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를 부탁하던 K군

2008. 11. 29. 11:39칼럼


오늘 낮에 호주로 유학을 간 K 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추석이라 특별히 전화했다는 K 군은 우리 회사 영업사원으로 백화점에서

근무하다가 4년 전 퇴사한 젊은이였습니다.

 

키도 크고 옷을 잘 입는 데다 (항상 고급스럽고 멋있는 옷을 입어서) 피부도 하얗고

인물도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청년이었습니다.

 

이 젊은이가 나를 무얼 잘 봤는지 퇴사한 후 언젠가 찾아와서

" 전무님, 나중에 제가 장가갈 땐 꼭 주례 좀 서 주십시오." 하기에

" 에이, 이 사람 내가 무슨." 하고 펄쩍 뛰면서 사양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이었겠지만, 나보고 주례를 서달라고 한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전에 경리로 일하던 아가씨가 결혼식 때 아버지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은 있었습니다.)

 

예수를 모르던 이 젊은이가 호주로 가기 전 어느 날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내게 보여준 청첩장엔

물론 딴 인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전무님, 갑작스레 하는 결혼이라 주례를 저쪽에서 ." 주례를 딴 사람으로 한 일에

대해서 미안해하는 K 군이었습니다.

" , 이 사람아 나더러 해달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없네."

 

K 군이 결혼하던 날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기 위해서 주일날임에도 불구하고

예배 시간과 겹치지 않고 해서 아내와 참석을 했고 예쁜 아내를 맞아 싱글벙글 웃는 그에게 장가 잘 간다고 덕담해 주며 마음껏 복을 빌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K 군에게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그래, 자네 교회에는 잘나가고 있는가? " 하고 물었더니 아내와 같이 잘 다닌다고.

했습니다.

"응 그래? 열심히 교회에 다니다 보면 복을 받게 되지." 하며 흐뭇해했더니,

"그런 것 같습니다. " 하고 시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직장생활을 같이하면서 일을 시키고 실적을 독려하는 위치에 있다 보면

아랫사람들에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 관리자의 처지고 때론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해야 하는 곳이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예수의 냄새를 풍기며 처신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K 군이 퇴사를 한 후에도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내가 믿는 예수를 함께 믿게

되었다는 것과 추석이라고 국제 전화까지 해준 것에 대해서 나는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이렇게 잊지 않고 전화까지 다 주고 고맙네." 했더니

" 10월 달에 잠깐 귀국하는데 그때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게 계십시오"

하며 깍듯이 인사를 하는 K군의 소리에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우리 직장예배 시간에 성경 말씀을 나누는 동안에 신앙이 들어

가고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 같은 K 군을 보면서 그동안 꾸준히 직장예배를

드리며 직원들과 다과를 나누었던 시간들이 하나님께 열납되었던 것 같습니다.

 


2002, 09,23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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