳐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더 아름다운 찬양을 드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나 스스로도 끊임없이 찬양과 비팅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습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드려지는 찬양을 하고 난 후에

성도들로부터 '찬양에 은혜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 찬양대원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지휘자로서 흡족한 차원을 넘어서 비로소 하나님께 우리의 찬양이 드려졌구나하는 기쁨을 얻곤 합니다.

 

사정상 미완성된 찬양을 부를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예외로 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정성을 들이지 않은 찬양을 하고, 성도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찬양을 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문로 교회 집회 찬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찬양을 통해서 누구나 은혜를 함께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잘 다듬어진 합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기에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내가 지휘를 맡은 동안은 최상의 찬양으로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나는 열심히 찬양 연습을 시키며 비팅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아내 입술이 삐쭉 튀어나오거나 말거나 ㅎㅎ



2002,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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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
안봐도 훤 ~하다
언니얼굴 히히...
형부얼굴도...히히히
대명교회에서 성가대할때 형부의 잔소리 사실 쪼끔 짜증나기도 했었지..

그리고 지금도 기억나요
찬송가 97장 " 위에계신 나의친구 그의사랑 지극하다...
나를위해 죽으시고 나를 구원 하셨으니...
2절을 내가 솔로로 불렀는데 형부가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던 말씀이 그찬송을 부를때마다 생각이나서 더 큰소리로 부르기도 하고.
이렇게 우리는 사람앞에서도 칭찬받고 격려받는걸 좋아하죠.
형부! 형부의 그 열심과 믿음으로 노력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은
모두에게 아름답게 비춰질거예요.
하나님은 더 더욱 기뻐하실거구...
언니! 계속 대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대표로 삐죽여야겠네..
포기해....ㅎㅎㅎ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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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나  | 2002·08·21 00:28 | HIT : 212

 

제갈집사님의
청량한 글모음을 보니까
너무 좋아요.
정말 훌륭하시고 멋지신 가장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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